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파업 ‘뺑뺑이 조산아’ 받아준 지방병원 “누군가는 꼭 해야할 일”

권도경 기자 2024. 10. 16.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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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지역에서 유일하게 신생아중환자실(NICU)을 갖춘 현대여성아동병원은 산부인과와 소아과에서 시작됐다.

현대여성아동병원 NICU가 가동된 2014년부터 지난 15일까지 치료받은 환아는 3037명이다.

간호사 16명은 3개 조로 나눠 2개월간 삼성서울병원 NICU 간호사들과 같은 일정대로 근무하면서 하나하나 일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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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유일 주산기 전문 ‘순천 현대여성아동 병원’ 가보니
전문의 18명 모두 타지 출신
니큐 꾸리기 전 삼성서울서 교육
10년간 환아 3037명 진료해줘
정기현 원장 “위험 크고 힘들지만
지역의료 지키기 위해 버티는 것”
“아가야, 조금만 더 힘내” 전남 순천시 조례동에 있는 전국 유일 주산기 전문병원인 현대여성아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NICU)에서 간호사가 인큐베이터에 있는 조산아를 돌보고 있다. 백동현 기자

순천=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지난 6월 말 쌍둥이 임신 29주차였던 전남 목포시 거주 최지은(38) 씨에게 갑자기 자궁경부가 열리는 응급상황이 발생했다. 조산 위기였지만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진료역량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광주와 전북 전주 대학병원에서는 최 씨를 받아주지 않았다. 구급차를 타고 충청·수도권까지 올라가야 하는 순간, 신생아중환자실(NICU)이 있는 전남 순천시 현대여성아동병원에서 수용 가능하다고 회신했다. 목포에서 약 130㎞를 달려간 끝에 최 씨는 응급 제왕절개수술로 쌍둥이를 품에 안았다. 쌍둥이는 몸무게가 각각 1.29㎏, 1.3㎏의 미숙아였다. 아이들은 NICU에서 두 달간 집중치료를 받고 8월 12일 건강하게 퇴원했다.

최근 고위험 산모와 조산아가 증가세지만 광주·전남에서 미숙아를 돌볼 수 있는 NICU가 있는 병원은 단 3곳에 불과하다. 광주에 있는 대학병원 두 곳을 제외하면 전남 지역에서는 현대여성아동병원이 유일하다. 이곳은 전국 유일의 주산기 전문병원이기도 하다. 주산기는 임신 20주부터 출산 후 4주까지를 뜻하는데 산모·신생아에게 더없이 중요한 시기다. 이 병원에는 순천 출신 의사는 없다. 전국 각지에서 온 의사들이 ‘외인부대’처럼 모여 고위험 산모와 조산아를 지키고 있다. 대학병원·종합병원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공백을 메우고 지역의료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전남지역에서 유일하게 신생아중환자실(NICU)을 갖춘 현대여성아동병원은 산부인과와 소아과에서 시작됐다. NICU를 만든 건 소아과 전문의인 정기현 원장의 의지다. 그는 2010년대 초반 출산율이 급감한 반면 고위험 산모와 조산아가 급증했다는 점을 예의주시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 출생한 신생아는 47만 명에서 26만 명으로 45% 줄었지만 같은 기간 조산아 비율은 6.0%에서 9.2%로 1.5배로 늘었다. 전남지역에서도 고위험 산모·신생아 치료 문제가 불거졌다. 정 원장이 NICU를 만들려고 하자 일부 의사들은 “힘든 일을 굳이 왜 하려고 하냐”면서 말리기도 했다.

정 원장은 NICU 개소 이유에 대해 “위험 부담은 크고, 돈 안 되고, 힘만 들어 버티는 게 쉽지 않지만 누구든 해야 하는 일이니까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역에서 안전한 태아 분만과 신생아 치료가 기본적으로 이뤄지는 게 중요한데 인력·장비·시설은 태부족이었다. 전남 동부권 고위험 산모와 조산아를 제때 치료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 NICU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현대여성아동병원 NICU가 가동된 2014년부터 지난 15일까지 치료받은 환아는 3037명이다. 15일 기준 NICU 전체 15개 병상에는 미숙아 11명이 입원해 있다.

정 원장은 2014년 NICU를 열고 신생아 세부 전문의 등을 영입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산부인과 전문의 8명, 소아과 전문의 10명 등이 이 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처음에는 지역에서 일할 의사를 구하기조차 힘들었다”며 “순천이 고향인 의사가 없어 외인부대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 출신인 정 원장도 수도권 병원으로 옮길 기회가 여러 번 있었지만 20년 이상 공들인 지역의료를 지키기 위해 순천에 남는 것을 택했다. 2018년부터 4년간 국립중앙의료원장을 맡기도 했던 그는 퇴임 후 순천으로 돌아와 환자를 돌보고 있다.

NICU 개소에는 의료계 내부 지원도 많았다. 당시 해운대백병원에 있던 구수현 부산백병원 소아과 교수는 3년간 상주하며 NICU 운영을 도왔다. 삼성서울병원은 신생아 전문 전임의(펠로)를 파견 보내줬다. 간호사들도 삼성서울병원에서 위탁교육을 받아 전문성을 키웠다. 간호사 16명은 3개 조로 나눠 2개월간 삼성서울병원 NICU 간호사들과 같은 일정대로 근무하면서 하나하나 일을 배웠다. 2013년 당시 위탁교육을 받은 간호사 중 3분의 1인 6명이 아직도 이 병원 NICU를 지키고 있다.

김연주 NICU 간호과장은 “2014년 개소 당시엔 막막했지만 산모·환아에게서 느끼는 보람이 버틸 수 있게 하는 힘이 됐다”며 “가장 작았던 아이는 7~8년 전 임신 24주차에 태어났던 640g 초미숙아였는데 몇 달간 키워 무사히 퇴원시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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