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나무인형부터 사과·치킨까지…세계 크리스마스 이색선물 열전

일본·중국·스페인·미국 등 크리스마스 선물 천차만별…“연말연시 행복 기원”
[사진=뉴시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세계 각국에선 독특한 방식으로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종교적 전통이 없는 지역은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고, 오래된 관습은 현대적 의미를 더하며 재탄생한다. 공통점은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데 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세계 각국의 이색적인 선물 문화에 관심이 쏠리는 배경이다.

일본에서 크리스마스 시즌은 KFC 매장을 치킨으로 가득 채우는 시기다. 크리스마스가 공휴일이 아닌 일본에서 KFC는 11월부터 ‘크리스마스 패키지’ 예약으로 분주하다. 이는 1974년 오카와라 타케시가 시작한 캠페인에서 비롯됐다. KFC 일본 1호점 점장이었던 그는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에 치킨을 먹는다”는 거짓말로 KFC를 일본의 크리스마스 상징으로 자리 잡게 했다.

그의 아이디어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KFC는 크리스마스 시즌의 대표 메뉴로 자리 잡았다. 현재는 4580엔(약 4만5000원)에 이르는 패키지 가격에도 불구하고 매장 앞에는 치킨을 기다리는 줄이 끊이지 않는다. KFC의 상징이 된 치킨은 이제 일본 크리스마스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 사진은 크리스마스 패키지 예약을 받고있는 일본 KFC(왼쪽)와 사과를 예쁘게 포장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선물하는 중국의 문화. [사진=일본 KFC 및 샤오홍슈 갈무리]

중국에서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화려하게 포장된 사과를 주고받는 독특한 전통이 있다. 이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뜻하는 ‘핑안예(平安夜)’와 사과를 뜻하는 ‘핑궈’(苹果)의 발음이 비슷한 데서 유래됐다. 평화를 기원하며 건네는 사과는 단순한 과일 이상의 상징성을 가진다.

포장도 특별하다. 알록달록한 종이와 리본으로 장식하고, 평화와 사랑의 메시지를 담은 스티커를 붙인다. 일부 고급 사과는 수백만 원에 달하기도 한다. 크리스마스라는 서양 문화를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사과 선물은 중국인의 정서를 녹여낸 상징적인 풍경이다.

스페인 카탈루냐 지역에서는 크리스마스가 되면 통나무 인형 ‘카가티오’가 등장한다. 12월 초부터 아이들은 이 웃는 얼굴의 인형에게 먹이를 주고 따뜻한 담요를 덮어준다.

크리스마스날, 카가티오는 아이들에게 작은 선물을 준다. 선물은 가족들이 준비한 사탕과 전통 과자 투론이다. 아이들은 막대기로 인형을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는데, 이 노래에는 유쾌한 재치가 담겨 있다. 카가티오와의 한 달 간의 동거는 아이들에게 기다림의 즐거움과 가족의 정을 느끼게 하는 독특한 전통이다.

▲ 사진은 왼쪽부터 스페인 카탈루냐 지역의 통나무 인형 카가티오, 세르비아의 바드냐크, 북미의 어글리 스웨터. [사진=Wikipedia, Boban Vlajkovic,punchbowlsocial]

세르비아에서는 크리스마스 전날 밤 ‘바드냐크’라는 통나무 의식이 열린다. 가장 연장자가 성수와 유향을 뿌리고 불꽃을 일으키며 가족의 행복과 번영을 기원한다. 현대에 들어 도시에서는 참나무 가지로 대체했지만, 전통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바드냐크는 가족의 화합을 상징하며, 크리스마스의 신성한 시작을 알린다.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못생긴 스웨터를 입는 문화가 있다. 원색에 눈사람, 사탕 지팡이 같은 장식을 잔뜩 더한 이른바 '어글리 스웨터'는 크리스마스 유머의 상징이 됐다. 누가 더 못생긴 스웨터를 입나 내기를 하기도 하며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연출한다. 크리스마스 트리와 조명만큼이나 중요한 연말 준비 아이템이 된 것이다.

1950년대 TV 쇼에서 시작된 이 문화는 영화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로 퍼졌다. 2000년대 초반 대중문화에 의해 더 크게 확산되기 시작한다. 2001년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콜린 퍼스가 거대한 붉은 코 순록이 그려진 스웨터를 입고 등장한 뒤로 못생긴 스웨터의 인기가 더 늘어났다. 최근에는 어글리 스웨터 DIY 콘텐츠가 큰 인기를 끌며 크리스마스의 독특한 패션으로 자리 잡았다.

세계 각국의 크리스마스 선물 문화는 독특하지만, 그 속에는 평화와 사랑을 나누고자 하는 보편적인 정서가 담겨 있다. 각국의 전통을 담은 이색적인 크리스마스 풍경은 연말연시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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