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 역사 국궁장 익산 건덕정 ‘존폐 위기’

서수~평장 국도대체도로 건설사업에 일부 편입도로 개설 시 활쏘기 불가, 이전도 사실상 불가능
익산 황등면 건덕정 앞에 도로 건설사업에 반발하는 내용의 현수막들이 내걸려 있다./사진=송승욱 기자

2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익산 건덕정(국궁장)이 존폐 위기에 처했다.

서수~평장 국도대체우회도로 건설사업에 부지 일부가 편입됐는데, 현재 계획대로 도로 개설이 이뤄질 경우 활을 쏘기 위한 거리가 확보되지 않기 때문이다.

황등면에 있는 건덕정은 1834년(순조 34)에 처음으로 이름이 붙여진 익산에서 가장 오래된 국궁 활터다.

호남 7정 중 하나로 여러 차례의 폐정과 복원을 거쳐 지난 2017년 현재의 장소에 신축 이전됐으며, 150여 명(휴회원 포함)의 궁도인들이 활쏘기를 즐기며 이용하고 있고 매년 3차례 이상의 대회와 전국 명궁인 선발·교육 등이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이 추진 중인 도로 건설사업에 편입되면서, 이용도 못하고 이전도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했다는 점이다.

건덕정 측에 따르면, 전체 1만 1434여 ㎡ 중 1841여 ㎡가 편입됐으며 향후 도로가 개설되면 건덕정을 관통하고 사무실 겸 휴게실로 사용 중인 건물 위치에 교각이 들어서게 돼 활 쏘는 자리부터 과녁까지 필요한 145m 이상이 확보되지 않는다.

일부 편입 부지 수용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지만, 전체 부지를 매입하는 것이 아니어서 이전도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건덕정 측과 인근 주민들은 현수막을 내걸고 법적 대응에 나서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은 관계기관 협의와 사업비 등을 고려해 최적의 노선이 결정됐고 지난 4월 중앙토지수용위원회로부터 적정 판단을 받았다는 입장으로, 오는 10월 4일까지 지장물 자진 철거 요청 및 행정대집행 안내 공문을 발송한 상태다.

이에 대해 건덕정 관계자는 “사전에 협의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지금으로서는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회비로 변호사를 선임해서 대응하고 있고 행정대집행 일시가 너무 촉박해 이를 중지해 달라는 취지의 가처분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익산국토청 관계자는 “해당 편입 부지에 대해 관련 법령에 따라 손실보상 협의와 중앙토지수용위원회의 수용재결과 이의재결이 진행됐고, 그 이후 손실보상금 증액 청구 소송이 제기돼 현재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송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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