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 잡는 바이러스, 항생제 대체하고 희토류도 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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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욱 미국 버클리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생명공학과 교수는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27일 열린 한국생물공학회 추계학술발표대회 간담회에서 박테리오파지 연구의 가능성을 소개했다.
이 교수는 "박테리오파지는 항생제 작동 원리와 달리 세균에 무단으로 침입해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내성균에 대한 위험이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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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인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는 슈퍼박테리아를 치료하는 의료 부문에서부터 미중 갈등 요인인 '희토류' 정제 등 광물 개발 분야에까지 활용할 수 있습니다. 바이러스 하나가 인류의 각종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승욱 미국 버클리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생명공학과 교수는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27일 열린 한국생물공학회 추계학술발표대회 간담회에서 박테리오파지 연구의 가능성을 소개했다.
1915년 영국의 세균학자 프레데릭 트워트 박사에 의해 처음 발견된 박테리오파지는 세균을 찾아 침투해 공격하고 집어삼키는 바이러스다. 구조적으로는 크게 유전물질을 담은 머리 부분과 세균 침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꼬리 부분으로 나뉜다.
최근 박테리오파지는 여러 종류의 항생제를 동시에 투여해도 전혀 치료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슈퍼박테리아를 치료할 수 있어 생명공학 분야에서 핵심 연구 주제로 떠올랐다.
항생제 내성이란 세균이 특정 항생제에 저항력을 가지고 생존하는 현상이다. 항생제를 투약하면 항생제에 저항하는 일부 균은 살아남아 증식할 수 있다. 이 교수는 "박테리오파지는 항생제 작동 원리와 달리 세균에 무단으로 침입해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내성균에 대한 위험이 없다"고 설명했다. 박테리오파지가 항생제를 대체할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이 교수는 나노 물질을 이용해 박테리오파지를 설계한다. 이 박테리오파지로 재생 의학, 치료제 개발, 바이오센싱, 광물 개발 등에 활용하는 연구를 진행한다.
구체적으로 이 교수는 한국 생명공학 기업인 'PCL'과 박테리오파지를 이용해 일본에서 급증하는 연쇄상구균독성쇼크증후군(STSS)에 대한 진단 및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희토류를 정제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도 박테리오파지를 쓰고 있다. 핵심광물 중 하나인 희토류는 독특한 화학, 전기적 특성을 갖고 있는 첨단산업의 핵심 소재다.
이 교수는 "희토류를 인식하는 단백질을 이용해 만든 박테리오파지를 효모로 활용함으로써 희토류를 암석에서 쉽게 분리하고 정제할 수 있다"면서 "암석 표면에 거품을 만들어 희토류를 분리하는 기존 방법에 비해 간단하고 효율이 높다"고 했다.
박테리오파지 활용의 걸림돌은 대중 및 전문가들의 부정적 인식이다. 바이러스라는 이름 때문에 코로나19처럼 인간에게 해를 끼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 박테리오파지가 진화를 한다는 점에서 진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통제하지 못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있어 박테리오파지에 대한 보수적인 시선이 있다.
이 교수는 "침 한 방울에도 수백만개의 박테리오파지가 들어 있을 정도로 인류에 해를 주지 않는 박테리오파지가 많다"면서 "안전한 박테리오파지를 이용해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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