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 누른 대전 성심당, 재무재표로 뜯어보다

* 해당 아티클은 22년 5월에 집필되었습니다.

얼마 전에 대전 출장을 다녀왔어요. 시간이 좀 남아서 대전 관광 좀 가볼까 했더니, 다들 성심당을 가 보라는 거예요.

튀김소보로 유명하다는 얘기는 들어봤는데, 관광 명소 수준인가 싶어 가보니, 인파가 장난 아니더라고요. 매장 앞 대기 줄이 루이비통처럼 길었어요.

대전에 있는 성심당 본점 ⓒ성심당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당연히 돈도 잘 벌겠죠? 궁금해서 장부를 열어봤어요.

와우, 놀라운데요? 2021년 매출이 628억원!
대전의 동네 빵집인 줄 알았더니, 무슨 매출이 이렇게 높아요? 완전히 중견 기업 수준이에요.

*2023년 기준 연매출 1243억을 기록했다. (출처 : 금융감독원)

궁금한 건 참을 수 없죠.
재무제표를 한번 들여다봤어요.


Chapter 1. 지역 빵집 4대장 중에서도 단연 으뜸

한해 매출 628억원(2022년 기준), 어느 정도인지 잘 감이 안 오시나요? 그래서 다른 지역 빵집들하고 비교해봤어요.

알고 보니 전국 4대 지역 빵집이 있더라고요. 한결같이 역사도 오래 되고, 인기도 장난 아니예요.

1956년 대전 대흥동에서 출발한 성심당 외에 전북 군산의 이성당, 부산 남천동 옵스, 대구 남문시장에서 시작한 삼송빵집.

성심당의 대표 메뉴인 튀김소보로 ⓒ성심당

이 쟁쟁한 지역 빵집 중에서도 규모로는 성심당이 단연 1등이에요. 성심당 연매출은 다른 지역 빵집을 크게 앞서는 수치죠.

영업 이익도 성심당이 가장 높아요. 105억 이익을 내서 영업이익률이 16.7%에 달해요. 성심당이 규모도 가장 큰데, 사업도 가장 알짜네요.


사업을 아무리 잘해도 대기업은 이기기 어렵겠죠? 파리바게트가 속해있는 파리크라상과 장부를 비교해봤어요. 파리크라상은 2021년 총 매출이 무려 1조8500억원에 매장이 총 4099개예요.

잠깐, 그럼 매장 당 실적을 계산하면 어떻게 될까요? 파리크라상은 매장 한 곳 평균 매출이 4억 정도인데 성심당은… 매장 한 곳 연매출이 62억이 넘어요.

거의 열네 배! 파리크라상 영업이익률도 1.8%에 불과해요. 이 정도 실속이면 동네 빵집도 대기업 부럽지 않다, 싶어요.


Chapter 2. 강한 지역 팬덤 : 대전 바깥으로 나가지 않는 이유

성심당 회계장부를 보다 궁금증이 들었어요. 매장 당 효율이 이 정도면 매장을 좀 더 공격적으로 늘릴만도 하잖아요.

그런데 왜 대전에서만, 10개의 매장만 운영하는 걸까요. 성심당은 팝업스토어를 제외하면 대전 바깥에서 매장을 낸 적이 없어요.

성심당이 대전에서만 장사하는 이유는 뭘까요.
바로 지역의 강한 팬덤이 성심당의 핵심 경쟁력이기 때문이에요. 실제로 성심당은 ‘대전부심’을 끌어올리는 스토리텔링의 대가죠.


예를 들어 볼까. 매년 발표하는 튀소(튀김소보로) 기네스는 이런 식으로 튀소의 기록을 소개해요.

'1980년 이후 2021년까지 튀소를 만드는데 들어간 밀가루는 2056톤, 대전월드컵경기장 4.8개를 채울 분량이다.'

어떤가요? 대전 시민들이 이런 스토리를 접한다면 마구 공감과 자부심이 솟아날 것 같지 않나요?

'대전부심'이 녹아들어있는 튀김소보로 포장박스 ⓒ성심당

빵 이름도 대전의 지역색을 강하게 풍겨요.
산봉우리를 닮은 몽블랑 빵 이름은 ‘보문산 메아리’고, 수능 기간에 엄청나게 팔리는 찹쌀떡은 ‘대전 브루스’, 또 다른 시그니처인 딸기 케이크는 ‘은행동 연가’예요.

이렇게 팬덤이 강하면, 광고가 따로 필요없어요. 실제로 성심당의 2021년 광고선전비는 1억8000만원, 매출 대비 겨우 0.2%에 불과하죠. 그마저도 사실은 지역 매체를 후원하는 성격이 강하다고 해요.

“대전의 지역 신문과 방송이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도 지역민을 위해 중요한 일이잖아요.

요즘 지역 신문들이 너무 어려움을 겪는 것 같아, 힘을 내라는 차원에서 광고비를 내고 있습니다.”

_김미진 이사, 롱블랙 인터뷰 중에서

Chapter 3. 빵을 구성하는 요소, 직원에 투자하다

성심당을 떠받치는 또 다른 경쟁력은 직원이에요. 성심당은 지역 빵집 치고 직원에 대한 투자를 과감히 하는 편이죠. 재무제표에서 고스란히 드러나요.

성심당이 직원에게 준 급여는 지난 6년 동안 한번도 꺾이지 않고 계속 상승하고 있어요.

2016년 총 121억원이던 급여액은 2021년 218억원으로 80.2% 늘었죠.

같은 기간 매출액이 54.5% 증가한 걸 감안하면 매출액 상승률보다 급여 상승률이 훨씬 큰 셈이에요.


성심당의 인력 관리와 관련해 급여 외에 눈에 띄는 포인트는 세 가지.

일단 직원 수가 많은 편이에요. 2022년 1분기 기준 총 직원 수가 약 700명이래요. 성심당 운영 매장이 10개인 걸 감안할 때, 단순 계산하면 매장 당 직원 수가 70명이나 된다는 거네요?

김미진 이사는 “사실 인건비 비중을 따져가며 직원을 뽑아본 적이 없다”고 말해. 여력이 되면 최대한 고용을 늘리는 게 회사 방침이라는 거죠.


제가 진짜 주목한 장부 상의 항목은 복리후생비와 교육훈련비예요.

2021년 성심당의 복리후생비는 6억6000만원, 교육훈련비는 4100만원.

제빵 기술과 외국어 회화까지, 직원들이 학습 계획을 세워 요청하면 회사가 교육비를 지원해 준대요. 젊은 직원들은 이렇게 기술을 배운 뒤에 3~5년 뒤에 퇴사해선 제과점을 창업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아니, 잠깐. 곧 나가서 창업할 걸 아는데, 직원들 교육에 돈을 쓴다고요?

“저도 한때는 그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어요. 임영진 대표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1등은 늘 불안한 마음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라이벌을 의식하면 평생 불안하다. 다른 회사를 의식하지 않고 우리가 빠르게 앞으로 달려나가면 너그러운 마음을 가질 수 있다’고요.

그 뒤로는 저도 직원들이 여기서 최대한 배워서 나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_김미진 이사, 롱블랙 인터뷰에서
ⓒ성심당

마지막으로 인력 관리와 관련해 내가 놀랐던 부분은, 인사 고과 항목이에요.

인사 고과 평가에서 40%를 차지하는 항목이 ‘사랑’이라는 거 있죠. 직원에게, 고객에게, 그리고 가족에게 사랑을 얼마나 실천했는지를 따져서 진급 등에 반영한다고 해요.

아니… 너무 평가 항목이 추상적인 건 아닐까요?

성심당은 회사의 소식을 세세하게 공유하는 신문 「한가족 신문」을 매주 발행하거든요. 누군가가 동료를 배려하거나 고객에게 애정을 베푼 에피소드가 세세히 기록된대요.

“일이 많아 야근을 하고 있을 때 김 과장님이 음료수를 사다주셨다”는 식이래요.

“처음엔 사랑을 나눈 이야기를 전하라고 하면 누구나 어색하게 느껴요.

그런데 막상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사랑이 자신을 얼마나 행복하게 만드는지를 깨닫는 경우가 많습니다.

빵이 진짜 맛있으려면, 같은 레시피라도 직원들끼리 깔깔대고 웃으며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료들 사이에 애정이 있으면 오랫동안 힘든 일을 해도 이겨낼 수 있고요.”

_김미진 이사, 롱블랙 인터뷰에서
ⓒ성심당
2023년엔 1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파리바게뜨를 앞지른 성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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