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Story] 롯데 자이언츠 전준우

조회수 2024. 2. 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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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ast Legacy

2년 전, 20년을 넘게 롯데를 지킨 별 하나가 떠났다. 자이언츠의 두 번째 영구결번이자 부산 야구팬들의 자존심이었던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가 은퇴를 선언한 것이다. 그리고 이대호 없이 치르는 첫 번째 시즌이었던 2023년, 최고참 자리를 물려받은 주인공이 있었다. 그동안 숱한 프랜차이즈 스타들이 이적, 은퇴 등을 이유로 팀을 떠나는 와중에도 꿋꿋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던 한 사람. 2000년대 후반 롯데의 부흥기를 이끈 제리 로이스터 감독의 ‘노 피어(No Fear) 야구’의 마지막 유산이자 지난 시즌을 마치고 FA 계약을 통해 롯데와 20년의 동행을 결정한 ‘전캡’. 그는 앞으로도 부산 야구의 자존심을 지켜나가며 롯데 팬들 곁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누구보다 극적인 해피엔딩을 꿈꾸면서.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Mingyu Kim Location Sajik Baseball Stadium

#‘롯데 자이언츠’의 전준우

반갑습니다! 128호(2021년 12월 호)에 나온 이후에 2년도 넘게 지났네요. (1월 9일 인터뷰)
언제 불러주실까 기다리고 있었어요. 항상 인터뷰도 잘 해주시고, 출연하고 난 다음엔 기록도 좋았던 기억이 나요. 나올 때마다 좋은 기운이 있었으니 오늘도 기대됩니다.

이번에도 축하할 일이 있었죠. 지난 11월, 개인 두 번째 FA 계약으로 롯데 잔류가 확정됐습니다.
홀가분하게 빨리 마무리했어요. 팀에서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제시해주신 덕에 수월하게 계약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비시즌 1호 계약이었을 정도로 빠르게 도장을 찍었는데, 고민하는 기간은 어땠나요?
어떻게 보면 길 수도 있는 시간이었는데, 시즌 끝나기 전부터 계약과 관련해서 이야기는 계속 오가고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다른 선수들에 비해 금방 끝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번 겨울이 굉장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을 텐데, 비시즌은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
똑같아요. 전 여전히 현역 야구선수니까, 비시즌엔 운동밖에 안 하고 있습니다. 운동하면서 가족들이랑도 시간을 보내고요. 그러다 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갑니다.

계약 전에 가족들과 여행을 다녀왔다고 들었어요. 여행 도중에도 계약에 관해 고민이 있진 않았나요?
있었죠. 다만 계약까지 기간이 조금 남아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막 신경을 쓰진 않았어요. 당연히 롯데와 계약할 거로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내심 기대감과 불안감이 복합적으로 들기도 했고요. 그래도 가족 여행은 1년에 한 번 다녀오는 거니까, 큰 걱정 없이 재밌게 잘 다녀왔습니다.

계약 이후에 딸 하윤이와 아들 재욱이가 보인 반응이 재밌더라고요. 특히 하윤이는 “돈 많이 준대?”라고 물어봤다면서요.
하윤이가 ‘T’ 같은 면이 있어요. 근데 저도 마찬가지라서 ‘역시 내 딸이구나’ 싶었어요. 하윤이가 평소에 직설적으로 이야기를 해주거든요. 이번에도 계약하기 전까지 “어디로 가? 다른 팀 가?” 이렇게 물어보기도 하고, 제가 “아마 롯데에 있을 것 같아!”라고 말하니까 “돈 많이 준대?”라고 하더라고요. 돈 더 주는 팀으로 가라고 하면서요. 어떻게 보면 냉정하게 얘기를 해준 건데, 다행히 롯데에서도 제 가치를 잘 인정해 주셔서 하윤이의 큰 반대(?) 없이 남을 수 있었습니다.

계약 조건 중 마지막 해 옵션을 달성하면 신축구장 건축에 1억을 기부하는 조항이 독특했어요. 들어보니 본인이 먼저 제안했다고요.
이번이 두 번째 계약이라 감사한 마음도 컸고, 그동안 원클럽맨으로서 구단으로부터 받기만 해왔잖아요. 그래서 저도 보답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지 고민해보다가 떠오른 아이디어였어요. 새 야구장을 짓는다는 이슈도 계속 있었고, 저도 마지막까지 롯데에 남게 됐으니까, 구장 건축에 기부하면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어 제안했어요.

#다시, ‘캡틴’ 전준우

작년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스탯티즈 기준)을 포함해 각종 지표에서 팀 내 1위를 기록했습니다. 작년 본인의 활약을 어떻게 평가하고 싶어요?
시즌 초반이 너무 아쉬웠어요. 팀이 잘 나갈 땐 제가 주춤했고, 반대로 팀이 어려울 때 제가 성적이 좋았거든요. 그래서 ‘팀이 어려울 때 내가 힘을 더 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있고, 초반에 팀 성적이 좋았을 때 힘을 더 보탰으면 순위를 지킬 수 있었겠다는 마음에 자책도 했고요. 여러모로 아쉬움이 큰 한 해였습니다.

홈런도 17개를 때려내면서 3년째 홈런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요. 여전히 장타력을 잃지 않고 있는데, 그 원동력이 뭐라고 생각하나요?
작년 후반기에 페이스가 정말 좋았어요. 2년 전에 한 자릿수 홈런(7개)을 쳤을 땐 장타보다는 의식적으로 정확히 안타를 만들겠다는 전략으로 시즌을 치렀는데, 작년엔 장타가 나오면서 타격 포인트를 조금 더 앞으로 가져가 보자고 마음을 먹었어요. 그러면서 페이스도 좋다 보니까 자연스레 홈런이 늘어난 게 아닐까 싶어요.

특히 넓은 구장인 사직야구장과 잠실야구장에서만 12홈런을 기록했는데, 올해 다시 20홈런 이상을 기대해도 될까요?
항상 20홈런 이상을 목표로 두고 있어요. 다만 사직구장이 커진 데다가 펜스도 높아지면서 달성하기 쉽지 않은 여건이긴 해요. 그렇지만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극복해내는 게 저희의 몫이잖아요. 그래서 올해는 다시 20홈런을 넘길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2023시즌은 이대호 선배 없이 보내는 첫 시즌이었는데, 어떤 기분으로 1년을 보냈나요?
제가 최고참이긴 했지만, 작년엔 안치홍 선수가 주장이었잖아요. 그래서 다른 것보다도 어떻게 하면 치홍이를 도와서 팀이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을지를 고민했어요. 저 나름대로는 도와주려고는 했는데, 여러모로 대호 형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어요. 거기다 아무래도 어린 선수들로서는 선배에게 다가오기 어렵잖아요. 그래서 제가 후배들한테 의식적으로 다가가려고 한 부분도 있었는데, 그때마다 대호 형도 쉽지 않았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올해 다시 주장을 맡았습니다. 작년과는 또 다른 마음가짐일 것 같은데 어때요?
마음가짐은 다르지 않습니다. 야구는 단체 운동인 동시에 개개인이 맡은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하는 종목이라, 팀 성적과 개인 성적 모두를 잘 챙겨야 한다고 봐요. 대신 주장이라면 팀 전체를 아우르는 능력이 있어야 하니까,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 쓰려고 노력 중입니다.

주장 복귀 첫해에 김태형 감독이 부임했죠.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엄청난 명장이시잖아요. 두산 베어스에서 너무나도 대단한 업적을 이루신 분이라 저 말고도 다른 선수들도 기대하는 게 커요. 대신 훌륭하신 감독님이 오셨더라도 선수들이 못 따라가면 아무 의미가 없겠죠. 그래서 감독님과 선수단 모두가 힘을 합쳐서 시너지를 내고, 좋은 결과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작년부터 팀 내 젊은 외야수들이 1군에 등장하기 시작했죠. 주장의 시선에서 기대되는 선수가 있으면 누가 있을까요?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모두 기대되죠. 특히 (윤)동희와 (김)민석이가 작년에 너무나 잘해줬고요. 사실 첫 풀타임 시즌부터 100경기 이상을 출장하면서 세 자릿수 안타를 치기가 힘들거든요. 어린 나이에 쉽지 않은 시즌이었을 텐데 정말 훌륭하게 소화를 해줬다고 봐요. 그리고 그만큼 실력이 있으니까 기회를 받았을 테고요. 그 선수들이 1년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꾸준히 활약을 이어나갔으면 좋겠어요.

#‘동료’ 전준우

이대호 선배가 유튜브를 시작했잖아요. 최근 정훈, 손아섭, 황재균 등 전·현직 롯데 동료들의 출연이 이어지고 있는데, 본인한테는 섭외 연락이 안 왔나요?
왔습니다! 내일인가 모레 촬영이 있어요.

앞서 얘기한 동료들이 폭로(?)도 하면서 분위기가 상당히 재밌었는데, 본인도 출연하면 뭔가를 폭로할 계획인가요?
일단 나가서 교통정리를 조금 해볼까 계획 중입니다. 다들 나가서 막 헤집어놨더라고요. (웃음) 그래도 막 특별하게 뭔갈 할 건 아니고, 그냥 재밌게 밥 먹다 오지 않을까 싶어요.

단독 출연인가요? 아니면 다른 동료랑 함께 나가나요?
(눈치) 혹시 이 인터뷰가 언제 나간다고 했죠? (2월이요!) 아, 그럼 괜찮겠네요. 정훈 선수랑 나갑니다. 혼자 나가는 건 조금 쑥스러워서요.

촬영 분위기는 어떨 것 같아요?
재밌을 것 같아요. 일단 대호 형이 워낙 후배들에게 편하게 대해주시거든요. 게다가 유튜브로 나가는 거잖아요. 큰 부담이나 어려움은 없을 듯합니다.

자이언츠 TV에서도 활약이 대단하더라고요. 스스로 어떤 포지션이라고 생각해요?
제가요? (웃음) 전 딱히 어떤 포지션을 맡고 있진 않아요. 그냥 주변 선수들한테 출연하라고 독려하는 편이죠. 그리고 이젠 시대가 변해서 선수들도 영상에 나오는 걸 선호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후배들한테 “지금은 자기 PR 시대니까 자신을 알려야 한다”라고 말하면서 카메라 앞으로 나가라고 계속 독려해요. 그러다 보니 PD님도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저한테 협조 좀 해달라고 도움을 요청하곤 하세요.

잡지가 발행될 2월에 생일(2월 25일)이 있잖아요. 이번 생일에 따로 계획을 잡아놓은 건 없나요?
생일 때마다 항상 전지훈련에 가 있어서 한 번도 특별하게 계획을 잡은 적이 없어요. 이번에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2월 20일 전후까지 1차 캠프에 있다가 2차 캠프를 일본 오키나와로 가는데, 올해는 생일을 오키나와에서 보내지 않을까 싶습니다.

작년과 재작년엔 후배들이 깜짝 생일 파티를 해줬죠? 올해도 혹시 뭔가 있을 거라고 예상되진 않나요?
해주지 않을까요? 기대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제가 맏형이라 그런지 매번 챙겨주거든요. 그래서 올해도 아마 해줄 거예요.

그때마다 앞장서서 일을 꾸미는(?) 사람은 누구예요?
훈이요. 바로 밑 동생이기도 하고, 안 챙겨주면 제가 삐지는 걸 알거든요. (장난)

#Captain’s TMI

쉬어가는 의미에서 밸런스 게임을 해보려고 해요. 질문을 듣고 답변과 이유를 답하면 됩니다. 첫 번째로, 본인을 수식할 단어로 더 마음에 드는 건? <전트란 vs 월드스타>
‘전트란’으로 하겠습니다. 두 개 모두 좋은 별명이라 아무거나 해도 상관없는데, 그래도 전트란이 더 끌리네요.

둘 중에 더 잘한 선택은? <외야수 전향 vs 경찰야구단 입단>
외야수 전향이요. 만약 외야수로 전향하지 않았다면 경찰야구단 입단도 못 했을 테고, 지금까지 프로에 살아남아 있는 것도 장담할 수 없었을 거예요.

남은 선수 생활 중에 하나만 이룰 수 있다면? <타격왕 vs 홈런왕>
이건 둘 다 해보고 싶은데요. 그래도 홈런왕으로 할게요. (타격왕은 2021년 타율 2위로 수상 직전까지 간 적이 있는데, 미련은 없나요?) 있긴 하죠. 근데 확실히 홈런왕이 임팩트가 더 크고, MVP를 수상할 확률도 커지잖아요. 그래서 홈런왕으로 골랐습니다.

둘 중 하나를 해야 한다면? <5살 김민석 키우기 vs 김민석 5명 키우기>
(아찔) 와… 이건 김민석 5명이요. (그래도 한 명을 키우는 게 낫지 않나요?) 5살짜리 아이 안 키워보셨죠?! 진짜 어려워요.

이건 O/X로 답하면 됩니다. 여전히 롯데 패션 1등은 나다!
세모로 할게요. 옷 잘 입는 게 크게 의미가 없더라고요. (옛날엔 자신감 넘치지 않았나요?) 그건 유튜브니까 살짝 과장해서 답한 거지, 사실 전 그냥 평범하고 무난하게 입고 다니거든요. 색깔만 어울리게 해서 입는 건데, 최고라고 하긴 민망해요. 그냥 X로 하겠습니다.

그럼 본인보다 옷을 잘 입는 선수는 누구인가요?
(당당) 근데 그건 또 없어요. (그렇다면 아직 최고인 거 아닌가요?) 에이… 그럼 그냥 세모!

마지막 질문입니다. 형이었으면 더 쉽지 않았을 선수는? <손아섭 vs 황재균>
(헛웃음) 쉽지 않은 선수라… 근데 둘 다 쉬워서 상관없어요. 둘 다 형이어도 맞먹을 수 있을 느낌이에요. (그 외에 다른 동료 중에서는요?) 나머지도 비슷해요. 요즘 다 잘 지내서 그런지 빡센(?) 사람이 별로 없어요. 옛날보단 요새 분위기가 부드러워진 편이라, 누가 형이 되더라도 다 괜찮아요.

  #‘베테랑’ 전준우

벌써 데뷔 17년 차가 됐습니다. 스스로 베테랑이 됐다는 걸 체감하는 순간이 있을까요?
잘은 모르겠어요. 몸 상태는 여전히 좋은데, 일단 최고참이라는 것 때문에 베테랑이라는 수식어가 따라오는 게 아닌가 싶어요. 저 자신은 옛날이랑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끼거든요. 그냥 팀에서 나이가 제일 많다는 거…? 그때만 체감이 되곤 해요.

흔히 ‘로이스터 감독의 마지막 유산’이라고 불리기도 하죠. 처음 주전으로 도약한 ‘2010년의 전준우’와 ‘2024년의 전준우’를 비교하면 어떤 점이 다른가요?
경험이 쌓인 게 크죠. 옛날엔 뭣도 모르고, 그냥 형들 믿고 저만 잘하면 됐거든요. 당시 라인업을 보면 아시겠지만, 팀에 잘하는 선수가 워낙 많았어요. 당장 지금의 어느 팀과 비교해도 절대 뒤처지지 않는 타순이었을 때라, 아무 걱정 없이 저 혼자에 집중하면서 야구를 할 수 있었죠. 하지만 이젠 팀 전체를 아우를 줄도 알아야 하고, 모든 선수를 챙겨야 한다는 점이 달라요. 그 과정에서 책임감도 커졌고요.

과거 두려움 없이 야구를 했던 자신과 비슷해 보이는 후배가 있다면요?
(윤)동희요. 작년에 첫 주전으로 뛰었는데도 정말 잘해줬고, 큰 두려움 없이 야구를 하더라고요. 대신 그만큼 앞으로가 더 중요하겠죠. 올해는 더 잘했으면 좋겠고, 계속 성장해서 언젠가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선수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현재 개인 통산 996득점, 196홈런, 1,812안타, 2,806루타로 여러 대기록을 목전을 두고 있죠. 고지가 얼마 남지 않은 기록이 많아서 욕심도 들 것 같아요.
큰 의미를 두고 있진 않아요. 이런 기록들은 꾸준히 하다 보면 도달할 수 있는 거니까요. 다만 2,000안타만큼은 올 시즌에 달성하고 싶어요. 제가 한 시즌에 안타를 제일 많이 쳤을 때가 192개였는데, 그때만큼만 치면 돌파할 수 있거든요. 또 그만큼 안타를 친다면 자연스럽게 팀 성적도 좋아질 테고요. 그래서 다른 것보다도 2,000안타만큼은 내년으로 미루기보단 올해 꼭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경찰야구단에서 전역한 2016년을 제외하면, 2010년 이후로 매해 큰 공백 없이 시즌을 소화하고 있어요. 이렇게 지치지 않는 체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건가요?
사실 아프지 않은 선수는 없어요. 다만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지 않았나 싶어요. 만약 부상 때문에 잠시 자리를 비운다면, 누군가 제 자리를 메우기 마련이잖아요. 전 그때마다 제 자리가 없어진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래서 엄청나게 심한 부상이 아니라면 아프더라도 참으면서 뛰는 게 습관이 됐어요. 그 덕에 꾸준하게 경기에 나올 수 있었다고 봐요.

후배 중에서 본인을 롤 모델로 삼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는데, 그때마다 기분이 어때요?
그만큼 더 잘해야 하고, 지금의 모습을 유지해야겠죠. 나이가 들수록 기량이 떨어지면 안 멋있거든요. 멋있는 선배로 남기 위해선, 나이가 들어도 계속 야구를 잘할 수밖에 없어요.

이번 FA 계약 조건 중에 코치 연수에 관한 항목도 있었어요. 나중에 지도자가 되면 ‘주장 전준우’랑 비교했을 때 어떤 모습일 것 같아요?
좀 달라야 한다고 봐요. 동료일 땐 다그칠 수도 있어야 하고, 때론 따뜻하게 이야기해줘야 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코치가 된다면, 선수들에게 공감을 잘 해줘야 하겠죠. 그래야 선수들도 절 믿을 수 있고, 코치로서 선수들과 함께 나아갈 수 있을 테니까요. 사람으로서 제 큰 틀은 바뀌지 않겠지만, 그런 부분에서 차이가 있지 않을까 싶네요.

2019년에 본지와 인터뷰했을 때 롯데는 ‘힘들 때나 좋을 때나 기댈 수 있는 가족’이라고 답한 바 있습니다. 시간이 지난 지금,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어떻게 답하고 싶나요?
롯데란 전준우, 그냥 저라고 느껴져요. 올해부터 계약 기간을 다 채우면 딱 20년이 되는데, 한 팀에서 20년 동안 뛴 선수가 별로 없다고 알고 있거든요. 그 정도로 긴 시간을 보낸 만큼 제게도 그 정도의 의미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실제로 시간이 흘러서 하윤이와 재욱이 모두 시구를 했을 정도로 컸잖아요. 아이들이 컸다는 게 느껴질 때는 언제인가요?
딱 요즘이요. 비시즌이라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그냥 재밌어요. 시즌 중엔 가족들과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까 시간이 훅훅 지나가거든요. 요새는 밖에서 운동하고 집에서 애들이랑 놀다 보면 체력적으로 힘들 때도 있긴 한데, 그 힘듦 속에서 오는 기쁨이 정말 커요. 특히 아이들의 어릴 때 시간이 귀하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이렇게 여유가 있을 때 최대한 함께 시간을 보내려 하는데, 최근 들어 둘 다 커졌다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지난 인터뷰에서는 스스로 50점짜리 아빠라고 말했죠.
지금도 똑같아요. 비시즌에 시간을 함께 보내긴 해도, 2월만 돼도 스프링 캠프 때문에 또 집 밖으로 나가잖아요. 거의 한 달 이상을 떨어져 있는 거니까 가족들에게 미안할 따름이죠. 게다가 이제 둘째가 어느새 초등학교에 들어갈 나이인데, 입학식도 못 가보고 하니까… 직업 특성상 그런 순간들을 함께 하지 못해서 미안하죠.

그래도 아이들이 크고 나서 야구장에 찾아올 때면 감회가 새로울 듯해요.
자라면서 아빠가 부산에서 이름이 알려진 야구선수라는 걸 알더라고요. 그러면서 막 “친구들이 아빠 사인받아달래!”라고 말하기도 하고요. 그럴 때마다 뿌듯한 감정이 들죠.

선수 생활의 ‘끝’을 생각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본인의 선수 생활을 이야기로 써본다면, 그 끝은 어떤 줄거리였으면 좋겠어요?
아무래도 해피엔딩이었으면 하는 바람이죠. 일단 지금까지 우여곡절을 꽤 겪어서, 앞으로는 우여곡절이 별로 없었으면 좋겠어요. 또 이번에 계약도 새로 했으니까,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걸 이뤄보고 싶고요. 우승도 그렇고 저희가 갈망하는 것들이 여러 가지가 있거든요. 새 감독님도 오셨고, 선수들도 ‘이젠 우리가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각오가 머릿속에 각인이 돼 있어요. 거기다 주변에서도 저희가 꼭 해내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입하다 보니까, 어느 때보다 마음가짐이 남다릅니다. 꼭 성과를 만들면서 마무리하고 싶어요.

종신 롯데를 확정하고 나서 맞는 첫 시즌입니다. 본인을 응원하는 롯데 팬분들한테 인사 한마디 부탁해요.
안녕하십니까! 롯데 자이언츠 전준우입니다. 곧 있으면 다시 시즌이 시작될 텐데, 올해는 평소보다 일찍 개막하는 터라 팬분들을 더 빨리 만날 수 있어서 기쁩니다. 선수들도 겨울에 정말 열심히 준비했고, 감독님도 새로 오셨으니까 올해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팬분들도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응원 많이 해주세요!

마지막으로 옆에서 큰 힘이 되는 가족들한테도 한마디 부탁해요.
항상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힘이 돼줘서 고맙죠. 특히 아내한테 제일 고마움을 느껴요. 늘 아이들을 잘 챙겨주고, 제가 야구에만 신경 쓸 수 있도록 모든 걸 맞춰주거든요. 이 자리를 빌려 고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3년 154호 (2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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