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방산시장 46조3000억원
잉카 문명의 발원지인 페루에서 지난달 대규모의 사이버 보안 및 방산 전시회가 개최됐다.
‘2025 페루 리마 방산 전시회(SITDEF)가 그것이다. 2007년부터 격년제로 개최되는 전시회는 올해로 10회째를 맞았다. 10주년 행사에 걸맞게 규모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 전시회 규모가 참가 업체 170개사에 3만 명의 참관했다면, 올해는 200개 기업, 7만여 명이 현장을 찾았다.
페루 대통령이 직접 행사장을 방문했다고 하니 이쯤이면 국가 행사급이다.
2017년부터 올해까지 5회 연속 참가한 한국 기업들은 페루를 비롯한 중남이 국가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HD현대중공업과 LIG넥스원은 공동으로 전시관을 꾸려 차세대 호위함과 잠수함, 함정 탑재 시스템 및 미사일, 방공 시스템 등을 전시했다. 현대로템은 K2 전차와 차륜형지휘소용차량, 다목적 무인차량을, 한국한공우주산업(KAI)는 초음속 전투기인 KF-21과 FA-50 훈련기, 무인기, 위성 등을 선보였다.

방산업계는 페루가 방산 분야의 중남미 진출에 교두보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페루는 중남미 지역에서 방산 시장이 활성화된 국가로 꼽힌다. 시장 규모는 남미 전체에서 중간 규모 정도지만 자국의 안보, 국경 방위 등의 중요성들이 지속적으로 증대되면서 수요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2023년 국방 예산이 23억 달러(3조 3500억 원)였으나 올해는 34억 2000만 달러(4조 9900억 원)로 증가했다. 특히 올해는 작전 효율성을 제고하는 노후 장비의 교체, 연안 밀수 및 불법 조업 감시 등으로 인한 해상 안보 강화 등의 차원에서 30년에만 대대적인 군 현대화 사업마저 추진하고 있다.
페루의 이런 움직임에 우리 기업들도 분주하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5월 페루가 발주한 차륜형 장갑차 공급사업을 수주해 중남미 시장 진출의 포문을 열었다. KAI는 페루의 전투기 도입 사업에 추가 후보 기종으로 KF-21이 포함될 수 있도록 페루 정부에 제안해 놓은 상태이다.
페루는 Su-25와 MiG-29 등 노후된 항공기를 교체, 공군력을 개선하는 사업이 한창이다. 이미 2012년 한국의 다목적 항공기인 KT-1P 20대가 도입된 바 있어 전망도 밝다. 한국 항공기에 대한 신뢰도가 쌓인 것이다.
HD현대중공업은 올해 페루의 국영 시마(SIMA) 조선소 현지에서 함정 건조에 돌입했다. 호위함과 상륙함 등 4척은 2026년부터 페루 해군에 인도된다.

페루의 인접국인 칠레에서도 지난달 28일 방산 전시회인 ‘코리아 디펜스 데이 2025’가 열렸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주칠레 대한민국 대사관 주관으로 열린 전시회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등 한화그룹 방산 3사 등이 참가했다.
글로벌 베스트셀러인 K9 자주포를 비롯해 독자 개발한차륜형 장갑차 ‘타이곤’ 등이 위용을 드러내 많은 관심을 이끌었다. 칠레는 국방비 지출 규모가 페루보다 약 3배쯤 많다.

중남미 평균 군사비 지출은 그 비중이 글로벌 평균과 비교할 때 많지는 않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중남미 시장을 주목하는 이유는 주요 국가의 국방예산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데 있다.
중남미의 최대 국방비 지출국인 브라질은 정부 주도하에 노후 장비의 현대화 사업이 지속 중이다. 멕시코나 콜롬비아도 경무장 방산물자 수요가 끊이지 않고 있다. 범죄율이 높아짐에 따라 군사력을 투입하고, 과격단체들의 진압에 군대가 투입되는 것도 이유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모르도르 인텔리전스(Mordor Intelligence)에 따르면 중남미를 포함한 라틴 아메리카의 방산 시장 규모는 올해 264억 7000만 달러(약 37조 47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또 2030년까지 연평균 4.37%의 성장률로 327억 8000만 달러(약 46조3000억 원)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 동안 중남미 방산시장은 러시아와 중국이 높은 점유율로 잠식해 왔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은 미국과 경쟁구도를 형성하면서 틈새시장이 생겼고, K-방산이 제대로 선보일 ‘판’이 깔리게 된 것이다.
폴란드를 교두보로 루마니아 등 주변 유럽 국가들에 절묘하게 진출했듯이 이제는 중남미를 제대로 공략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