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루 해군이 운용하고 있는 잠수함들의 나이를 알면 깜짝 놀랄 겁니다.
현재 페루 해군은 독일제 타입(Type) 209 잠수함 6척을 운용하고 있는데, 이들 디젤-전기 잠수함은 1974년에서 1983년 사이에 취역해 40년 넘게 페루 해군의 수중 전력을 담당해왔습니다.
페루 해군은 이미 노후화된 잠수함의 작전 능력 유지를 위해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TKMS)와 협력해 포괄적인 현대화 프로그램을 시행했습니다.
실제로 BAP 치파나가 현대화를 가장 먼저 완료해 수명을 약 15년 연장하는 효과를 거두기도 했죠.
그런데 문제는 이런 현대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점입니다.
잠수함의 기본 설계와 구조는 40년 이상 된 것으로, 근본적인 성능 향상에는 한계가 있어 신형 잠수함 도입이 필수적인 상황입니다.
마치 오래된 자동차를 아무리 수리해도 최신 차량의 성능을 따라올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죠.
한국의 HDS-1500, 완벽한 타이밍에 등장한 대안
바로 이때 한국의 HD현대중공업이 개발한 HDS-1500 잠수함이 페루에게는 완벽한 대안으로 등장했습니다.
지난 2025년 4월 페루 해군 산업 서비스(SIMA 페루)는 수도 리마에서 열린 국제방산전시회 'SITDEF 2025'에서 HD현대중공업과 관련 양해각서(MOA)를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새로 개발될 잠수함은 HD현대중공업이 설계한 HDS-1500 모델을 기반으로 할 것으로 보이며, 전장 65m, 배수량 1500톤급으로, 한국의 장보고-3(KSS III) 같은 유사 체급 잠수함보다 크기는 작지만 경제성을 높였습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운용 효율성입니다.
특히 승조원 수를 기존 32명 수준에서 25명으로 줄여 운용 효율성을 높였고, 리튬 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잠항 능력을 포함한 자율성을 크게 높였으며, 유지보수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합니다.
경제성과 성능을 동시에 잡은 중형 잠수함의 혁신
HDS-1500이 페루에게 매력적인 이유는 단순히 새로운 기술 때문만이 아닙니다.
HDS-1500은 한국의 장보고-3급(KSS-III) 잠수함의 절반도 안 되는 크기와 무게로, 국방예산과 인력이 제한된 국가들에게 경제적으로 매력적인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기술적 혁신도 눈에 띕니다.
특히 한국의 손원일급(214급) 잠수함과 크기는 비슷하지만, 고가의 공기불요추진체계(AIP)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 고급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을 채택해 비용을 크게 절감했습니다.
이는 마치 전기차가 기존 내연기관 차량보다 유지비용이 저렴한 것과 비슷한 개념이죠.
사용자의 요구에 맞춰 센서·무장·전투체계를 변경할 수 있는 개방형 구조를 채택한 것도 특징입니다.
이런 유연성은 페루 해군의 특수한 작전 환경과 요구사항을 고려할 때 큰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성능 면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능력 확보
HDS-1500의 성능은 어떨까요?
운용 능력 면에서는 최고 속도 50노트, (탑재 미사일) 사거리 50km로 순항 미사일을 이용한 지상 공격 임무 수행이 가능할 전망입니다.
또한 선체·측면주사·능동 예인 소나 같은 첨단 음향탐지 장비와 기뢰 회피 센서, 이동형·부유형 기만기, 항해 레이더 등도 갖추고 있습니다.

군사 전문가들은 HDS-1500급 잠수함이 동급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갖췄다고 평가하며, 페루 해군의 억지력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봅니다.
실제로 군사 전문 매체 디펜사닷컴도 이번 사업이 페루 SIMA에 첨단 함정 건조 기술과 경험을 이전하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209급 잠수함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
HDS-1500의 등장은 전 세계 잠수함 시장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전 세계 잠수함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독일 TKMS(구 HDW)의 Type209 잠수함의 대체수요에 HDS-1500이 안성맞춤이라는 점입니다.

Type209 잠수함은 한국 해군을 포함한 13개 국가가 운용중인 베스트셀러 잠수함인데, 거의 대부분이 함 수명을 30년 이상 넘겨 노후화가 심각하지만, 이들 국가들은 국방예산의 부족으로 대체 잠수함 건조가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한국의 전략도 명확합니다.
HDS-1500은 이를 노려 강력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서도, 과거 세대 잠수함보다 훨씬 뛰어난 리튬이온전지를 사용한 수중 잠항 능력, 발전된 전투체계를 사용한 업그레이드 된 공격력으로 수출 국가에 어필할 것으로 보입니다.
남미 해군력 균형 변화와 칠레에 대한 도전장
이번 협력이 단순한 무기 거래를 넘어서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 사업은 남미 지역의 오랜 해군 강국 칠레의 아성에 도전하는 의미가 있어 주목됩니다.
페루가 현대적인 잠수함을 도입하면 남미 지역의 해군력 균형에도 상당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죠.

광활한 태평양 해안선을 가진 페루에게 잠수함 전력은 국가 주권 보호와 해양 안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특히 페루는 이 사업으로 노후 잠수함 교체뿐 아니라 자국 내 방산 기반 시설과 생산 능력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국 방산의 새로운 성공 스토리 시작
이번 협력은 페루와 한국 간의 광범위한 국방 관계를 강화하고, 해양 및 안보 영역 전반에 걸쳐 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전망입니다.
한국은 이미 K-9 자주포, FA-50 경전투기 등을 성공적으로 수출하며 세계 방산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거든요.
설계 개발 단계는 2~3년 동안 진행될 예정이며, 성공적인 자금 조달 및 설계 완료 후 건조에 최소 4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에 따라 첫 번째 잠수함은 2030년대 초반에 실전 배치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페루가 독일 대신 한국을 선택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경제성과 성능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혁신적인 기술, 그리고 단순한 판매가 아닌 기술 이전과 공동 개발을 통한 진정한 파트너십을 제공하기 때문이죠.
이번 성공이 한국 방산이 남미 지역에서 해양 방위 시스템 분야의 주요 공급국으로 자리매김하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