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디자인세미나] “퍼펙트 데이즈의 끝에 편히 쉴 수 있는 집이 되기를”
건축가 12인의 하우스 디자인 세미나_⑤
EAST4 박준호
2024년 여름 개봉한 영화 ‘퍼펙트 데이즈’는 공공시설 청소부인 히라야마의 일상을 따라가며 반복되는 하루하루가 사실은 모두 유일하고 완벽한 날들이라는 가치와 메시지를 잔잔하게 표현한다. 박준호 소장은 영화의 의미를 집으로 확장하여, 매일이라는 여행의 끝에서 집은 내 몸을 편히 쉴 수 있게 해주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집이라는 공간은 일상성의 회복을 도와주고 그를 통해 완벽한 하루들을 만들어 가는 데에 필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건축이 지어지는 지역의 특성은 건축적 결과물을 정의할 만큼 중요한 요소라는 점도 이야기했다. 그 특성들은 지역의 독특한 환경과 언어를 닮아가고, 개인의 촉각적인 경험은 경험물의 범위를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는 것. 또한 한국의 전통 건축을 알아보며 감각으로 받아들이는 건축에 대해 살펴보았다. 안동 만휴정, 경주 독락당, 영양 서석지, 청송 성천댁 등 건축적 가치가 있는 장소들을 소개하기도 했다.그의 지난 프로젝트들은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집주인 고유의 이야기와 특성을 내재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집의 안과 밖을 ‘산책’하듯 이어주는 동선을 만들고, 최대한 느리게 주변을 둘러보며 걸을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 그가 그린 주택의 주안점이었다.
지평 주택에서는 외부도 아니고 내부도 아닌, 가변적인 공간으로 작동하는 ‘전이 공간’이 주택에서 얼마나 다채롭고 풍부한 경험을 만들어 내는지 느낄 수 있었다. 입구도 일종의 전이 공간인데, 그는 집의 입구를 외부에서 보이지 않게 숨겼다. 입구로 가는 길은 충분한 산책을 통해 뒷마당까지도 연결되는 전이 공간이 된다. 한편, 여주 주택은 두 자매를 위한 집이었는데 하나의 대지에 두 가족의 집을 계획하는 프로젝트였다. 마당과 산책로를 가운데 두고 간결하게 지어진 두 채의 주택은 서로에게 적당한 거리감을 지니는 모습이었다.그는 집에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간에 대한 질문에 화장실이라고 답했다. 어떤 현장을 가든지 화장실을 제일 먼저 본다고 한다. 화장실은 나중에 바꿀 수가 없기 때문에 처음 계획할 때부터 구체적인 모습을 갖추게 되는데 이 화장실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철학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주택에서 건축가의 역할 중 하나로 꼽은 것은 사이트의 낯섦을 캐치하는 것이다. 매일 똑같은 곳에서 똑같은 패턴을 반복하지만, 어느 날 공간이 낯설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 사이트의 복합적인 연계성을 조합해 낯선 시선을 녹여냈을 때 다양한 감상을 지닌 집이 완성된다.
구성_ 조재희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4년 12월호 / Vol.310 www.uuj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