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김용에 2억 현금 든 쇼핑백 전달”… 재판서 시연

정자법 위반·수뢰혐의 3차 공판
“1억씩 상자 넣어 도청 근처서 줘
김, 돈 든 상자 옆구리에 끼고 가”
김 “언제 내게 돈을 줬느냐” 격분
유 “받은 분이 알 것” 법정서 고성

“(현금 2억원을) 이렇게 넣고 (종이 쇼핑백) 끝이 벌어져서 테이프로 밀봉했습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16일 법정에 나와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불법 선거자금을 전달한 상황을 직접 시연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연합뉴스

유 전 본부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조병구) 심리로 열린 김 전 부원장 등의 3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검찰이 준비한 현금 2억원을 골판지 상자와 종이 쇼핑백에 담아 전달하는 상황을 직접 시연했다.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이 현금 2억원을 경기도청 근처에서 김 전 부원장에게 건넸다는 증언의 신빙성을 확인하기 위해 시연을 결정했다. 당초 현금 2억원 상당 무게의 생수병을 준비하려 했지만, 현장감을 높이기 위해 검찰이 현금 2억원을 직접 준비했다. 법정에 4㎏에 해당하는 현금 2억원이 들어오자 방청석에서는 작은 탄성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유 전 본부장은 2021년 6∼7월 전달했다는 2억원에 대해, 5만원권으로 1억원씩이 담긴 갈색 골판지 상자 두 개를 커다란 종이 쇼핑백에 넣고 “이렇게 넣으면 (쇼핑백 입구) 양쪽이 벌어져서 테이프로 밀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기다가 한 겹 더 넣어서 이렇게 들고 갔다”며 쇼핑백을 다른 종이 쇼핑백에 담았다. 재판부도 직접 종이 쇼핑백을 들어 올려 무게를 가늠했다. 재판장은 “가져가기 불가능하거나 무거운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평가했다.

유 전 본부장은 김 전 부원장이 1억원을 품에 안고 간 모습도 보였다. 그는 돈이 든 상자를 작은 종이 봉투에 넣고 외투 안 옆구리에 끼웠다. 잘 가려지지 않고 외투 위로 불룩하게 튀어나오자 법정에 있던 사람들이 박장대소하기도 했다. 유 전 본부장은 재판부에서 빌려준 코트를 입고 다시 시연하자 쇼핑백이 비로소 가려졌다. 재판장은 “넣어서 가져갈 수는 있는데, 그걸 외부에서 인지할 수 있는 정도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유 전 본부장이 뇌물 공여 장소로 지목한 곳에 가서 촬영한 영상도 공개됐다. 김 전 부원장 측은 유 전 본부장 집에서 경기도청까지 이동하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2억원을 들고 도보로 이동하기에는 멀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자 유 전 본부장은 “걸어간다면 지름길로 가기 때문에 저렇게 돌아가지 않는다”고 했다. 김 전 부원장이 정차했다는 지점에 주차 차단봉이 설치된 장면이 나오자 “당시엔 저런 게 없었다. (차에 돈을 싣고) 내려서 나가니까 잔디가 깔린 곳에 벤치가 있었다”며 구체적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공방을 벌이던 김 전 부원장과 유 전 본부장이 서로를 향해 고성을 지르며 격하게 충돌했다. 김 전 부원장은 “언제까지 나에게 돈을 줬느냐”며 “여기(공소장)에서 김용을 빼면 답이 나온다. 본인이 8∼9월까지 돈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격앙된 목소리로 “받은 분이 잘 알 것이다. 저는 그걸(돈 준 시점) 머리에 두지 않았다. 고발할 것이었다면 써놓았을 것”이라고 맞섰다.

이종민·백준무·유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