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브라운만큼 안 팔리네".. '우후죽순' 갤럭시 한정판 인기 '시들'

변지희 기자 2022. 9. 2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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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보해도 기기 디자인 변경 없어
케이스에만 로고 적용.. "이 가격에 왜 사나"
삼성전자가 글로벌 패션 브랜드 준지(JUUN.J)와 함께 협업한 '갤럭시 준지 에디션'을 한정 판매한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와 이동통신 3사가 최근 출시된 신작인 갤럭시Z플립4·Z폴드4 한정판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그런데 2년 전에 나왔던 톰브라운 한정판이 품절 대란을 일으켰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에는 한정판 인기가 시들해졌다. 과거에는 제조사가 명품 브랜드와 협업하는 게 희소성이 있었지만, 통신사들까지 우후죽순으로 에디션을 내놓으면서 가치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 준지·아이리스 에디션 완판 대란 없어

삼성전자는 지난 23일 갤럭시Z플립4·Z폴드4, 워치5 시리즈, 버즈2 프로 ‘준지(JUUN.J) 에디션’을 출시했다. 27일 기준 준지 에디션은 삼성 홈페이지에서 구입할 수 있다. 출시 5일째인데 아직 구매 가능하다는 것은 품절 대란이 일어날 만큼 인기가 높았던 건 아니라는 뜻이다.

통신 3사도 갤럭시Z플립4·Z폴드4 출시 시기에 맞춰서 지난달에 각각 한정판 제품을 내놨다. SK텔레콤은 화장품 브랜드 산타마리아노벨라와 협업한 ‘아이리스 에디션’, KT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콘텐츠와 제휴해 만든 ‘우영우 에디션’, LG유플러스는 명품 브랜드 메종키츠네와 협업한 ‘메종키츠네 에디션’ 등을 출시했다. 그러나 이 제품들 모두 초기 완판에 실패했다.

'갤럭시Z폴드2 톰브라운 에디션' 패키지 이미지. /삼성전자 제공

그나마 인기가 많았던 것은 최근 KT가 출시한 갤럭시Z폴드4 국가대표 에디션이었다. 50대 한정 출시하면서 드로우 방식으로 당첨자를 선정했는데 6000명이 몰렸다. 갤럭시Z폴드4 512GB와 갤럭시워치5 프로에 국가대표 선수 친필 사인 유니폼, A매치 카메룬전 1등석 티켓 2장 등이 포함돼 월드컵을 앞두고 인기를 끌었던 것이다.

그런데 1~2년 전에 나온 ‘톰브라운 에디션’ 품절 대란과 비교하면 KT의 국가대표 에디션도 인기가 많은 편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2020년 갤럭시Z폴드2 톰브라운 에디션을 전 세계 5000대 한정으로 출시했다. 가격은 369만원에 달했는데 당시 한국에서만 23만명 이상이 응모했다. 지난해 나온 갤럭시Z폴드3·Z플립3 톰브라운 에디션에는 이보다도 2배 많은 46만여명이 몰렸다.

갤럭시Z폴드4 축구 국가대표 에디션. /KT 제공

◇ ”케이스 장사하나”…기기 희소성 없는데 가격 비싸

최근에 한정판 인기가 시들해진 이유는 우선 한정판들이 기기 자체의 디자인을 변경한 게 아니라 기기 케이스를 제작하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톰브라운 에디션은 기기 뒷면에 톰브라운을 상징하는 빨강·하양·파랑의 세줄 디자인을 넣었다. 손으로 이 부분을 만지면 촉감도 달랐다. 그런데 최근에는 명품 브랜드와 협업이라고 해도 기기 자체의 디자인을 변경한 경우는 거의 없다.

예컨대 이번에 삼성전자가 출시한 준지 에디션도 기존 256GB 갤럭시Z플립4 그라파이트 또는 갤럭시Z폴드4 팬텀 블랙 색상의 기기가 포함됐다. 한정판임을 알 수 있는 것은 준지 로고가 적용된 가죽케이스, 캔버스 소재를 활용한 멀티백뿐인 셈이다. KT가 최근 출시했던 국가대표 에디션도 기기는 기존 갤럭시Z폴드4 512GB 베이지색상이었고, 붉은 색상에 KFA 로고를 새긴 것은 케이스였다. 기기 자체의 희소성은 크지 않은데 여러 구성품을 넣으면서 가격대는 비싸지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구매 요인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통신사들이 출시한 한정판은 실용성도 떨어진다. 자급제폰이 아니어서 구매와 동시에 해당 통신사를 통해 개통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의 갤럭시Z플립4 메종키츠네 스페셜 에디션. /LG유플러스 제공

명품 브랜드와 협업한 한정판들이 하도 많이 나와서 웬만한 브랜드와 협업해서는 한정판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단점도 있다. 누구나 알 만한 브랜드가 아니고서야 소비자들이 차별점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준지, 메종키츠네는 하이엔드(최고급) 브랜드이기는 하지만 톰브라운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브랜드 파워가 부족하다. 패션에 관심 있는 일부 소비자층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분간은 한정판 마케팅이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가격 차별화를 통해 고객층을 끌어당기기가 쉽지 않고, 기기 제조사보다 앞서서 마케팅하기도 어렵다. 현재로서는 이 방법이 최선인 상황이다. 또 개성을 중시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폰꾸(폰꾸미기)’ 열풍이 수그러들지 않는 만큼, 한정판 스마트폰은 지속적으로 나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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