뷔페가 광대를 그린 이유?<베르나르 뷔페 전시회> 다녀온 후기, 도슨트(+뷔페 생애)

안녕하세요 오픈갤러리입니다:D
오늘은 지난 번 소개드렸던 예술의전당 추천전시 <베르나르 뷔페전>을 직접 다녀왔습니다.

전시구성이 탄탄한 만큼, 다녀오신 많은 분들이 도슨트 설명을 꼭 추천하셨는데요, 저는 지난번 컨텐츠를 작성하며 뷔페의 생애와 배경지식을 알고 간 덕분에 어려움 없이 전시를 감상할 수 있었어요.

이번 글에서 간단한 뷔페의 생애와 전시 후기까지 알려드리니, 꼭 끝까지 읽어보시고 전시 방문해보세요!
(참고로 도슨트는 화~금 (평일) 11시, 14시, 16시일정으로 운영됩니다.)


베르나르 뷔페 : 천재의 빛 광대의 그림자
전시회 후기

(전시장 내부는 사진촬영 금지입니다!)

대형원화 등 큼직한 작품이 많아 사진으로 볼 때보다 실제로 볼 때 감동이 더욱 컸습니다. 실제로 보니 징그럽고 무섭기보다는 당시 시대상을 어둡게 지배하고 있던 전쟁 트라우마와 어두운 사회 분위기가 느껴졌어요. 전시장 내부를 까만색으로 맞춰 어두운 화풍의 그림에 더욱 몰입이 잘되었습니다.

©공식 인스타그램

아무리 그가 어린 나이에 성공하고 부를 축적했었더라도, 개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격동의 현대사를 겪은 한 예술가의 삶이 어땠을지 느껴보며 지금 누리는 평화에 감사해야겠다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또한 광대 작품은 아무리 슬퍼도 남을 웃겨야 하는 광대처럼 항상 사회적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현대인과 비슷하다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공식 인스타그램

Bernard Buffet, (1928-1999)

(도슨트 설명 + 따로 알아본 정보가 합쳐져 있습니다!)

베르나르 뷔페의 작업모습 ©게티이미지

뷔페는 성장기에 제 2차 세계 대전을 겪었으며, 1945년, 그가 17살이 되던 해에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이때의 상실감과 우울함은 그의 작업 전반에 드러납니다. 불안장애와 알코올 의존증도 평생 겪었습니다.

뷔페의 초기작들은 약간의 누덕누덕한 표현이 나타나는데요, 나치 점령 하의 파리에서는 물감구하기가 어려워 그의 초기작은 색이 얇게 펴발라져있고 물감 없이 붓 뒷면으로 캔버스, 물감을 긁어 표현했는데 이때 그의 화풍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우울한 작품 스타일 덕분에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었습니다. 미술계의 인정도 받았고요.

뷔페의 작업실. ©nicholas foulkes

그는 당대 굉장히 일찍 성공한 화가였습니다. 무려 20살에 프랑스 비평가상을 받았고, 매년 메이저 전시회에서 상을 받았습니다. 21살에는 파블로 피카소에 대적할 만 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58년 뉴욕 타임즈 기사에서는 그를 전후 프랑스의 5대 문화인으로 꼽았습니다. (입생로랑도 5명 중 한명이었습니다.)

1959년 TIMES 표지

20대를 성공으로 보낸 뷔페, 30대가 되어 평생의 동반자 아나벨과 결혼합니다. 위 그림은 아나벨을 그린 그림인데요, 조금 예쁘게 그려주지 않았나요? 젊은 시절 뷔페의 외모와 잡음 없는 사생활 덕분에 한국에서 더욱 인기가 높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뷔페와 광대

전시를 보기 전 가장 궁금했던 점은 왜 광대를 그렸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작품 연도를 보면, 뷔페는 젊었을 때부터 성공한 이후에도 꾸준히 광대를 그렸거든요.

1989년作 (전시와 상관없는 이미지)
1977년作 (전시와 상관없는 이미지)

뷔페가 그린 광대는 모두 본인 얼굴에 직접 분장을 한 후 그린 그림이라고 합니다. 광대는 온갖 변장으로 때로는 본인을 낮추며 희화화하고, 부족한 부분을 감출 수 있죠. 하지만 관객 누구도 그가 정말 어떤 사람인지는 궁금해하지 않습니다. 자화상과도 같은 광대는 본인의 내면을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다는 그 자체를 표현한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1969년作 (전시와 상관없는 이미지)

자료를 더 찾아보니, 뷔페의 광대는 당시의 장 폴 사르트르로 대표되는 실존주의 철학과 실존적 고립과 불안을 주제로 탐구한 사뮤엘 베케트의 문학작품에서도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광대가 아닌 풍경화를 그린
뷔페 작품


미술의 흐름이 파리에서 미국으로 옮겨가 잭슨 폴록과 같은 추상화가 주류가 되었고, 비평가들의 평가도 좋지 않았지만 뷔페는 본인만의 스타일로 꿋꿋이 작품활동을 이어나갔습니다. 그를 기점으로 미술사조가 정말 급격히 바뀌었다는 점이 느껴졌습니다. 액션 페인팅의 장르를 개척한 잭슨 폴록과 베르나르 뷔페가 동시대 작가였다는 점이 믿겨지시나요?

사진 삭제

잭슨 폴록의 1950년작
뷔페의 1956년작

70세경에 파킨슨병에 걸리자 손이 떨려 마음 대로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되고, 죽음 연작을 그리는 등 작품들은 다시 어두워집니다. 위 그림은 뷔페가 그린 마지막 그림입니다. 아내 아나벨은 이 작품을 보고 뷔페의 죽음을 직감하여 집안의 뾰족한 물건들을 모두 치웠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는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맙니다.

작품마다 큼직하게 써있는 이 'Bernard Buffet'사인이 영어 폰트로 나와도 좋겠다 싶을 만큼 너무 멋있더라구요. 2019년에 이어 5년만에 열리는 거니까 또 언제 열릴지 모르니까요. 9월 10일까지 전시하니 한 번쯤 방문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전시를 다 보고 나니, 뷔페에게 그림은 어떤 치유의 수단이었던 것 같습니다. '본인은 성실한 노동자'라고 말하며 그림을 하루에 12시간씩 그렸고, 파킨슨병에 걸려 더이상 그림을 예전만큼 그릴 수 없게 되자 자살을 택했습니다. 아내에게 마지막으로 장미꽃 한 송이를 남기고요.
그림이 끊어지자 삶이 끊어진 것이죠. "어떤 의미에서 내 그림은 내 인생의 모든 단계를 관통하는 실과 같아서 한번도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왔다. 삶은 계속된다."


그림, 강력한 치유의 수단

현대의 한국 작가들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치유의 경험을 그림으로 녹여내기도 하고, 미술치료를 공부하시고 감상자가 작품을 보며 내면의 상처가 치유되는 바램을 작품에 담으시는 분들이 계신데요, 오픈갤러리 작품들중에서 내면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작품들,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오픈갤러리 이수빈 작가

이수빈 작가의 작품 <The Wind>는 유년시절 인간 관계로부터 받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자연에 몸담았던 시간과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자연에서 벗어나 다시 일상 생활로 돌아가서도 작가에게 인간 관계에서의 상처는 반복적으로 발생하였고, 따라서 이렇게 심정을 치유받았던 상황을 그림으로 기록하게 되었다고 한다. 작가에게 풍경은 따라서 사실적인 재현에 목적을 둔 것이 아닌, 감정과 기억의 흔적을 기록해 심리적 안정을 취하게 해주는 소재가 되었습니다.

The wind 이수빈 캔버스에 유채 130x130cm (100호), 2020
오픈갤러리 허은주 작가

허은주 작가님의 작품 제목은 '에너지'라는 단어가 들어갑니다. 그림을 보는 순간 관객으로 하여금 힘찬 에너지가 전달되기를 바라는 작가의 낭만이자 소망이기 때문이죠. 정말 물감에서 에너지가 느껴지는 것 같지 않나요? 물감들을 흩뿌리고 뭉쳐 표현된 힘찬 물결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연상시키는 허은주 작가의 작품들은 감상자로 하여금 시원한 청량감을 선사합니다. 푸른 색감은 다가오는 여름 계절감도 잘 느껴집니다.

<생명에너지> 허은주 캔버스에 아크릴, 혼합 재료 61x73cm (20호), 2022
<생명에너지> 허은주 캔버스에 아크릴, 혼합 재료 61x73cm (20호), 2022

소개해드린 작품들 어떠셨나요? 작품에서 어떠한 에너지가 느껴지셨나요? 직접 작품을 그리지 않아도, 감상하며 내면의 불안을 잠재워보는 시간을 한 번 가져보세요. 온전히 나만의 공간인 집에서 커피 한잔, 마음에 드는 음악과 함께라면 더욱 좋겠죠? 그 시작을 오픈갤러리 그림구독과 함께 시작해보세요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