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먹거리 日상륙]③ “초록병은 멋진 것”... 年 850억 쓸어담은 참이슬의 반란

도쿄=이민아 기자 2023. 11. 2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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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이트진로 유보형 일본 법인장
참이슬, 회전율 높고 인기 좋은 전국 편의점 ‘냉장 매대’ 진열
2016년 과일향 첨가 소주 출시...한류 타고 인기
‘초록병’은 멋진 것이라는 인식 Z세대 사이 퍼져

“일본 전국 어느 편의점에 가도 참이슬을 볼 수 있습니다.”

지난 1일 일본 도쿄 롯본기역에서 약 50m 거리에 위치한 하이트진로의 일본 법인 ‘진로’에서 만난 유보형 법인장은 “편의점에 가보면 참이슬의 위상을 알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실제 도쿄 시부야, 롯본기 등에서 일본 3대 편의점인 세븐일레븐과 패밀리마트, 로손 매장을 둘러보니, 참이슬 시리즈가 냉장 매대에 진열돼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일본 편의점 냉장 진열대에 놓인 과일향 첨가 소주./도쿄=이민아 기자

유 법인장을 만난 이 붉은 벽돌 건물 앞에는 ‘JINRO(진로)’라는 글자가 큼직하게 적혀있었다. 건물 유리 통창 너머로 친숙한 진로 두꺼비 모형들이 서있었다. 한국 인기 술집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이 두꺼비는 일본 도쿄 최대 한인타운인 신오쿠보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그는 지난 2020년 하이트진로 일본 법인장으로 취임해 일본 법인을 이끌고 있다. 1992년 하이트맥주 입사 후 30년 넘게 회사를 다녔다. 이후 하이트맥주 수출 팀에서 다양한 대륙으로의 수출 전략을 세웠고, 2017년 중국 법인장을 역임하다 3년 후 일본 법인으로 건너왔다.

유 법인장은 “편의점은 진열 공간이 매우 협소해 잘 팔리는 제품 위주로 입점하는데, 그 가운데 냉장 진열대에 배치되는 건 더 경쟁이 치열하다”며 “냉장 진열은 편의점 입점 제품 가운데서도 회전율이 높아야 가능한데, 참이슬은 일본 대부분 편의점에서 냉장 진열이 돼 있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일본 내에서 현지화에 성공한 한국 기업으로 꼽힌다. 하이트진로는 1979년 처음으로 일본에 소주를 판매하고, 1988년에 ‘진로재팬’ 법인을 설립해 본격적으로 확장에 나섰다. 이후 2012년 ‘진로’로 사명을 바꿨다. 해마다 일본 법인 매출은 증가하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849억원으로 다른 나라의 하이트진로 법인들에 비해 가장 매출액이 컸다.

유 대표에 따르면 일본에서 참이슬 인지도는 2018년 10.3%에서 5년이 지난 2022년 51.5%로 집계됐다.

그는 “슈퍼마켓, 드럭스토어, 편의점 등 일본 가정용 시장은 약 9만8000개 점포가 있는데, 우리 일본 법인은 9만2600개 점포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며 “이 중 참이슬은 7만2300개 점포에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1일 일본 도쿄 하이트진로 일본 법인에서 만난 유보형 일본 법인장./도쿄=이민아 기자

일본에서 참이슬이 인기를 얻는 계기가 된 것은 과일향 소주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2016년 ‘자몽에이슬’을 시작으로 ‘청포도에이슬’ ‘자두에이슬’ ‘딸기에이슬’을 출시하고 작년엔 ‘복숭아에이슬’을 출시했다.

그는 최근 일본에서 참이슬 인기가 높아지는 것을 몸소 느낀다고 했다. 유 대표는 “일본 주류 회사 모임에 참석하면, 진로는 이제 큰 회사들 그룹에 자리가 배치된다”며 “일본 현지 지인의 자제가 대학생인데 참이슬 마스카토(청포도)를 들고 방에 들어가 게임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참이슬 인기는 과일향 첨가 소주가 주도하고 있는데, 그 이유에 대해 유 법인장은 “젊은 대학생들은 맛있으면서도 가성비가 좋은 술을 찾는데 참이슬 시리즈가 바로 그런 술”이라며 “일본 소주가 대부분 700㎖인 반면, 360㎖는 부담없는 양이며 280엔에서 310엔 사이의 적당한 가격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 일본 법인은 참이슬의 도수가 부담되는 소비자를 위해 탄산을 가미한 저알코올 참이슬톡톡 브랜드를 출시하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말에는 관련 제품으로 신개념 막걸리를 출시할 예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에서 머물며 한국 드라마를 보는 젊은 층이 늘어난 것도 참이슬의 인기를 더해준 요인이다.

한국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이 소주 한잔을 기울이며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자주 노출되면서, ‘초록 병’에 대한 인식이 ‘멋진 것’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일본 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한 한류의 영향이 참이슬 판매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그는 “초록병을 세련됐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한국 드라마를 패러디한 광고 영상을 2022년에 제작했는데, 호응이 좋아 유튜브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국 드라마에 단골로 등장하는 사랑 이야기를 소재로 제작한 이 영상에는 주인공들이 음식과 소주를 곁들이는 장면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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