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자녀와 거리두기 못하면 생기는 일

부모와 자녀는 가장 가까운 관계이지만, 자녀가 성인이 된 이후에는 관계의 방식이 바뀌어야 할 시점이 찾아옵니다.
이전처럼 돌보고 챙겨주는 역할보다는, 서로를 존중하며 독립적인 존재로 대하는 방식으로 전환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 ‘거리두기’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자녀의 결혼, 취업, 독립 여부와 관계없이 부모의 보호와 개입이 오랫동안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성인 자녀와의 관계에서 적절한 거리 조절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어떤 어려움이 생길 수 있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자녀가 선택의 책임을 회피하게 됩니다

성인이 된 자녀가 중요한 결정을 할 때마다 부모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도와준다는 마음으로 조언을 건넸지만, 반복되면 자녀는 ‘판단’보다 ‘의존’이 익숙해지는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진로, 연애, 경제적인 선택 등에서 계속 부모의 확인을 구하거나, 결정에 대한 책임을 넘기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럴 땐 부모도 피로감을 느끼지만, 동시에 자녀도 스스로 결정하는 경험을 충분히 하지 못한 채 자립의 기회를 놓치게 되기도 합니다.

부모의 기대와 자녀의
현실이 충돌합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기대가 크고, 실망도 커질 수 있습니다.
부모는 자녀가 안정적인 길을 걸어가기를 바라지만, 자녀의 삶은 종종 그 기대와 다르게 흘러가기도 합니다.

거리를 두지 못할 경우, 자녀의 선택 하나하나에 대해 개입하거나 조정하려는 시도가 잦아지고, 그 과정에서 갈등이 생기게 됩니다.

이때 자녀는 스스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고, 부모는 자녀가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서운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일상의 경계가 모호해집니다

함께 살거나 자주 왕래하는 경우, 서로의 삶에 자연스럽게 관여하게 됩니다.
하지만 성인이 된 이후에도 자녀의 스케줄, 인간관계, 경제 활동 등에 대해 세세히 묻고 관리하려 들면, 자녀 입장에서는 사생활의 경계가 희미해졌다고 느끼게 됩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자녀는 점점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게 되고, 부모는 ‘왜 말을 안 하느냐’며 서로에 대한 불신과 거리감이 오히려 커지는 아이러니가 생기기도 합니다.

부모 자신의 삶이
자녀에게만 머무릅니다

거리두기가 되지 않는 관계에서는 부모가 자녀의 삶에 지나치게 몰입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자녀가 독립하지 않았거나, 자신의 삶이 안정되지 않았다고 느낄 경우, 부모는 자녀를 ‘계속 돌봐야 할 존재’로 인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정작 부모 자신의 삶은 뒷전으로 밀리게 됩니다.

취미나 인간관계, 새로운 시도보다는 자녀를 중심으로 하루를 보내는 일이 많아지면서, 자신의 정체성이 자녀에 종속되는 듯한 피로감을 느끼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감정적 충돌이 자주 발생합니다

서로에게 애정이 있지만, 거리를 두지 못하면 사소한 감정이 크게 부각되기도 합니다.
“그렇게까지 말 안 해도 되잖아.”
“내가 다 너 잘되라고 그러는 건데 왜 그렇게 받아들여?”
이런 말들이 오고 가다 보면, 처음엔 작은 의견 차이였던 대화도 결국에는 감정 섞인 언쟁으로 번지기 쉽습니다.

결국 부모는 자녀가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고, 자녀는 부모가 자신을 이해하지 않는다고 느끼게 됩니다.

가까운 사이에서의 거리 조절이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성인 자녀와의 관계에서 ‘거리 두기’란 애정을 끊자는 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더 건강하고 오래갈 수 있는 관계를 만들기 위한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서로가 각자의 삶을 중심에 두고, 필요할 때 손 내밀 수 있는 정도의 거리.
그 거리는 단단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여백일지도 모릅니다.

부모는 더 이상 ‘지켜주는 사람’이 아니라, ‘믿어주는 사람’으로 역할이 바뀌는 시점.

그 전환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지금 시대의 가족이 지향할 수 있는 방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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