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울토마토 먹을 때마다 이스라엘이 돈을 번다

지난 16일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에서 남쪽으로 약 20㎞ 떨어진 도시 레호보트의 와이즈만 연구소. 1.1㎢ 규모 드넓은 캠퍼스 한가운데엔 와이즈만 연구소의 기술 이전 사업을 전담하는 ‘예다(Yeda)’ 사무소 건물이 자리 잡았다. 벽돌색 지붕의 낮은 건물 안에서는 직원들이 하얀 가운을 입은 과학자와 커피를 마시며 미팅하는 모습이 보였다.
수학·물리·화학·생물·생물화학 5분야를 집중 연구하는 와이즈만 연구소는 독일 막스플랑크, 프랑스 파스퇴르와 함께 세계 3대 기초과학 연구소로 손꼽힌다. 1934년 설립한 이곳엔 현재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과학자 3800명이 기초과학 분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스라엘을 ‘기술 창업 강국’으로 만든 것은 이런 세계 정상급 연구 시설과 창업자 간에 이뤄지는 긴밀한 호흡이다. 연구소와 대학들은 내부에 설치된 기술 이전 전문 업체를 통해 최고 두뇌들의 연구 성과를 발 빠르게 상용화한다. 세계적 대기업들도 앞다퉈 이스라엘에 연구 센터를 짓고 있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구글, 애플, 인텔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R&D(연구개발) 센터가 400여 곳 몰려 있다. 최근엔 삼성전자·현대차·LG의 혁신 센터나 투자회사가 텔아비브에 사무소를 개소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유명 VC(벤처캐피털) 요즈마그룹의 이갈 에를리히 회장은 “이스라엘은 글로벌 대기업들이 미래 먹거리를 빠르게 탐색하기에 더없이 매력적인 곳”이라고 했다.

◇R&D 강국 이스라엘, 비결은 정상급 연구대학
이스라엘 주요 대학과 연구소에는 와이즈만 연구소의 ‘예다’와 같은 기술 이전 사무소(TTO·Technology Transfer Office)가 설립돼 있다. 테크니온 공대의 ‘T-3′, 히브리대의 ‘이숨’ 등이 예다와 같은 TTO들이다. 이스라엘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이스라엘 대학·연구소의 TTO들은 총 687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이들은 매년 4000억원 규모의 기술 이전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몰리 리빙스톤 히브리대 이숨 디렉터는 “방울토마토도 히브리대 연구소에서 나왔는데, 여러분이 방울토마토를 먹을 때마다 우리는 돈을 번다”며 “이렇게 번 수익의 40%는 연구자 몫”이라고 했다.
이스라엘의 기술 이전 상업화 성공률은 30%대로, 국내(10% 미만)의 3배 수준이다. 국내 한 대학의 산학협력 담당 교수는 “국내에선 기술 이전 성과를 내려고 설익은 기술을 상업화하려다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스라엘 대학·연구소들을 기술 이전으로 벌어들인 수익이 많아 ‘진짜 말 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아낌없이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했다.

지난 16일 와이즈만 연구소에서 만난 모데카이 셰베스 전 와이즈만 연구소 기술 이전 담당 부총장 겸 유기화학과 석좌교수도 “와이즈만이 이전한 기술을 기반으로 만든 제품과 서비스가 2021년 창출한 매출이 365억달러(약 47조원)를 넘었다”며 “기술 이전 수입 덕분에 와이즈만 학생들은 학비를 내지 않고 오히려 월급을 받으며 연구에 몰두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자금이 충분하기 때문에) 정부 과제를 받지 않고 연구의 창의성과 순수성을 지키는 게 철칙”이라고 했다.

◇병원도 스타트업 육성

이스라엘에선 대형 병원도 적극적으로 스타트업 육성에 나선다. 세계 10대 병원으로 꼽히는 셰바 메디컬 센터가 대표적이다. 이 병원이 운영하고 있는 혁신 센터인 ‘아크(ARC)’는 지금까지 90곳의 스타트업과 공동 연구를 진행했다. 대부분 실제 제품을 출시하기 전 기술 검증이 절실한 초기 단계 스타트업이다. 셰바 메디컬 센터에 따르면 아크가 육성한 스타트업들의 기업가치는 지난해 말 17억달러(약 2조2000억원)에 달했고, 올해 말엔 30억달러대로 배 가깝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14일 이스라엘 라마트간에 있는 아크의 건물 안은 공유 오피스처럼 여러 초기 스타트업이 입주해 있었다. AI 이미지 판독으로 종양을 빠르게 찾아내는 기술을 개발하는 ‘미카 AI 메디컬’, 환자의 혈당 정보를 분석해 AI가 당뇨 모니터링을 해주는 ‘드레메드’ 등이다. 아크에 입주한 한 창업자는 “병동이 걸어서 10분 거리”라며 “세계 최정상 수준 의료진과 의료 시설을 스타트업에 열어주는 것도 이스라엘 헬스 R&D가 강한 이유”라고 말했다.
/텔아비브·레호보트·라마트간=오로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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