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20명→330명…캄보디아가 '한국인 사냥터' 된 이유 [쉽게 맥락을]

어디 가서 아는 척
할 수 있도록
미스터동의 [쉽게 맥락을]

'월 천만 원' 미끼에 지옥행
한국인 대상 범죄의 맥락 찾아보니

여러분, 최근 캄보디아에서 들려온 비극적인 소식을 접하셨을 겁니다.

박람회에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섰던 22세 한국인 대학생 박모 씨가 현지에서 범죄 조직에 납치돼 고문 끝에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지 두 달이 넘도록 시신조차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어 유족들은 "사람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며 울분을 토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이건 결코 남의 일이 아닙니다.

캄보디아 내 한국인 납치·감금 신고 건수는 2023년까지 한 해 10~20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220건으로 폭증하더니 올해는 불과 8월까지만 330건을 넘어섰습니다.

아름다운 유적지 앙코르와트로 기억되던 캄보디아가 어쩌다 한국인을 노리는 범죄의 소굴이 된 걸까요?

Bayon Temple, Cambodia. 사진은 unsplash
달콤한 제안이라더니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나요?

모든 비극의 시작은 SNS에 떠도는 ‘고수익 해외 취업’ 광고입니다.

‘타자만 칠 줄 알면 OK’, ‘간단한 서류 작업으로 월 천만 원 보장’ 같은 솔깃한 문구로 청년들을 유혹하는 거죠.

하지만 이 말을 믿고 캄보디아에 도착하는 순간, 꿈은 악몽으로 변합니다. 공항에 마중 나온 조직원들은 피해자를 차에 태워 높은 담장과 철조망이 쳐진 건물, 말 그대로 ‘교도소 같은 곳’으로 끌고 갑니다.

그곳에서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긴 피해자들은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보이스피싱, 로맨스 스캠 등 온라인 사기 범죄에 강제로 동원됩니다.

만약 할당된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무자비한 폭행과 고문, 심지어 살해 협박까지 받게 됩니다.

더욱 악랄한 것은 이들이 ‘빚’이라는 족쇄를 채워 도망칠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에이전트 소개비 5,000달러’, ‘숙소비 2,000달러’ 같은 명목으로 빚을 지게 하고, 그만두려면 이 돈을 전부 갚으라고 협박하는 식입니다.

심지어 구금된 피해자들은 하루 두 끼 멀건 국물과 밥 반 공기로 연명하고, 초코파이 한 개를 4달러에 사 먹거나 베개 사용료로 280달러, 휴대전화 사용료로 800달러를 뜯기는 등 끔찍한 인권유린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왜 범죄 조직은 유독 한국인을 노리는 거죠?

피해자는 일본인, 대만인, 태국인 등 다양하지만, 유독 한국인이 주요 범죄 ‘도구’로 타겟이 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한국의 편리한 금융 시스템을 악용하기 위해서입니다.

범죄 조직의 주 수입원은 한국인을 상대로 한 온라인 사기인데요.

사기 행각이 성공하려면 피해자들이 의심 없이 돈을 보낼 수 있는 한국인 명의의 통장, 즉 ‘대포통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은 스마트폰 앱 등을 통해 비대면으로도 쉽게 통장을 개설할 수 있고, 거래 한도도 높은 편입니다.

범죄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을 납치해 협박하기만 하면 손쉽게 범죄의 핵심 도구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셈이죠.

결국 한국인을 납치하는 행위 자체가 이들 사업의 핵심 과정인 겁니다.

앙코르와트의 나라가 어쩌다 범죄 소굴이 됐나요?

끔찍한 범죄의 배후에는 ‘삼합회’와 같은 중국계 범죄 조직이 있는 것으로 지목됩니다.

중국 정부가 본토에서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단속을 강화하자, 이들이 단속망을 피해 캄보디아, 미얀마, 태국 등지로 거점을 옮긴 겁니다.

특히 캄보디아가 범죄의 온상이 된 데에는 고질적인 정부의 부패 문제가 깊이 연관돼 있습니다.

38년간 이어진 독재 체제로 인해 정부 조직의 부패가 극심하고, 일부 공권력이 범죄 조직과 유착 관계를 형성했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국제앰네스티는 보고서를 통해 캄보디아 내 53개의 대규모 사기 작업장을 지목하며 "캄보디아 정부가 이를 방치하거나 묵인하고 있다"고 고발하기도 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 국민이 피해를 입어도 현지 당국의 신속한 수사 협조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상황이 이토록 심각한데, 우리 정부 대응은 충분한가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우리 정부도 이례적으로 강력한 조치에 나섰습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직접 주한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로 불러들여 항의하는 ‘초치’를 진행했는데요.

통상 국장급이 진행하는 초치를 장관이 직접 한 것은 이번 사태를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또한 정부는 수도 프놈펜을 포함해 시아누크빌, 보코산 등 범죄 다발 지역에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했습니다.

이는 여행경보 3단계(출국 권고)에 준하는 조치로, 해당 지역 방문 계획을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체류 중인 국민은 신변 안전에 각별히 유의하라는 강력한 권고입니다.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필리핀에서 운영되어 한국인 관련 범죄 대응에 효과를 본 ‘코리안 데스크’(현지 경찰에 우리 경찰을 파견하는 제도)를 캄보디아에도 설치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고수익’이라는 달콤한 말에 현혹되지 않는 우리 모두의 주의와 경각심이라고 지적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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