한동훈, 지도부 만찬 전 윤 대통령 독대 요청…당대표 정치력 시험대

민서영·박순봉 기자 2024. 9. 2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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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체코 공식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며 마중 나온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4일로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직전 윤 대통령과의 독대를 요청했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독대를 통해 의정갈등과 김건희 여사 리스크에 대한 당정 불협화음을 정리하고 여론을 설득할 대안을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런 점에서 이번 독대는 취임 두 달을 맞은 한 대표의 정치력을 판단할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2일 기자들과 만나 “저희가 (만찬에서) 독대를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통령과 한 대표가 두 분이 독대하며 허심탄회하게 여러가지 정국에 대한 의논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한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통상 만찬 때는 현안 말씀을 안 하시니까. 지금 의료대란 말고도 현안이 너무 많다”고 독대 요청 취지를 설명했다.

아직 대통령실의 회신은 없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2박4일간 진행된 체코 방문을 마치고 이날 오전 귀국했다. 한 수석대변인은 “아직 검토 중이라는 것까지만 알고 있다”고 말했다.

독대가 이뤄질 경우 한 대표는 의정갈등 해법을 핵심 의제로 두고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2025학년도 의대 정원 문제 등을 포함해 의제 제한 없이 여·야·의·정협의체 등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수석대변인은 “2025학년도 정원에 대해 사실 논의하기 어려운 상황은 맞지만 의료계에선 그런 부분도 논의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협의체에서 논의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정부는 이미 수시모집이 시작된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논의에 대해선 “끝난 일”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당초 지난달 30일 만찬이 24일로 미뤄진 이유도 의정갈등 해법에 대한 당정의 입장차 때문인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요청을 어느 선까지 수용할지 주목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만찬을 하기로 했으니 상황을 좀 보자”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터부시해온 김 여사 리스크 관련 논의가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최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불기소 권고 후 김 여사가 공개 행보에 나서고, 공천 개입 의혹까지 터지면서 당 내 불만과 우려가 쌓이고 있다. 일부 여당 의원들은 김 여사의 대국민 사과, 제2부속실 설치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19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해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하지 않은 것도 이같은 당내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많다.

문제는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한 당정 간 입장차가 분명하다는 점이다. 지난 총선 전에도 명품백 수수 사과 등 김 여사 리스크 대응을 두고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충돌한 바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참석해 주변을 보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한 대표는 취임 두 달간 민생을 강조하며 현안 대응에 주력했지만 당초 전대 과정에서 약속했던 제3자 추천방식의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과 의정갈등 해결 등에선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다. 김 여사 리스크 등 용산발 악재들이 이어지면서 정치적 상황도 녹록치 않다. 한 대표는 지난 7월23일 전당대회에서 약 63%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됐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정부 출범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 대표는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절반 수준으로 뒤처졌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의정갈등 해결을 위한 소통의 물꼬를 트거나, 김 여사 리스크와 관련해 여론이 인정할 수준의 해법을 내놓는다면 정치력을 인정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만찬으로만 그친다면 여권에선 한 대표 한계론이 힘을 받을 수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밥 먹으며 러브샷하는 건 의미가 없고 둘이 얘기하는 게 중요하다. 독대 성사가 되는 것 자체가 한 대표의 정치력을 평가받을 수 있는 부분”이라며 “윤 대통령의 바뀌는 모습을 한 대표가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의 뭔가가 나온다면 한 대표한테는 엄청난 자산일 것”이라고 말했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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