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TR “각국 무역합의 구속력 높여야” 韓에 요구하나
“한국 등 상호무역협정 격상해야”
“식품·농산물 비관세 장벽도 해소”
한미 공동 팩트시트 성과 강조

미 무역대표부(USTR)가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과의 무역 관련 기본합의(프레임워크)를 법적 구속력이 있는 ‘상호무역협정(ART)’로 격상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미 정부간 이와 관련한 협상은 진행 중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향후 미국이 한국에도 요구해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일(현지 시간) USTR이 미 의회에 제출한 ‘2026년 무역 정책 어젠다 및 2025년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USTR은 “지난 10개월 동안 아르헨티나,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대만과 ART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 EU, 인도, 일본, 스위스, 태국, 베트남과 기본합의를 발표했다”며 “USTR은 각 기본합의를 ART 또는 이에 상응하는 협정으로 격상시키기 위해 적극 협상 중”이라고 설명했다.
USTR은 ART에 대해 “법적 구속력이 있으며 완전히 집행 가능한 것”이라고 표현하며 “교역 대상국이 미국 수출품에 대한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크게 낮추고 미국이 해당 교역 상대국에 대해 최혜국 대우 관세율보다 높은 추가 관세를 유지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USTR은 “이는 미국 농산물 및 공산품 수출을 늘리며 수입 의존도를 줄여 무역 균형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한국과 미국 정부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ART로 승격하는 협상은 진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USTR이 의회 제출 보고서에서 이를 거론한 만큼 향후 미국의 요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무역합의 법적 구속력이 생길 경우 우리의 무역정책 운신의 폭에도 그만큼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
USTR은 한국이 대표적인 비관세 장벽으로 분류되는 쿠팡 제재와 망 사용료 등 디지털 서비스법에 대해 차별 해소를 약속했다고도 적었다. USTR은 “한국은 디지털 서비스에 영향을 미치는 법률이 미국 기업을 차별하지 않을 것임을 공약했다”고 말했다. USTR이 언급한 항목은 망 사용료, 온라인 경쟁 규제 등이다. 한국이 현재 자국 내 데이터를 제3국에 반출하는 것을 통제하는 데 대해서도 “한국은 국경 간 데이터 전송을 원활하게 하도록 지원하기로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USTR에 따르면 한국은 식품과 농산물 무역 품목에서도 미국에 협력 의사를 밝혔다. USTR은 “한국은 식품 및 농산물 무역에 영향을 미치는 비관세 장벽 문제 해결에도 나섰다”면서 “이는 미국산 원예 제품의 시장 접근 요청 적체 해소와 미국 생명공학 제품의 규제 승인 절차 간소화 등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러한 품목들은 USTR이 한국의 대미(對美) 비관세 장벽이라고 지적해 온 주요 사안이다. 이날 공개된 보고서에서 USTR은 “미국은 시장을 개방했지만, 다른 국가들은 미국산 수출품에 대해 시장을 폐쇄적으로 유지했다”며 만성적 무역적자를 무역정책의 핵심 현안으로 꼽았다. 그간 진행되어 온 불균형한 자유무역으로 인해 미국의 상품 적자가 심화되고 제조업 기반이 붕괴됐다는 논리를 강조한 것이다. USTR은 일본과 한국에 대해 “비관세 장벽과 특정 부문에 대한 기준을 부과해 미국 기업의 핵심 산업 진출을 제한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한미 정상회담 합의를 담은 공동 팩트시트에 대해서는 “한국은 핵심 산업 분야의 미국 제조업 기반 재건을 위해 3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했으며, 이 중 1500억 달러는 조선 산업에 투입될 예정”이라고 성과를 강조했다. 미국 연방 자동차안전기준(FMVSS)을 준수하는 미국 자동차를 추가 개조 등 요구 없이 수입 가능하도록 한 연 5만 대의 한도도 폐지했다고 소개했다.
USTR은 “2026년에도 무역에도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낮추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며 필요 시에는 무역법 301조를 기반으로 새롭게 조사에 착수하거나 그에 준하는 집행 절차를 밟을 가능성도 언급했다. 연방대법원이 상호관세 위법 판결을 내리자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법 301조를 이용해 관세 정책을 이어갈 것임을 예고한 바 있다. 핵심 광물과 산업 공급망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국가안보’를 근거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무역법 232조를 이용할 방침이다. 미 정부는 이미 철강·알루미늄·구리·자동차에 대해 232조 기반 관세를 부과하는 한편, 반도체·의약품 등에 대해서도 조사를 앞두고 있다.
박민주 기자 mj@sedaily.com워싱턴=이태규 특파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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