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차 하면 X구 된다" 폐차 직전 중고차, 무조건 수출 필수인 이유
국내 중고차 시장 규모는 2024년 4월 기준 약 240만 대 수준이다. 동시기 신차 규모가 170만 대 수준인 것을 보면 꽤 큰 규모를 갖고 있다. 아마 경기가 어렵고 금리가 오르다 보니 신차를 사기엔 부담이 있어서 중고차 시장으로 몰리는 듯하다. 예전처럼 막무가내로 구매 계약을 하는 시대는 지났고 요즘은 현대차나 기아차 같은 대기업에서 인증 중고차를 팔기 때문에 더더욱 접근성이 좋다.
그러나 국내에서만 중고차가 인기 있는 것은 아니다. 해외에서의 인기도 만만치 않은데 더 의미 있는 것은 국산 중고차가 해외로 추출되어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2022년 한 해만 추출된 중고차는 35만 대를 넘어서며, 2023년에는 한화 6.2 조원을 벌어들였다. 작년 대비 61.6%나 상승한 수치다.
효자 나라 등극한 리비아
값싼 주유비, 가솔린 호황
수출되는 차량도 최근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연식이 오래돼 가만히 두면 폐차해야 할 차량, 그러나 인기가 없을 뿐 멀쩡한 차량이 수출되고 있다. 한국 중고차를 꾸준히 수입하는 나라는 당연히 리비아다. 2022년에는 6만 대 이상을 추출해 중고차 수출량의 16.8%를 차지했다. 그 뒤로 요르단, 이집트, 키르기스스탄 등이 한국 중고차를 많이 수입한다.
이 나라들의 특징은 사막 지역에 있어 기온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부 공기 순환을 도와주는 선루프 옵션을 선호하고 내구성이 좋아 더운 여름을 견딜 수 있는 가죽 시트, 풀오토 에어컨이 장착된 것을 주로 선택한다. 또한 햇빛이 강하기 때문인지 검은색보다는 밝거나 흰색의 차량을 선택한다. 특히 기름값이 다른 나라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에 가솔린 모델을 주로 구매한다.
구식이라고? 아직 쌩쌩해
2010년식 중고차 잘 팔려
이들 나라에서 주로 구입한 차량은 무엇일까? 차량 연식은 보통 2010년~2015년에 생산된 차량이 수출되는데 그중에서 ‘엘란트라’라고 불리는 현대의 아반떼, ‘쎄라토’라고 불리는 기아의 K3가 중고차 수출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이 둘은 한국에서도 수요가 가장 높았던 차량인데 운전하기도 좋고 옵션도 다양해서 인기가 많다.
그다음으로는 스포티지R과 투싼ix가 수출이 잘 된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세단보다는 SUV가 잘 판매되고 있는데 그 여파인지 한국산 SUV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SUV들은 위에 언급한 나라들 말고도 칠레, 과테말라 등에서도 인기가 있는데 이 나라들은 아직 유류비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에 연비가 좋은 차량을 선호하는 것이다.
새로운 고객이 탄생했나?
그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
올해 6월 한 달 동안 키르기스스탄에서 수입한 한국 차량은 5,970대였다. 그리 많은 수는 아닌 듯싶지만 2021년 월평균을 내보면 평균 377대에 불과했다. 3년 만에 16배나 수입이 증가한 것이다. 그 주변국인 타지키스탄 역시 한국산 중고차 수요가 폭증했다. 보통 한 대당 2만 5,000달러에 판매가 된다. 신기한 점은 지난해 수출한 신차의 평균 단가가 2만 3,300달러였다는 것이다.
신차보다 중고차를 더 비싸게 주고 사는 이 기현상의 배후에는 러시아가 있었다. 미국 중심의 경제 제재를 받은 러시아가 차량 공급이 끊겨 그 우회로로 중앙아시아 국가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었다. 또한 홍해의 후티 반군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중고차 업자들이 배를 구하지 못해 원래 수출 효자국이었던 리비아, 이집트, 요르단에서의 수출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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