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외국인 ‘본인 확인’ 생략… 편법으로 휴대폰 개통해준 KT

김강한 기자 2025. 10. 13.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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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사본만 내면 통신 개통
장기 체류 외국인 가입자 선점 노린 듯
최형두 의원 “규제 사각지대 없애야”
네팔 취업·취학 비자 소지자 특별 요금제 및 개통 안내자료. '코리아 텔레콤'(KT)이 제공하는 서비스라고 기재돼 있다./최형두 의원실 제공

KT가 외국인이 여권 사본만 제출하면 본인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통신 서비스를 개통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통신사 표준 약관은 대포폰 개설을 막기 위해 통신 서비스 제공 때 본인 확인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KT가 가입자 확보를 위해 편법 영업을 해왔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외국인 대상 통신 회선 개통 시 본인 확인 절차를 통신사 자율에 맡기지 말고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의 최형두 의원(국민의힘)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로부터 받은 ‘이통 3사 5G 표준 약관 내 외국인 개통 관련 요건’ 자료에 따르면, KT는 베트남·네팔 등 현지에서 본인 확인 없이 가입자를 모집한 뒤 국내 입국 시 후불 통신 요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통상 외국인의 경우 90일 이내(단기 체류)에는 선불 유심(USIM)을 구매해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장기 체류를 위한 외국인 등록증을 발급받으면 계좌 개설, 신용 확인 등의 절차를 거쳐 후불 요금제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KT는 현지 알선 업체를 통해 특정 비자(비전문 취업·유학·일반연수 등)를 소지한 외국인이 여권 사본만 제출하면 대면 확인 없이 입국 전 후불 유심을 미리 지급하고 있다. 후불 유심을 받은 외국인들은 입국 직후 곧바로 KT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약정 기간 사용할 수 있는 후불 요금제는 할인이 적용되기 때문에 선불 유심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장기 체류 목적으로 입국하는 외국인 가입자를 선점하기 위해 편법 영업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단말기 구매와 같은 신규 수요 창출을 위해 간편 가입과 가격 할인을 미끼로 현지에서부터 외국인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KT의 외국인을 위한 후불 요금제는 국내 입국 전 해외 현지에서만 가입이 가능하다. KT는 외국인들이 입국한 지 2~3개월 후 외국인 등록증을 발급받았을 경우에도 대면 확인 절차 없이 여권 사본에서 외국인 등록증 사본으로 등록 서류 변경까지 처리해 주고 있다. 최 의원실에 따르면 KT는 지난해 초부터 이 같은 방식으로 외국인 고객을 편법 모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업계에선 KT의 외국인 대상 편법 영업이 대포폰 개설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내국인의 경우 신분증 스캐너를 통해 주민등록증·운전면허증 등의 위·변조, 사본 여부를 검증하고 있지만, KT처럼 대면 확인 없이 여권·외국인 등록증 사본만으로 회선을 개통할 경우 위·변조 여부를 확인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외국인 명의 대포폰 적발 건수는 2019년 474건에서 지난해 7만1416건으로 150배 넘게 증가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올해 7월 기준 약 8000억원에 달한다. 올해 예상 피해액은 1조37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최형두 의원은 “KT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외국인 회선 본인 확인 절차 관련 규제 사각지대는 보이스피싱 범죄 등에 악용되는 대포폰의 양산 창구가 되고 있다”며 “외국인 선·후불 회선 개통 시 본인확인 구비 서류 등 기준 강화, 외국인 신분증 사본 판별 솔루션 및 출입국관리소 연계로 부정가입방지 시스템 고도화, 후불 회선과 선불유심 이용 연장 시 본인 인증 절차 강화, 외국인 다량 개통 유통점에 대한 전수조사 및 모니터링 정례화 등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여권을 통한 후불 유심 사업은 과기정통부의 정식 인가를 받은 사업으로, 현지에서 영업하는 형태라서 여권 사본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여권 외에 표준근로계약서나 입학허가서 등을 받아서 크로스체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권 사본’을 통한 외국인 신분 확인은 KT 통신 약관에는 기재돼 있지 않다.

LG유플러스도 해외에서 후불 통신 서비스 가입을 받고 있지만 여권 외에도 근로계약서나 입학허가서, 사증발급확인서 등의 추가 서류가 필요하고 본인이 직접 현지 대리점 등을 방문해 신분 확인을 해야한다. SK텔레콤은 외국인에게 여권을 통한 후불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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