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동의 기후위기와 세상만사]
발암 초미세먼지 원인물질 암모니아
암모니아 혼소정책, 석탄발전소 연명用
CO2 배출 줄인다면서 암모니아 늘려
초미세먼지 대란 부를 나쁜 정책될 것
세계 최악의 초미세먼지 국가
우리나라의 대기질(초미세먼지)은 중국이 석탄발전으로 얻은 에너지로 압도적인 세계의 공장 노릇을 하였던 수년 전에 비하여 상당히 개선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초미세먼지 최악의 국가'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린피스 에어비주얼이 전 세계 98개국 4천5백여 도시를 대상으로 초미세먼지 오염도를 조사하여 2019년에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OECD 회원국 도시 중에서 초미세먼지 오염이 가장 심각한 100대 도시에 포함된 한국의 도시가 과반을 넘겼습니다. 연중 세계보건기구(WHO)의 가이드라인(10㎍/㎥ 이하)에 부합하는 대기상태를 만족하는 시간 비율은 20%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초미세먼지는 2013년에 세계보건기구가 1급 발암물질이라고 발표한 대기오염물질입니다. 1급이라는 말은, 암을 유발하는 개연성(mechanism)이 밝혀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 미국 일리노이 대학의 슈퍼나겔 교수는 2019년에 영국의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초미세먼지는 인체의 모든 장기에 악영향을 준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만약에 아직도 초미세먼지가 미치는 악영향 목록에서 빠진 것이 있다면 그것은 아직 그 분야의 연구가 진행되지 못한 탓일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초미세먼지는 만병의 원인이라는 말이었습니다.
기후솔루션이 금년 5월에 펴낸 보고서에도 최근에 국제기구가 출간한 초미세먼지의 건강 위험성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이 자료에 의하면 연간 초미세먼지가 원인이 되어 조기 사망하는 사람의 수가 전 세계에서 4백만∼8백만 명에 이르고, 건강을 악화시킴으로써 유발하는 경제손실은 8조 달러로 추산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엔, 2019년 기준으로 연간 사망자 수의 약 7%에 해당하는 2만 3천여 명이 대기오염과 연관이 있다고 합니다. 인구 백만 명당 초과사망자 수가 미국의 3배, 일본의 2배에 이릅니다. 초미세먼지 농도 개선을 위해서 우리나라가 가야할 길은 여전히 멀고 험난한 상황인 셈입니다.
초미세먼지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초미세먼지의 생성은 석탄이나 석유의 연소과정에서 황과 질소 산화물이 대기로 배출되는 것이 1단계입니다. 이들 산화물이 수증기, 오존, 산소 등과 반응하여 황산과 질산이 만들어지는 것이 2단계입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초미세먼지는 황산과 질산이 암모니아와 반응하여 완성됩니다. 어떤 기체상 대기오염 물질이건 초미세먼지가 되려면 암모니아와 화학적 결합을 거치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초미세먼지 대책에서 석탄발전소(황의 배출)와 차량(질소산화물 배출) 이외에도 암모니아의 관리가 대단히 중요합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초미세먼지 농도개선 효과가 2012년 이후로 지지부진한 원인으로 암모니아 관리 소홀을 들고 있습니다.
정부의 무(無) 탄소 에너지원 사용 확대 정책의 대표적인 전략 중의 하나인 석탄발전소의 석탄∙암모니아 혼소정책의 위험성을 대기오염(초미세먼지) 관리라는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기후위기 시대의 초미세먼지 문제
그린 수소와 암모니아의 역할
기후위기 문제를 만들어내고 있는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이는 데에 핵심이 되는 것은 무 탄소 에너지(Carbon free energy) 사용으로 전환하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서 풍력과 태양광발전으로 얻은 전기에너지를 그대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화석연료 전기를 대체하면 좋겠지만, 때론 전력사용 장소와 재생에너지발전 시설 간에 거리가 무척 멀어서 생산된 에너지를 장거리 수송해야 합니다. 송전시설로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럴 경우에 재생에너지로 물을 전기분해하여 수소를 만들어서 운반하여 사용하는 것도 대안이 됩니다. 이런 수소를 '그린 수소'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생산한 수소를 압축시켜서 장거리 수송을 하려면 초저온과 초고압 상황을 만들어야 해서 비용이 많이 들고 폭발의 위험성도 높아집니다. 그런데 수소를 질소와 결합시켜 암모니아로 만들면 암모니아는 상온에서도 10기압 정도면 액화하고 잘 증발하지도 않기 때문에 수소를 장거리 수송하거나 장시간 보관하기가 훨씬 용이해집니다.
수송해온 암모니아를 분해하면 수소를 얻을 수 있지만, 암모니아를 그대로 연료로 사용한다면 암모니아 분해라는 수고로움을 들 수 있습니다. 암모니아는 발화점이 높아서 화석연료처럼 쉽게 연소시키기는 어렵지만, 650℃ 이상의 온도로 압축 가열하면 연소시킬 수 있습니다. 암모니아(NH3)에는 탄소가 없기 때문에 완전연소를 시킬 수 있다면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 않고 무해한 질소와 수증기만 배출됩니다. 암모니아를 엔진 실린더에 분사하고, 석유나 LNG를 분사해서 점화를 시키고 그 열로 다시 암모니아를 점화시키는 방식의 내연기관 기술개발이 추진되고 있다고 합니다. 대형 화물차량이나 선박의 에너지로 암모니아를 사용하려는 시도입니다.
이보다 쉬운 방식으로 대량의 암모니아를 사용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석탄발전소의 석탄∙암모니아 혼소발전입니다.

암모니아의 유용성과 악영향
암모니아는 질소 원자(N) 하나에 수소 원자(H) 3개가 결합하여 만들어지는 화합물입니다. 암모니아는 오랜 옛날부터 공업적으로 활용도가 높았습니다. 예로서 냉동 창고의 냉매제로 널리 사용되는 등 제1세대 냉매제로서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암모니아는 액화상태에서 기화할 때에 증발열로 주변의 열을 많이 빼앗을 수 있어서 프레온 가스와 같은 염소계열의 냉매제가 발명되기 이전까지 대규모 냉동 창고와 소형 냉장고 및 에어컨 등에 냉매제로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과거엔 부산 등의 항구에 생선 냉동 공장 부근에 암모니아 저장 탱크가 있었고, 종종 암모니아 누출사고로 부근 주민들에게 큰 피해를 주었습니다.
비료로도 오랜 기간 사용되어오고 있는데, 지금도 여전합니다. 암모니아를 직접 토양에 넣든가 상업용 비료인 질산암모늄·인산암모늄 및 다른 염으로 전환시켜 사용합니다. 그 이외에도 암모니아는 섬유의 염색과 세척, 금속제련, 석유 정제, 용접용 수소공급원 등 아주 다양한 산업에서 사용되고 있는 귀한 자원입니다.
암모니아는 질소와 수소를 사용하여 직접 합성하여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고, 덜 낮은 온도(-33℃) 하에서도 손쉽게 액화된다는 특성이 있어서 최근에는 수소의 장거리 운반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해양풍력이나 대규모 태양광발전 전력으로 물을 분해하여 얻은 청정 수소를 압축하여 운반하기보다 암모니아로 전환시켜서 운반하고, 이를 전기분해하여 수소를 얻는 방식이 훨씬 경제적이고 폭발위험성도 낮아서 안전합니다.
암모니아는 이렇게 활용도가 높지만, 그 자체로 지독한 독성물질이고,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대기 중에서 초미세먼지를 만드는 원인물질로도 작용합니다. 암모니아가 누출되면 호흡과정을 통하지 않더라도 공기 중에서 피부 접촉만으로도 신체에 흡수될 수 있습니다. 증상으로는 호흡곤란과 폐 기능 이상을 유발하고, 유전자 결함도 발생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기후위기로 더욱 악화되는 대기오염
대기 중 초미세먼지 농도(대기오염)는 오염물질의 배출량만이 아니라 대기환경용량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대기환경용량이란 자연이 스스로 대기오염물질을 정화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며, 주로 대기의 연직 혼합과 풍속에 의존합니다. 그런데 지구온난화현상이 진행될수록 대기의 연직혼합과 풍속은 약해지기 때문에 대기환경용량이 줄어듭니다. 즉 대기오염물질의 배출량에 변화가 없어도 대기오염은 더욱 악화되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습니다.
지구온난화 속도는 고위도일수록 크게 나타나기 때문에 점차 고∙저위도 간의 기온 차가 줄어듭니다. 기온차가 줄어들면 기압차도 줄어듭니다. 그 결과로 중위도 지역의 풍속이 약해집니다. 중국 난징대학의 연구팀은 2018년 2월에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지구물리학 연구 단신(Geophysical Research Letters)’에 발표한 논문에서, 2013년 1월과 2015년 12월에 발생하였던 중국의 초고농도 미세먼지 사건의 경우에 지구온난화로 인한 풍속감소가 큰 기여를 하였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또 다른 주목할 만한 연구로, 난징대학의 랴오홍 교수 연구팀이 같은 해에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에 발표한 논문을 들 수 있습니다. 이 연구에 의하면, 지금처럼 지구온난화가 진행해간다면 21세기 중후반에는 초고농도 미세먼지 사건이 발생할 수 있는 기상 조건이 발생하는 날이 지금보다 2배나 증가하고, 그런 기상 조건이 이어지는 시간은 지금보다 80%나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하였습니다. 즉 기후위기가 진행되는 장래엔 지금 정도의 대기환경을 유지하려고 하더라도 대기오염 발생량을 지금보다 훨씬 많이 줄여야 한다는 말입니다.

암모니아 혼소의 문제
우리나라가 추진하고 있는 암모니아 혼소 발전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석탄발전에서 암모니아의 비중은 20%이고 나머지 80%는 석탄을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2030년까지 20% 암모니아 혼소율을 적용하고, 이후 2050년까지 석탄 사용을 수반한 발전을 지속할 예정입니다. 결국 정부의 암모니아 혼소 정책은 석탄연료를 주 연료로 하고 암모니아를 부가적으로 사용하는 것이기에 사실상 석탄발전소의 수명연장을 위한 수단이라는 비판을 국내외로부터 받고 있습니다.
석탄발전에 암모니아를 20%만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현재 국내 석탄발전소의 규모가 엄청나기 때문에 연간 필요로 하는 암모니아의 양은 상당할 겁니다. 정부의 계획에 의하면 연간 1,100만 톤의 암모니아를 석탄발전소에서 취급하게 됩니다. 기후솔루션의 분석에 의하면 정부의 암모니아 혼소가 계획대로 사용된다면 그로 인하여 추가로 발생되는 초미세먼지의 양은 기존 대비 85%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암모니아 혼소정책은 무 탄소에너지원 적극 활용이라는 '양의 탈'을 썼지만, 실상은 초미세먼지를 늘리고 석탄발전소의 연명을 돕는 '늑대'에 불과합니다.
김해동은 계명대 지구환경학 교수로 재직중이다. 행정안전부 기후재난대응 T/F 위원도 겸하고 있다. 부산대학교 사범대학 지구과학 교육과를 졸업하고 동경대학 대학원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기상청 기상연구관을 역임했으며 대구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대구시민햇빛발전소 이사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기후위기과학특강>, <내일 날씨는 어떻습니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