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30년 사활 걸고 만든 기술을" 하루아침에 성공했다는 의심스러운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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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의 기적?”—대만이 공개한 하이쿤 잠수함의 진실

2023년 9월, 대만 가오슝 해군 조선소에서는 역사적인 장면이 펼쳐졌다. 자국 첫 독자 건조 잠수함 하이쿤(Hai Kun, 海鯤) 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대만 정부는 이를 “비대칭 전력 확보의 상징이자 자주 국방의 새 시대”라고 선전하며, 전 세계 언론이 이를 ‘대만의 잠수함 독립 선언’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기술적 세부 내역이 공개되면서 업계에서는 “30년 걸린 한국 기술을 5년 만에 완성했다”는 과장된 평가가 퍼졌고, 급기야 “한국의 잠수함 핵심 기술이 유출됐다”는 논란까지 불거졌다. 실제 조사 결과, 이 루머는 국내외 방산 관계자들의 기술 자문이 일부 전달된 것일 뿐, 명확한 기밀 유출은 없었다. 하이쿤 프로젝트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영국·네덜란드·일본 등 다국적 협력으로 이뤄진 복합형 공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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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의 한국, 9년의 대만—과연 같은 길인가

한국은 1980년대 후반 독일 209급 기술 이전으로 시작해, KSS-III 도산안창호급에 이르기까지 30년 동안 체계적으로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공기불요추진(AIP), SLBM 수직발사관, 잠항 자동제어 시스템 등은 수십 년간의 R&D 축적과 안정화 과정이 없으면 완성될 수 없는 기술이다. 반면 대만의 하이쿤은 2016년 차이잉원 총통 취임 이후 본격화된 ‘Indigenous Defense Submarine (IDS)’ 프로그램의 결과물로, 개발 기간은 9년 남짓이다. 핵심 설계는 네덜란드제 스바르디스(Zwaardvis)급을 현대화한 모델로, 실질적인 독자 기술보다는 기존 플랫폼을 토대로 한 ‘수정판’에 가깝다. 여기에 미국 록히드마틴이 전투체계를, 일본 민간 엔지니어들이 외형 구조 자문을 맡았으며, 철강재는 자체 개발된 HSLA‑80급 합금으로 대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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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술 유출설”의 실체와 경위

2024년 일부 국내 언론은 한화오션 계열 설계 인력이 SI Innotec 이라는 중소기업을 통해 대만 조선공사(CSBC)에 합류하면서 비공식 경로로 기술이 넘어갔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후 경찰청·방위사업청 합동 조사에서 “기밀 도면 파일 유출 정황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한화오션 역시 “일부 퇴직 기술자의 자문 활동일 뿐, 회사 차원의 자료 제공은 없었다”고 밝혔다. CSBC 측도 “국제 자문 계약을 통한 합법적 협력”이라며 유출 의혹을 부인했다. 기술 자문은 일반적인 조선공학 범위—압력용기 생산, 전선 배치, 내구성 평가 등—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즉, ‘한국의 30년 잠수함 기술이 통째로 넘어갔다’는 주장은 사실 근거가 없는 과장된 루머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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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독자 개발? 다국적 협력의 집약체

하이쿤의 실체를 뜯어보면 ‘국산 자주 개발’이라기보다 국제기술 통합체(Consortium product) 에 가깝다. 미국은 MK‑48 중어뢰와 통합 전투 시스템을, 영국과 일본은 강재 용접과 추진체 기술을, 네덜란드는 외형 설계와 구조해석을 지원했다. 전체 1,200명 정도의 인력 중 200여 명이 외국 기술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일본 은퇴 기술자들이 설계 조언을 담당했으며, 스웨덴·캐나다 역시 소나·센서 관련 라이선스를 제공했다. 이런 ‘글로벌 하이브형 개발체계’는 대만이 자체 잠수함을 생산 가능한 수준에 도달하게 한 원동력이지만, 동시에 “독자 개발”이라는 표현이 과장된 이유이기도 하다. 실질적으로 하이쿤은 기존 기술을 조합해 운용 가능한 형태로 만든 ‘현지 조립형 방산 프로젝트’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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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운항과 성능, 그리고 드러난 한계

2025년 6월, 하이쿤은 가오슝 앞바다에서 처음 해상 시험 운항을 시작했다. 추진, 공조, 통신 시스템은 정상 작동 판정을 받았으나, 주요 설비 몇 곳에서 냉각 라인 결함이 발견되었다. 수심 300m 잠항 시험은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 5월 현지 언론은 “배관 누수로 인해 주 엔진이 일시 정지했다”며 ‘실전 가동은 2026년 이후로 연기될 것’이라 보도했다. 또한 AIP(공기불요추진)나 잠대지 미사일 탑재 능력이 부재해 작전 지속력 면에서는 한국의 KSS‑III 잠수함에 크게 뒤처진다. 전문가들은 “하이쿤의 실질 전투 능력은 1990년대 일본 소류급 전단 이하 수준”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대만이 자력 설계·건조 능력을 확보했다는 점이 전술적 의미를 갖는다”고 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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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논란이 남긴 교훈, 그리고 한국의 과제

이번 사건은 방산 기술의 민감성과 글로벌 협력의 위험성을 동시에 드러냈다. 대만의 하이쿤은 중국의 군사 압박 속에서 비대칭 전략 전력을 구축한다는 정치적 성공을 거뒀지만, “한국 기술을 베꼈다”는 오해로 한·대만 간 기술 신뢰도에 그림자를 남겼다. 무엇보다 한국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기술 인력의 해외 자문 제도화, 국제 방산 협력의 투명성 강화, 산업기밀 보호체계 재검토에 착수했다. 전문가들은 “대만의 성공은 한국 기술이 아닌, 한국이 먼저 겪은 시행착오를 간접 학습한 결과”라고 평가한다.

결국 대만의 하이쿤은 ‘5년 만의 기적’보다는 다국적 협력과 정치적 절박함이 만든 산물이다. 한국에게 남은 과제는 분노가 아니라 냉정한 시스템 점검이다— 기술이 국가의 얼굴이 된 시대, 진짜 경쟁력은 지키는 법에서도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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