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에 밀려나는 불어… "EU·유엔에서 사용 늘리자"

김태훈 2022. 11. 20. 15:3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여러분과 함께 우리의 아름다운 언어를 지속적으로 홍보하겠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프랑코포니'(Francophonie)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자리에 모인 세계 각국의 프랑스어 청년 홍보대사들과 만난 뒤 내비친 각오다.

르완다 외교장관 출신으로 현재 프랑코포니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루이스 무시키와보 사무총장은 "이번 정상회의에선 영어에 밀려 유럽과 국제무대에서 사용이 줄고 있는 프랑스어 사용을 진작하는 방안을 주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튀니지에서 '프랑코포니' 정상회의 열려
마크롱 "우리 아름다운 언어 지속 홍보"

“여러분과 함께 우리의 아름다운 언어를 지속적으로 홍보하겠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프랑코포니’(Francophonie)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자리에 모인 세계 각국의 프랑스어 청년 홍보대사들과 만난 뒤 내비친 각오다. 영어가 세계를 휩쓰는 가운데 국제사회에서 프랑스어의 입지는 갈수록 줄어 프랑스어권 국가들의 고심이 깊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이 19일(현지시간) 튀니지에서 열린 ‘프랑코포니’ 정상회의를 계기로 세계 각국의 프랑스어 청년 홍보대사들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 SNS 캡처
19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이날 북아프리카 튀니지 제르바에서 제18차 프랑코포니 정상회의가 개막해 20일까지 이틀 일정으로 열린다. 프랑코포니란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공동체’라는 뜻으로 1970년 프랑스 파리에서 정식 국제기구로 설립됐다. 프랑스를 중심으로 벨기에, 스위스, 캐나다 등 프랑스어를 모국어 또는 공용어로 쓰는 나라들, 그리고 과거 프랑스나 벨기에의 식민지배를 받고 독립한 신생국들이 이 단체 소속이다. 원래 2년마다 정상회의를 열어 왔으나 코로나19 대유행 탓에 이번 18차 회의는 2019년 이후 3년 만에 성사됐다.

마크롱 대통령을 비롯해 주최국이자 올해 의장국인 튀니지의 카이스 사이에드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이냐치오 카시스 스위스 대통령,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 알리 봉고 온딤바 가봉 대통령 등 각국 정상들이 대거 참석했다. 프랑코포니 회원국인 벨기에 출신의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자리를 함께했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이 말했듯 이번 회의에서 다룰 가장 중요한 의제는 ‘어떻게 하면 프랑스어의 존재감을 키우느냐’다. 프랑코포니 추산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약 3억2000만명이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집계되나, 그 상당수는 ‘공용어’ 내지 ‘외국어’로서 프랑스어를 익힌 경우에 해당한다. 프랑스어를 모국어로 쓰는 인구는 1억명이 채 안 된다는 것이 정설로 통한다. 국제어로서 프랑스어의 영향력은 영어에 크게 못 미치고 스페인어한테도 진작 추월당했다고 보는 이가 많다.

올해 들어선 옛 프랑스 식민지로서 프랑코포니 회원국이며 프랑스어가 널리 쓰이는 아프리카의 가봉과 토고가 영국이 주도하는 영연방(Commonwealth)의 회원국으로 중복 가입해 충격을 안겼다. 두 나라 모두 영연방을 택한 이유로 영어교육 강화 및 영어권 국가들과의 경제 및 문화 교류 활성화를 꼽았다. 가봉 정부는 영연방 가입이 “가봉에 경제·외교·문화 차원에서 좋은 기회”라고 했으며, 토고 정부는 “영연방 25억명의 소비자에 다가갈 수 있게 됨은 물론 토고에 부는 영어 열풍에 부응하게 됐다”고 했다.

 19일(현지시간) 튀니지 제르바에서 열린 ‘프랑코포니’ 정상회의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앞줄 오른쪽 2번째), 카이스 사이에드 튀니지 대통령(앞줄 가운데),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마크롱 대통령 왼쪽 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마크롱 대통령 오른쪽 뒤) 등이 눈에 띈다. 제르바=AFP연합뉴스
프랑스어의 퇴조는 북아프리카 알제리에서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다. 알제리는 과거 식민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프랑스와 참혹한 전쟁을 치른 과거사 때문에 프랑스어권 국가임에도 프랑코포니 회원국으로 가입하지 않았다. 그간 알제리는 프랑스어는 초등학교에서 가르치고 영어는 중학교 이후부터 교육을 제공했는데 올해 7월 알제리 정부는 “연말부터 초등학교에서도 영어교육을 실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그간 조기 영어교육 실시를 원하는 학계와 학생들의 요청이 많았다”며 “특히 현대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의학과 공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언어가 영어인 만큼 조금이라도 더 일찍 정식 과목으로 제공돼야 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르완다 외교장관 출신으로 현재 프랑코포니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루이스 무시키와보 사무총장은 “이번 정상회의에선 영어에 밀려 유럽과 국제무대에서 사용이 줄고 있는 프랑스어 사용을 진작하는 방안을 주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시키와보 총장은 프랑스어 비중을 늘려야 할 기관으로 EU와 유엔 및 그 산하기관 등을 지목했다고 AP는 전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