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겉보기엔 무난해 보여도 감자 같이 매력적인 맛에 자꾸만 생각나는 드라마가 등장됐다. <별들에게 물어봐> 후속으로 공개된 <감자연구소>는 신입사관 구해령, 솔로몬의 위증을 함께했던 강일수 감독과 김호수 작가가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전역 후 첫 작품인 강태오와 전작 <술꾼도시여자들>, <소년시대>로 친근한 매력을 보여준 이선빈, 동갑내기 두 배우의 조합이 눈에 띈다.
감자칩 업계 1위 기업으로 이름을 알리던 선녀식품이 하루아침에 원한리테일에 인수 합병된다. 이에 따라 강원도에 위치한 선녀식품의 감자연구소 또한 원한리테일의 소속이 되는데, 꽤 오래 몸담았던 원한리테일을 모종의 이유로 그만두고 연구소 생활에 몰두하며 살던 김미경(이선빈)에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소백호(강태오)는 원한리테일의 전략기획실에서 조직 혁신을 담당하는 최연소 이사다. 인수합병을 성사시킨 그는 연구소를 점검하러 갔다가 미경을 잘 따르는 새에게 봉변을 당하고, 두 사람은 강렬한 첫 만남으로 서로에게 인상을 남긴다. 이후 백호가 연구소의 구조조정을 진행할 소장의 직함을 달고 미경이 살고 있는 마을로 들어오면서 둘의 기묘한 인연이 시작된다.

코미디를 내세운 드라마답게 <감자연구소>는 일단 재미있다. 백호가 새에게 뒤통수를 세차게 맞고 쫓기다가 감자밭 비탈길을 구르면서 주마등처럼 스쳐 가는 삶을 돌아볼 때부터 드라마는 본격적으로 B급 코미디에 시동을 건다. 자칫하면 과하고 억지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코믹한 장면들을 배우들이 찰떡같이 소화하면서 유쾌한 화면을 만들어낸다. 특히 이선빈은 직장 안팎에서 친근하고 소탈한 모습을 생활감 넘치는 코믹 연기로 선보이고, 강태오는 웹툰을 찢고 나온 듯 인간미 없는 능력 좋은 이사님의 모습부터 거침없이 망가지는 모습까지 다채롭게 보여준다. 맞는 말만 직구로 던지는 백호와 티격태격하는 미경을 비롯해 다양한 인물들의 톡톡 튀는 대사들은 재기발랄하다.
로맨스 또한 흥미진진하다. 장르가 코믹 로맨스인 만큼, 그 시작점부터 웃음이 나온다. 미경에게 백호란 껍데기만 괜찮은 개자식, 백호에게 미경이란 어쩌다 잠시 옆집 이웃이 된 연구소 직원이었을 뿐이다. 그런데 하필 최애 로맨스 웹소설 표지에서 튀어나온 듯한 모습에 홀린 미경이 술김에 백호에게 갑작스럽게 키스를 해버린다. 이에 백호는 다리 힘이 풀려 주저앉고 밤새 잠을 못 이룰 만큼 매우 당황한다. 보통의 경우라면 여기서부터 그저 실수로 여기거나 아예 없던 일처럼 굴다가 둘 다 서로가 가진 호감을 깨닫는 방향으로 흘러갈 법한데, 백호는 미경에게 정식으로 교제를 신청한다. 그러나 좋아하는 마음은 없고, 키스는 연인과 하는 거라는 자신의 규칙에 오점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고 말해 미경에게 미친 놈 소리를 듣는다. 예상할 만한 방향으로 가는 듯하면서도 코믹한 변주와 재치 있는 대사들로 유쾌함을 자아낸다.

여기에 서브 남자주인공 박기세(이학주)의 캐릭터도 인상적이다. 기세는 미경과 원한리테일 입사동기이자 사내연인이었지만, 회장 딸과의 결혼을 택했다. 현재 이혼한 것으로 등장한 그는 마치 옛 연인 미경에게 미련이 가득한 처럼 보여, 흥미로운 삼각 로맨스의 구도가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막상 둘이 제대로 마주하자 기세는 미경에게 회사에서 자신과의 옛 관계를 비밀로 해달라고 말하는데, 그러면서도 샴푸 냄새가 여전히 좋다는 아련한 대사를 남겨 미경에게 분노를 사고 먼지떨이마냥 탈탈 털리는 코믹한 장면을 자아낸다. 인물들이 어디로 튈지 모르게 흘러간다는 점이 이 드라마의 매력이다.
4화까지 공개된 <감자연구소>는 미경이 백호에게 해고 통보를 받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백호는 미경에게 점차 관심이 기울고, 기세의 전 아내이자 백호와 죽마고우인 윤희진(정신혜)이 이들 사이에 나타났다. 드라마의 로맨스 기류가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하면서, 앞으로도 잘 익은 감자처럼 따뜻하고 유쾌한 코미디를 보여주기를 바란다.
테일러콘텐츠 / Zapzee 에디터 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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