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민주주의 서막에 돋아난 광주 위한 대형 캔버스’ 펼치다
<@1>‘한국민주주의의 서막에 돋아난 광주를 위한 대형 캔버스’.
이는 2012년 영국의 가디언 신문(Guardian Newspaper)이 9월 25일자에 소개한 광주비엔날레에 대한 언급 대목이다. 광주비엔날레 창설 정신을 잘 읽어낸 매체 글로 평가된다. 광주비엔날레 지향점을 가장 잘 포착한 매체글의 하나로 읽힌다.
2016년 전시에 녹두서점의 호출은 비엔날레 속 광주의 정체성을 잘 녹여낸 사례로 평가됐다. 녹두서점은 1977년부터 1981년까지 불과 4년 남짓 운영된 곳으로 15평밖에 안 되는 작은 책방이었다. 하지만 5·18 당시 고립된 광주를 위해 대자보와 전단을 만들고 정보를 전달해준 상황실 역할을 해내며 시민들의 대동정신을 구현해냈다. 광주를 상징하는 것 중 대표적인 것 하나를 전시에 호출하면서 세계 미술계의 관심을 더욱 촉발시켰다. 광주적인 것이 가장 잘 통한다는 것을 입증한 사례로도 뽑혔다. 전시 내용과 형식의 완결성을 위한 노력 덕분으로 간혹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버틴길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여하튼 광주비엔날레는 지역에서 박한 평가를 받는 편이지만 해외만 나가면 그 위상이 엄청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모르는 미술인들이 없을 정도로 아시아 간판 비엔날레로 취급되고 있다. 관계자들이 광주비엔날레가 ‘세계 5대 비엔날레’라고 하면 자화자찬격으로 폄하해 이해하려 든다. 그러나 그 말은 사실이다. 2014년 세계적 권위의 인터넷 미술매체 아트넷(Artnet)이 선정한 ‘세계 20대 비엔날레’에서 베네치아 비엔날레와 카셀 도큐멘타, 미국 뉴욕의 휘트니 비엔날레, 유럽의 순회비엔날레인 마니페스타와 함께 세계 5대 비엔날레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2><@3>이렇듯 국내 최고 권위의 비엔날레이다 보니 국내외 미술계 인사 및 매체들의 관심이 뜨거운 편이다. 좀체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중앙매체 언론인들이 광주비엔날레 프레스투어 때는 반드시 참여해 취재활동을 벌이는 것만 봐도 비엔날레가 가지고 있는 경쟁력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올해 광주비엔날레 전시에 관한 매체들의 반응을 보면 해외에서 광주비엔날레에 대한 인지도를 직감할 수 있다. 광주비엔날레를 거쳐간 공동감독만 42명에 달한다. 2006년 6회까지는 대개 국내 정치계 인물이나 미술인이 조직위원장이나 총감독을 역임했다. 외국인 첫 감독으로는 지금은 고인이 된 2008년 제7회 전시 때 오쿠위 엔위저 때였다. 이때부터 광주비엔날레가 해외 유수의 미술계 저명인사를 감독으로 위촉하기 시작했다. 거기다 물망에 오른 세계적 미술계 인사 역시 감독 자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동안 광주비엔날레는 오쿠위 엔위저 외에 2010년 제8회 전시감독인 마시밀리아노 지오니, 2014년 제10회 전시감독인 제시카 모건, 2016년 제11회 전시감독인 마리아 린드 등 세계적 미술인들이 거쳐갔다. 오쿠위 엔위저나 마시밀리아노 지오니처럼 광주비엔날레 감독을 맡은 후 세계비엔날레 올림픽으로 통하는 베니스 비엔날레 감독으로 선정되는 사례들이 생기면서 광주비엔날레 위상이 여전히 공고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오쿠위 엔위저는 광주비엔날레 감독 역임 이후인 2014년 ‘아트리뷰’가 선정한 ‘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목록에서 24위에 이름을 올린데 이어 2015년 아프리카 출신으로서는 처음으로 베니스비엔날레 총감독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2019년 3월 골수암 투병 중 애석하게 세상을 떠났다.
이탈리아 출신의 전시기획자인 마시밀리아노 지오니는 미술잡지인 ‘플래시아트 인터내셔널’ 미국편집장(2000∼2002)을 맡으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으며, 2003년 제50회 베니스비엔날레의 ‘The Zone’ 섹션의 큐레이터로 참여했고, 2007년에는 리옹비엔날레 등의 자문위원으로 일했다. 2006년부터는 뉴욕 뉴뮤지엄 특별전 디렉터를 역임했으며 현재 뉴뮤지엄 디렉터를 맡고 있고, 올해 비엔날레 관람차 광주비엔날레를 방문했다. 2010년 제8회 광주비엔날레 총감독 이후인 2013년 베니스 비엔날레 제55회 총감독을 맡아 활동했다.
<@4><@5>2014년 제10회 광주비엔날레 예술총감독 제시카 모건은 임기가 끝나기도 전 현대미술의 중심지인 미국 뉴욕 첼시 소재 비영리예술기관인 디아아트재단 디렉터로 선정됐으며 2023년 제14회 이숙경 총감독은 테이트 미술관 역사상 최초의 동양인 큐레이터로 광주비엔날레 이후 영국 맨체스터대 휘트워스 뮤지엄 관장직에 올랐다. 휘트워스 뮤지엄은 1889년 설립된 유서 깊은 대학 미술관으로 고흐와 고갱, 피카소의 명작들을 포함해 5만점 넘는 소장품을 가지고 있다. 이숙경 감독은 2024년 베니스비엔날레 국가관인 일본관 예술감독을 맡았다.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 수상작가인 ‘마타아호 컬렉티브’는 네 명의 마오리 여성들로 구성된 협업 공동체로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참여작가 출신들이다.
아울러 올해 전시만도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서펜타인 갤러리 관장과 코니 버틀러 모마 PS1 디렉터, 영국 델피나 재단 애론 시저 총괄 디렉터, 마미 카타오카 모리미술관장, Ganbold Chuluun 몽골예술위원회 위원장, 쑨리유린 중국 창즈시 선전부장 등 국내외 각계각층과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광주비엔날레를 방문해 그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2012년 당시 동경현대미술관(MOT) 수석 큐레이터이자 샤르자 비엔날레 총감독을 맡고 있었던 유코 하세가와는 “다양한 담론 생산을 위한 시도가 돋보이는 전시이자 전시 운영 시스템의 틀이 탄탄하게 갖춰져 있다”고 말했고, 일본 동경 모리미술관 후미오 난조 관장은 “다양한 시각이 여러 장르의 현대미술 속에 잘 녹아든 전시”라고 밝힌 바 있다.
여기다 세계 유수의 매체와 미술전문지들이 대거 다룬 점 역시 아직 비엔날레가 우리의 박한 평가처럼 비엔날레가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관심 대상으로 그 위상을 유지해가고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
<@6><@7>지난 9월 6일 사전 개막 기간에 프랑스 국영 라디오 RFI를 망라 중국 신화통신, 독일 일간지 타츠, 일본 니케이 아시아를 망라한 해외 언론을 비롯해 아트뉴스, 아트넷, 아트포럼, 프리즈, 더 아트 뉴스페이퍼를 포함한 유수 미술 전문지 등 전 세계 30여 개 외신이 광주를 찾았고, 이후 ‘제15회 광주비엔날레’를 각자 매체에 소개했다.
외신들은 광주비엔날레가 화두로 던진 인류세와 한국의 전통 음악인 판소리의 연결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홍콩의 유력 영자 신문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현대미술 전시회인 제15회 광주비엔날레는 매혹적이고 흥미진진한 전시”라고 평했고, 미국의 유명 미술 온라인 플랫폼 아트시는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모든 참여작가가 살아있다는 점에서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와는 극명하게 대조적”이라고 언급했다.
이와함께 비엔날레 대표자회의도 열린 바 있다. 2012년에는 광주비엔날레로 상파울로비엔날레(브라질), 리옹비엔날레(프랑스), 리버풀비엔날레(영국), 이스탄불비엔날레(터키), 샤르자비엔날레(UAE), 베를린비엔날레(독일), 상하이비엔날레(중국), 요코하마트리엔날레(일본), 류블랴나 판화비엔날레(슬로베니아), 아시아퍼시픽트리엔날레(호주), 마니페스타(스위스)등의 전세계 비엔날레 관계자들을 광주로 모았다.
이외에 매 전시마다 뉴욕이나 두바이, 베니스 등 세계 주요 미술공간을 찾아 광주비엔날레를 알리는 홍보활동을 펼쳐 인지도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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