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세 노장 감독이 45년 동안 말하고 싶었던 것

▲ 영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906]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Furiosa: A Mad Max Saga, 2024)

글 : 양미르 에디터

세계적인 재앙이 일어난 지 45년 후, 호주는 방사능에 오염된 황무지가 되었지만, 녹음이 푸르렀고, 물도 있으며, 사람들이 농업도 하던 '녹색의 땅'이 존재했었다.

이곳에서 어머니 '메리'(찰리 프레이저)와 함께 살던 '퓨리오사'(안야 테일러 조이/어린 시절-알릴라 브라운)는 복숭아를 따던 중 '디멘투스'(크리스 헴스워스)가 이끄는 사냥꾼 무리에게 납치당하면서 행복이 깨지고 만다.

'메리'는 오토바이 자국을 뒤쫓으며 바이커 군단의 리더 '디멘투스'의 진영으로 향하고, '퓨리오사'가 '녹색의 땅'이 있는 위치를 말하기 전에 구출을 시도한다.

'메리'는 '퓨리오사'가 '디멘투스' 무리로부터 도망갈 시간을 벌기 위해 계곡에서 남기로 하지만, '퓨리오사'는 다시 '메리'에게 향하던 중 잡히고 만다.

그렇게 '퓨리오사'는 '녹색의 땅' 위치를 발설하지 않는 '메리'가 죽어가는 걸 보며, '디멘투스'의 포로가 된다.

시간이 흐르고, 이탈한 '워보이'를 통해 또 다른 황무지 정착지 '시타델'을 알게 된 '디멘투스'는 '시타델'의 절대 권력자 '임모탄 조'(러치 험)와 대치한다.

'시타델'은 '디멘투스'가 쉽게 점령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고, 자신의 목숨을 기억해달라는 말과 함께 몸을 날리는 '워보이'의 공격으로 인해 '디멘투스'는 후퇴한다.

'디멘투스'는 '트로이 목마' 전략으로, '시타델'이 지하수를 퍼내는 데 필요한 연료, 기름을 공급하는 정유 공장인 '가스 타운'을 점령한다.

평화협상으로 '디멘투스'는 '시타델'이 '가스 타운'에 대한 자신의 권한을 인정하고, 식량과 물 공급을 늘릴 것을 요구한다.

'임모탄 조'는 대신 '퓨리오사'와 '디멘투스'의 주치의였던 '생체기술자'(앵거스 샘슨)를 얻게 되고, '퓨리오사'는 '임모탄 조'의 아내 중 한 명이 되지만, 참혹한 상황을 본 후 탈출한다.

이후, '말을 못하는 10대 소년'인 척하며 '시타델'에서 살아간 '퓨리오사'는 점차 '임모탄 조' 부하들의 신임을 얻으며 계급을 높였고, 근위대장 '잭'(톰 보크)이 몰고 다니는 거대한 전투 트럭 건설에 참여하게 된다.

황무지에서는 이미 멸종되다시피 한 '인간성'을 믿는 자였던 '잭'은 '분노의 도로'에서 매번 무사히 귀환하는 실력을 지녔는데, 마치 밀항선에 탄 것처럼 트럭에 탑승한 '퓨리오사'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전수한다.

그사이 '디멘투스'는 황무지의 모든 요새를 점령하기 위해 '임모탄 조'가 점령 중인 '무기 농장'과 '시타델'을 모두 공격하려 하고, 오로지 고향으로 돌아가기만을 원했던 '퓨리오사'는 자신의 인생을 건 사투를 벌인다.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이후 <퓨리오사>)는 2015년 액션 영화로는 드물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등 10개 부문 후보로 지명되어 기술 분야에서 6관왕을 차지한 혁신적인 작품,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이후 <분노의 도로>)의 프리퀄이다.

'아카데미 6관왕'을 차지한 작품의 속편은 분명 <매드맥스> 프랜차이즈를 45년(멜 깁슨이 주연을 맡았던 첫 영화가 1979년 작품이다) 이어온 노장 조지 밀러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분노의 도로>의 스크립트를 15년 넘게 써오면서, 조지 밀러 감독은 모든 인물에 대한 전사와 세계관을 함께 설정했는데, 이중 '퓨리오사'에 대한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었다.

전작이 '퓨리오사'가 '시타델'에 속박된 사람들을 구원한다는 3일 간의 여정을 담아냈다면, 이번 작품은 '퓨리오사'가 어떻게 '시타델'로 흘러 들어가게 됐는지에 대한 '15년 서사'를 보여준다.

특히 엔딩에서 영화는 <분노의 도로>의 '임모탄 조의 아내들'을 재조명하는데, 궁극적으로 이 작품을 통해 조지 밀러 감독이 말하는 바가 드러난 지점이라 할 수 있겠다.

<매드맥스> 세계관은 '인류'라는 존재가 태어나면서 계속되는 전쟁에 대한 은유로도 바라볼 수 있다.

<매드 맥스 2>(1981년) 오프닝 시퀀스처럼, <퓨리오사>는 전쟁, 기후 변화, 팬데믹 등으로 인해 파멸한 지구의 상황을 '역사가'(조지 셰프소브)의 시선으로 들려준다.

'디멘투스'와 '임모탄 조'가 한정된 자원을 두고 '40일 전쟁'을 택하는 상황 역시, 인류의 역사에서는 하나의 전쟁일 뿐이라는 걸 역사가가 다양한 과거 전쟁 사례를 들려주고 넘어간다.

혹자는 이 장면이 영화에 직접 묘사가 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하지만, 이 역시 한낱 전쟁에 불과하다는 조지 밀러의 의도로 풀이할 수 있다.

결국, 인류 역사에서 전쟁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승자의 역사에서도, 패자의 역사에서도 '잘 조명하지 않는' 사회적 약자의 희생이라고 감독은 이야기한다.

일례로, '임모탄 조'에게 여성은 그저 자신의 후대를 낳게 해주는 역할(심지어 자신의 유전 결함도 있을 터인데, "스트라이크 아웃"이라면서 온전한 아이를 낳지 못하면 그 여성은 죽임을 당한다)이거나, '우유'를 만들어내는 존재에 불과하다.

그사이 '워보이'(직역하면 대놓고 '전쟁 소년'이다)는 '임모탄 조'에게 세뇌당한 채 스스로 인간 폭탄이 되어 죽는다.

'퓨리오사'는 '디멘투스', '임모탄 조', 그리고 '잭'까지, 세 가지 남성성을 모두 경험하며 저마다의 한계를 느껴야 했고, '분노의 화신' 길을 걷는다.

<퓨리오사>를 관람한 이후 곧바로 <분노의 도로>를 보면, 왜 '퓨리오사'가 '퓨리오사'가 '절대자'로 군림한 이의 세계를 파괴하고, 구원자가 되는지를 깨달을 것 같다.

한편, 조지 밀러 감독은 지난 4월 열린 내한 기자간담회 중 이 시리즈가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 "모든 이야기는 우화인데, 사람의 본성을 드러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제는 <분노의 도로>가 판타지가 아닌 다큐멘터리 같았다. 좋든, 싫든, 대재앙 수준의 기후 위기를 겪고 있는데, 그런 경험이 영화에 포함됐다"라고 언급했다.

<퓨리오사>는 분명 우리가 살아 있을 때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이야기다.

그래서 '79세 노장의 메시지'는 극장을 빠져나온 관객에게 계속해서 상기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24/05/16 CGV 용산아이파크몰 IMAX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감독
출연
조지 밀러,닉 래더리스,조지 밀러,더그 미첼,브루스 버만,딘 후드,정키 XL,사이먼 더간,니키 바레트,콜린 깁슨,소피 내시,케이티 샤록,제니 비번
평점
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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