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로도 체불임금 받는데..조선족, 법률서비스 사각지대에"[인터뷰]

황병서 2022. 8. 2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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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온법률지원센터 이재권 고문변호사
재한중국교민회와 손잡고 조선족 등 법률 지원
"변호사 전화 한통으로도 해결돼"..무료 상담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전화 한 통으로도 임금 체불을 해결할 수 있더라고요. 법률서비스를 받기 어려워 당했으니, 그저 안타깝습니다.”

1992년 한·중 수교를 맺은 지 30년,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체류하는 한국계 중국인(조선족)은 지난해 11월 기준 52만3000명으로 외국인 중 가장 많다. 하지만 뿌리가 같고 같은 언어를 구사해도 차별과 편견에 고충을 겪고 있다.

이재권(50) 변호사는 임금 체불 등 부당한 일을 당해도 억울함을 호소할 데 없는 조선족의 법적 조력자다. 이 변호사는 작년 이맘때쯤 재한중국교민협회와 손잡고 조선족에 고충상담과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니온법률지원센터의 고문변호사가 됐다.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유니온법률센터에서 만난 이재권 변호사(50)가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황병서 기자)
이 변호사는 25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수많은 중국 동포가 법률서비스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한국의 법 제도나 절차에 생소하고 작은 형사사건이라도 결국 비자, 체류문제가 연관되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한국인보다 훨씬 큰 어려움을 겪지만, 이들을 위한 체계적인 법률서비스 지원창구는 전무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내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며 임금 체불을 당한 조선족의 사연들을 들려줬다. 그는 “40대 중반 남성이 찾아와 임금이 수개월 밀려서 1000만원을 못 받고 있다고 하소연하더라”며 “회사는 이 남성의 팀장에 줬다고 하는데 팀장이 돈을 떼먹은 듯 했다”고 말했다. 이어 “팀장이란 사람에 전화를 걸어 변호사라고 소개하고 임금 체불 문제를 언급했더니 밀린 돈을 주더라”고 했다. 그는 “임금 체불, 착복 당하는 경우가 많고 수백만원을 빌려주고 받지 못하는 이들도 찾아온다”며 “제때 적절한 법적 조언을 받지 못해 생활 기반이 무너지는 경우도 적지 않게 봤다”고 전했다.

이 변호사가 이렇게 1년간 맡은 사건은 50여건에 달한다. 법률 상담은 무료로 해주고, 정식으로 사건을 수임하더라도 수임료는 일반적인 사건의 70% 수준만 받는다.

그는 한국 매스컴에서 조선족에 관한 편견을 강화한다는 우려도 내놨다. 그는 “서울 대림동, 조선족을 소재로 한 영화 등은 주로 범죄와 연관돼 있지 않나. 대림동에 개인사무실을 둔 제게도 ‘너무 위험하지 않느냐’고 걱정해온다”며 “하지만 중국 동포 대부분은 한국 국적을 취득해 경제적인 어려움과 차별을 극복하려고 열심히 사는 소시민”이라고 말했다.

조선족에 대한 법률지원이란 그의 ‘재능기부’는 역지사지의 마음이다. 이 변호사는 “중국에 가 있는 한국분들도 법률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때 연락이 온다”며 “우리나라에서 중국교포가 그렇듯 한국인도 외국에선 법률서비스를 받기 어려운데 중국 현지에서도 도움받을 길이 많이 생기길 바란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한·중 수교 직후엔 중국 동포들이 주로 일용 노동자, 식당근로자 등 단순 노동업무에 주로 종사했지만 이제는 활동범위가 우리 사회의 각 분야로 넓어지고 있다”며 “동포 출신 비례대표 국회의원 등이 나와서 양국 국민간 불신을 없애고 교류를 활성화할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황병서 (bshw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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