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 울리는 채용시장 ‘컬처핏’…현직자 “결국은 내실·실력”

컬처핏, 기존 기업 인재상과 동일…“오히려 본인 분야의 내실 다지는게 중요”
[사진=AI이미지/MS bing]

최근 기업들이 채용 과정에서 컬처핏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현직자들은 채용 합격 비결로 ‘실력’을 꼽고 있다. 컬처핏이란 구직자의 성향이 기업 문화와 얼마나 어울리는지 알 수 있도록 기업이 선호하는 일종의 인재상이다. 넷플릭스나 구글,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기업이 컬처핏을 확인해 채용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에서도 컬처핏을 채용에 활용한다고 밝히고 있다. 당근과 네이버가 대표적이다. 취업준비생에겐 기업의 컬처핏이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다만 현직자들은 컬처핏 자체가 기존에 기업에서 밝힌 선호하는 인재상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준비하고 있는 분야에서 내실을 다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당근은 ‘적극적인 PR’도 중요하지만…‘개발 능력’이 우선

대부분의 기업은 주로 2차 면접을 통해 지원자가 회사 문화에 잘 어울릴 수 있을지를 평가한다. 일반 기업과 달리 당근은 총 3번의 면접 과정을 거친다. 지원자가 회사가 추구하는 문화와 일하는 방식에 잘 어울리는 사람인지를 마지막 면접인 ‘컬처핏 인터뷰’에서 판단하고 있다. 동시에 백엔드·프론트엔드 개발 등 각자가 지원한 분야에 대한 전문성도 다시 확인하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고 현직자들은 말한다.

▲ 채용과정에서 '컬처핏' 면접을 따로 마련해 둔 기업도 있다. 사진은 당근마켓 사옥에 위치한 라운지의 모습. [사진=당근]

현직자들은 컬처핏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실질적으로 직무에 사용되는 개발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당근에는 ‘프론트엔드 개발자’, ‘백엔드 개발자’, ‘웹 개발자’, ‘앱 개발자’ 크게 4가지 개발자로 분류된다. 그런 만큼 본인이 평소 선호하는 개발 직군이 어떤 분야인지 파악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당근마켓 앱 개발자들은 ios와 안드로이드 개발자로 분류된다. ios 개발자의 경우에는 ‘Xcode(엑스코드)’ 프로그램을 주로 이용하고 있으며 사용하는 언어는 ‘Objective C(오브젝티브 C)’와 ‘Swift(스위프트)’다. 안드로이드 개발자는 ‘안드로이드 스트디오’ 프로그램에 ‘자바’나 ‘Kotlin(코틀린)’을 메인 언어로 사용하고 있다.

당근에서 앱 개발자로 근무 중인 신준원 씨(27·남·가명)는 “컬처핏 면접은 단기간에 준비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평소에 어떤 가치관으로 지내고 있고 말로 나를 표현하는 방법을 잘 아는 게 중요하다”며 “개발자로서 입사를 원한다면 컬처핏보다는 개발에 필요한 능력을 키우는 게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이어 “개발자 직군은 기본적인 개발 능력이 떨어진다면 인재상과 부합하더라도 채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회사에서 요구하는 원하는 업무적인 능력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게 가장 종요하다”며 “기본 베이스가 다 갖춰진 후에 생각해야하는 부분인 것 같다”고 조언했다.

네이버 “주로 동료와 협업하는 프로젝트 많아…‘문제 해결 능력’ 중요”

따로 컬처핏 면접을 마련해둔 곳도 있지만 일부 기업에서는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와 조직의 문화적 적합성 평가를 위해 ‘기업문화적합도’ 검사를 도입한 곳도 있다. 주로 면접 전형 이전에 실행되는 게 일반적이다.

네이버는 채용 과정에서 기업문화적합도 검사를 도입한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다. 지원자와 기업의 조직 문화가 얼마나 잘 맞는지 확인하는 자기보고식 설문 형태로 진행된다. 지원자의 개인적인 성향과 가치관, 커뮤니케이션 스타일 등을 바탕으로 네이버의 업무 방식과 얼마나 잘 맞는지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 네이버는 ‘기업문화적합도’ 검사를 통해 지원자가 회사 문화와 맞는 인재인지 판단한다. 사진은 네이버 사옥 내에 있는 도서관의 모습. [사진=네이버]

주로 ‘원리원칙에 맞춰서 일하는 것은 중요하다’,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 즐겁다’, ‘계획을 세운 뒤 어떤 일을 시작한다’ 등의 질문이 출제된다. 가볍게 답할 수 있지만 이는 네이버가 밝힌 인재상인 ‘겸손·도전·창의적·조직문화·이해관계’과 연관된 질문이다.

현직자들은 기업문화적합도 검사 자체가 뚜렷한 정답이 없는 단계인 만큼 답변의 진실성과 일관성이 필수적이라 말한다. 오히려 기업이 선호하는 인재상에 맞게 꾸며낸 답변은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에 진솔하게 응답하는 것이 좋다는 팁도 전했다.

현재 네이버는 동료와 함께 하는 일의 비율이 혼자 맡게 되는 경우보다 압도적으로 높다고 한다. 체계가 갖춰진 동료와 함께 일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면접장에서도 문제 해결 능력에 대한 질문이 나오기도 하는 모습이다.

네이버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김희수 씨(27·여)는 “‘내 선에서 해결할 수 없는 부당한 일을 겪었을 때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며 “‘문제와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한 뒤 내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면 상급자에게 즉시 보고해 해결책을 찾겠다’고 답했는데, 어떻게 보면 정석적인 답변이지만 한 문장 내에서 문제 해결 능력과, 조직문화에 대한 존중, 일에 대한 책임감을 드러낼 수 있었던 답변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기업은 예전에도 회사 문화에 잘 맞는 인재를 뽑으려는 노력을 해왔기 때문에 컬처핏 자체를 새로운 채용 문화라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기업이 선호하는 인재상을 공개한 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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