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4일 닌텐도 스위치 및 PS4/PS5 버전으로 글로벌 동시발매가 시작된 ‘옥토패스 트래블러 II’(이하 ‘옥토패스2’). 본 게임의 전작인 ‘옥토패스 트래블러’가 2018년 처음 발매된 지 5년 만의 후속작입니다.

이 게임의 개발 주역들은 ‘브레이블리 디폴트’ 시리즈 등을 개발했던 스퀘어 에닉스의 ‘팀 아사노’와 ‘아키바 트립!’ 시리즈의 개발사 ‘어콰이어’. 모두들 80년대 인기 콘솔인 패미콤 등으로 도트 그래픽 RPG를 즐기며 감동을 느끼고, 그로 인해 게임업계에서 일하는 세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런 이유가 있어서인지, ‘옥토패스’ 시리즈의 기본 컨셉은 ‘과거 도트 그래픽 명작 RPG의 감동을 현 세대들에게 잔뜩 맛 보여주마!’라는 것. 그 컨셉은 1편과 마찬가지로 2편에도 이어져 이미 한국 및 해외에서 다수의 리뷰 및 게이머들의 호평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도 올드 세대(ㅜㅜ)답게 과거 2D JRPG의 매력과 향수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고 또 그에 끌리는 정서를 가지고 있기에 ‘옥토패스2’를 예약구매, 이른바 ‘내돈내산’으로 격무 중에도 틈틈이 재미있게, 감탄하며 즐기고 있습니다.
발매 당일부터 무시무시한 페이스로 게임을 클리어한 전국의 많은 열혈 게이머들의 열정에는 턱없이 미치지 못하기에 전체 내용의 리뷰까지 싣지는 못하더라도, 지금까지 즐겨온 ‘옥토패스2’의 매력을, 개발팀이 줄곧 표방해오며 게임에 정성껏 펼쳐 놓은 언리얼 기반의 ‘HD-2D’ 그래픽 서브엔진(메인 엔진이 언리얼이기에 이렇게 표현했습니다)이 지난 5년간 진화되어 온 요소들과 함께 아직 이 게임 구매를 망설이고 있는 -1편에 조금 실망해서? 또는 다른 대작들 플레이하느라 미뤄놨다던가 말이죠- 게임 유저들에게 가감 없이 전해보고자 합니다.


옥토패스2의 변화, HD-2D의 진보
2017년 1월에 발표, 2018년 7월 닌텐도 스위치로 처음 발매됐던 ‘옥토패스 트래블러’에서 과거 2D 도트 그래픽과 3D 렌더링 그래픽을 융합한 독특한 게임만의 분위기를 재현하기 위해 개발된 서브 엔진으로 부를 수 있는 것이 바로 HD-2D(High Definition 2D라는 의미로 네이밍)입니다.
얼핏 보면 도트가 마구 튀어서 옛날 게임 느낌이 확연한 주인공 캐릭터들이지만 여기에 배경 등을 3D 처리하며 각종 3D로만 가능한 효과들, 역동적인 카메라워크 등이 추가되면서 옛스러운 맛을 싹 잊게 해주는 것이 특징입니다.

‘옥토패스 트래블러’는 지금까지 누적 300만장 판매를 이룬 초 히트로 게임을 비롯한 HD-2D의 우수성(?)을 자랑했고 이 엔진을 이용한 게임이 지금까지 총 다섯 타이틀이 발매되었습니다(‘옥토패스2’ 포함). 그 외에도 고전 명작 중의 고전으로 꼽히는 ‘드래곤 퀘스트 III’가 현재 이 엔진으로 개발 중이죠.


HD-2D 그래픽은 지난 5년간 큰 변화나 진보 없이 여러 게임에 채용되었습니다. 그래서 일부 게이머들은 ‘우려먹기 아니냐?’라는 의심을 곧잘 하곤 했죠. ‘트라이앵글 스트래티지’나 ‘라이브 어 라이브’의 경우, 게임의 장르적 특징이라던가 오래된 명작의 리메이크라는 ‘다른점’으로 충분히 어필하긴 했지만요.
하지만 이번 ‘옥토패스2’에서는 당연히(!) 달랐습니다. 그간 스퀘어에닉스 측에서 굉장히 많은 양의 개발 정보를 풀어 홍보에 주력하면서 진화된 부분이 많이 알려지긴 했으나, 실제로 발매 후 직접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진보의 위력을 몸소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 좀 더 정교하게 다듬어진(작아진?) 도트와 더 커진 등신(‘等身’)
우선, 1편에 비해 캐릭터의 도트가 더 조밀해졌습니다. 그와 함께 촘촘한 도트 사이의 경계를 뭉개는 기법(디더링이라고 합니다)이 더해지며 도트가 좀 더 부드러워졌다고 할까?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훨씬 줄었죠. 반면 너무 뭉개버리면 도트라는 느낌이 아예 없어지므로 그야말로 ‘선을 넘지 않도록’ 기준을 잘 세웠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함께 캐릭터의 등신이 더 증가되어(약 2등신에서 3등신 정도로 커진 느낌) 전체 화면 대비 캐릭터의 크기가 커지면서 캐릭터를 조금 더 강조하는 효과를 얻었습니다. 아마도 바로 위에 설명한 도트 다듬기는 바로 이 등신 확장과 연관지어 화면 전체의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 역동적인 카메라워크, 밤낮의 변화에 따라 더욱 극대화된 라이팅 효과
각종 이벤트 신과 전투의 특수한 상황 발동 시에 다양하게 카메라 각도가 바뀌거나 역동적인 카메라워크로 시점을 계속 변경하는 등의 변화도 ‘옥토패스2’ HD-2D 그래픽의 큰 변화입니다.
특히, 전투 시에 보스 캐릭터들은 거구를 자랑하며 게이머들에게 위압감을 선사하는데, 부스트 공격 발동 시에 카메라 각도가 살짝 바뀌면서 스킬 공격을 시전하거나 하는 부분, 이벤트 컷신에 주인공 캐릭터가 이동하는 동선에 따라 캐릭터가 배경이 잘 조화를 이루도록 카메라가 따라가는 듯한 연출들은 게임을 즐기는 동안 내내 변화가 보이는 지점이라 스토리 및 전투에 몰입하는 느낌이 달라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옥토패스 트래블러’가 처음 일반 게이머들에게 공개되었을 때 HD-2D 그래픽의 ‘진수’를 보여주는 장면 중 하나로 ‘어두운 동굴 맵에서 주인공 캐릭터가 랜턴 하나에 의지해 이동하는’ 것이었습니다. 클래식 2D 그래픽에서는 도저히 재현하기 힘들었던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라이팅 효과였죠.

‘옥토패스2’에서는 스토리 이벤트 신 등에서나 정해졌던 낮과 밤을 조작키 하나로 전환할 수 있게 바뀌면서 라이팅 효과의 ‘맛’은 한층 더 감칠맛 나게 변했습니다. 이제 낮에도 충분히 아름다웠던 마을이나 도시의 화려한 밤 모습을 키 하나로 바꿀 수 있어 감동이 더해졌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도트의 세밀함에 더해져 저마다 다른 색상의 광원이 겹쳐지며 만들어낸 미묘한 빛의 변화를 느끼는 게 어디서나 가능해졌다는 얘기지요.

낮/밤 전환은 그래픽 파트에서만의 변화를 가져온 건 아닙니다. 8명 주인공들의 고유 ‘필드 커맨드’를 2가지로 확장하며 게임 플레이와도 결합된 것이지요. 예를 들어 약사 캐스티의 경우 낮에는 마을이나 필드를 돌아다니는 NPC에게 자유로이 질문을 던질 수 있고, 밤이 되면 도시를 시끄럽게 하거나 하는 NPC에게 약초를 먹여(!) 잠을 재워 마을의 평화를 가져오거나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또 하나, 낮과 밤에 따라 출현하거나 사라지는 NPC들이 있으며 그중에는 특정 퀘스트에 대한 정보를 주거나 하는 식으로 어느 정도 주인공 캐릭터들의 게임 플레이와 상호작용하는 부분도 추가됐으니 이른바 ‘파고들기 요소’가 더 다양해진 셈이죠. 공략 포인트도 되고요.

옥토패스2에 와서 비로소 완성된 HD-2D의 노림수들
‘옥토패스 트래블러’ 개발 당시 과거 도트 그래픽 게임들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화면에 그려본 결과, 개발진들이 어린 시절 접했던 명작들의 ‘추억의 그 멋진 그래픽’이 나오지 않아서 당황했다는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서둘러 연구한 끝에 찾아낸 진실은 바로 당시에는 ‘브라운관 TV’를 통해 본 도트 그래픽이었다는 것이었죠.

결국 30, 40년 전 당시 게임 개발은 작업한 도트 그래픽이 브라운관 TV(CRT 모니터)의 화면 구현 방식의 한계에 의해 뭉개지는 현상까지 고려해서 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고, 현재의 개발진들은 과거 그런 부분까지 보정해 나가면서 지금의 ‘옥토패스2’의 진보된 도트 그래픽이 완성됐다는 것이죠.
또 스틸 사진이나 영상 등에서 흔히 나오고 사용되는 ‘피사계 심도’와 ‘미니어처 효과’를 HD-2D에 적극 도입했다는 것도 눈 여겨볼 만한 대목입니다.
우선 카메라 렌즈에서 빛을 어느 정도 통과시킬지 결정해 주는 ‘조리개’가 열리고 닫힘에 따라 부수적인 효과가 발생하는데 이걸 ‘피사계 심도’라도 표현하는데요. 심도가 깊어지면 초점이 맞은 부분이 화면 전체적으로 분포하게 되고, 반대로 심도가 얕아지면 초점이 맞은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의 격차가 커집니다.

‘옥토패스 2’는 각각 주인공들의 스토리를 따라가며 게임을 진행시키는 방식, 그러니 주목받아야 할 메인은 바로 캐릭터입니다. 필드에서 캐릭터가 이동함에 따라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일정 앞뒤 거리는 초점이 맞은 쨍한 도트 그래픽을, 그 거리를 벗어난 배경 부분은 심도가 얕은 흐릿함을 만들어 주어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는 효과를 노린 것입니다.
여기에 또 카메라 ‘필터’ 기법 중 하나인 ‘미니어처 효과’가 중첩됩니다. 글로 설명하기보단 사진 한 장으로 보여드리는 게 더 이해가 빠르겠네요.

기술적인 구현은 다소 다르지만 효과는 비슷한 이 두 가지를 활용해 게이머의 눈에는 극적인 연출로 표현되는 게 가능해졌다고나 할까요? 특히 눈이 내리는 설경에서 주인공 캐릭터의 앞뒤로 내리는 눈송이가 얕은 심도+미니어처 효과 덕분에 흐릿해져 예쁜 잔상으로 보이게 되는 등, ‘효과 확실하구만!’을 외칠 수 있게 된 것이죠.

8명의 캐릭터, 각자의 길을 따라가다 보면 하나로 만나는 스토리
‘옥토패스 트래블러’는 제목 그대로 8(OCTO)명 주인공 캐릭터들의 길(PATH)을 각자 혹은 모두 모여 따라가는 걸 상징하며 그것을 구현한 게임이었고, 그에 따라 호불호가 강하게 갈리는 부분이 있었습니다(주인공 8명의 이름 앞자를 합치면 ‘OCTOPATH’가 되는 등의 요소도 깜찍한 요소도 포함되었으며, 이는 ‘옥토패스2’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8명의 주인공 사연이 모두 다른데 스토리는 후에 하나로 합쳐지면서 불합리하게 생각될 요소가 생겨났으며, 각각의 사연이 결합하는데도 빈틈이 많다거나, 개인의 스토리가 기대보다 빈약했다는 점은 비판받은 부분입니다.
‘옥토패스2’에서는 1편과 컨셉은 거의 같으며 그것을 구현하는 방식에서도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다만, 구현된 세계를 전혀 다르게 해 전작을 하지 않았던 게이머들도 이번 작을 즐기는데 전혀 불편하다거나 위화감을 느낀다거나 하는 부분이 없도록 배려했고, 각 8명의 스토리 역시 초반 1장부터 몰입감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검사 ‘히카리’의 경우는 전작에 없었던 동양의 세계 및 국가 출신 캐릭터여서 다양성 면에서 좋아진 점.
전작에서 많이 들었던 비판, 각 주인공들 사이에 연결점과 상호작용이 너무나 부족하다는 것도 의식해서 손을 댔습니다. 스토리 진행 중에 주인공과 다른 캐릭터가 대화하는 부분도 늘리는 등으로 말이죠.

앞서 언급한 카메라워크 연출 다양화와 낮과 밤의 변화 등이 스토리 몰입감을 주는데도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은 마치 물건을 사며 많은 덤을 받은 기분이었습니다. 또 장르인 RPG = 롤(Role) 플레이(Play)를 제대로 구현하고자 했던 스퀘어에닉스와 어콰이어 개발진의 노력이 ‘옥토패스2’에서 HD-2D의 진화에 버금갈 만큼의 결실을 얻었구나 하는 걸 느꼈죠.

작은 추가가 큰 진보를 낳은 옥토패스 트래블러 2
이외에도 전투나 시스템 파트에서의 작은 추가가 개발팀이 의도치 않았을(?) 큰 진보를 얻었다고 짚고 싶습니다.
전투 진행에 2배속이 추가된 것은, JRPG에 익숙치 않을 게이머들이 지나치게 잦은 전투 인카운트로 받을 스트레스를 크게 경감시켜 주는 효과를 냈습니다. 전투 인카운트 횟수를 줄여주는 ‘특전’은 흔한 ‘레벨 노가다’를 어느 정도 겪으며 스토리를 진행해야 얻게 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또 전반적으로 게임 초반 난이도가 낮아진 것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1편인 ‘옥토패스 트래블러’의 경우 이 게임 전투의 가장 핵심 부분인 ‘적의 속성을 빨리 간파해 실드 포인트를 깎아(브레이크) 무방비 상태로 만든 후, 턴 경과로 얻은 보너스 포인트를 집중적으로 사용해 대량의 대미지를 주어 적을 무찌른다’는 사실을 빨리 파악하더라도 지나치게 어려웠습니다.
필자의 기억으로도 각 캐릭터 1장은 거의 튜토리얼 개념 정도로 만만하게(?) 생각했을 게이머들에게 ‘멘붕’을 안겨줄 정도로 초반부터 상당히 어려웠는데요(이 게임은 더구나 적의 HP가 나오지 않습니다).
다행히 ‘옥토패스2’에서는 그 난이도가 매우 낮아진 느낌으로, 처음 1, 2회 전투에서부터 ‘Game Over’를 겪지 않고 무난히 각 캐릭터의 1장을 클리어 할 수 있는 정도의 난이도를 보여줬습니다. 아주 환영할 만한 부분이죠.

이 재미와 감동을 아주 천천히 맛보고 싶다, ‘옥토패스 트래블러 2’
‘옥토패스2’의 또 다른 특징으로 다회차 플레이에 가야만 꼭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에 1회차 플레이에서 모든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라는 것입니다. 앞서 설명한 대로 8명 주인공 캐릭터들의 사연이나 스토리를 메인 진행에서 곁다리로 모두 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죠.
그래도 메인 요소와 서브 요소를 모두 즐기려면 거의 80~100시간 정도는 필요할 만큼 콘텐츠도 풍부하고 클리어하기에도 만만치 않은 게임임에 분명합니다.

5년의 시간 동안 담금질된 HD-2D가 ‘옥토패스2’ 발매를 통해 갑자기 진보되어 ‘완전체’에 달하게 된 느낌을 받았습니다. 앞으로 추가될 HD-2D 그래픽을 사용한 또 다른 게임은 우리에게 어떠한 신선함과 즐거움을 줄 지는 모르겠으나, 우선은 필자 앞에 남겨진 ‘옥토패스2’의 방대한 콘텐츠를 아주 천천히, 진득하게 즐겨보고자 합니다.

필자: 베이더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