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아동권리협약 비준하고도 입양아 권리 빼앗는 나라

피터 홍민 뮬러 뿌리의집 공동대표 2024. 9. 2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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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출산제로 보호받는 고통④] 대법원은 국제법·국제의무 준수해야 한다는데 정부는 책임 회피

입양인들에게 "알권리"는 자신의 생물학적 배경과 가족에 대한 정보를 알권리를 의미한다. 이 권리는 입양인들의 정체성과 역사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며, 개인의 발달과 정신적 안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는 한국 입양인들과 그들의 생물학적 가족을 재회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재회는 행복한 순간이지만, 그 이면에는 강제 또는 사회적 배제로 인해 생물학적 부모로부터 비자발적으로 넘겨진 아이들, 적절한 동의 없이 넘겨진 아이들, 심지어 도난당한 한국 아이들에 대한 진실이 숨겨져 있다.

한국의 입양 프로그램을 통해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약 25만 명의 한국 입양인들 중 매년 수천 명이 한국에서 자신의 배경정보와 생물학적 가족을 찾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종종 입양기관과 공공 당국의 저항에 직면한다. 한국이 유엔아동권리협약(UNCRC)의 제8조를 비준했음에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문제다. 제8조는 입양인이 자신의 진정한 배경정보와 생물학적 부모를 알권리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지난 20~30년 동안 한국으로 돌아와 자신의 한국 뿌리를 찾는 한국 입양아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입양기관과 공공 당국의 거짓말과 관료주의의 벽에 부딪힌다. 입양기관 대부분은 입양인을 돕지 않고, 한국 당국인 아동권리보장원으로 안내한다. 보장원에서는 입양기관의 전 직원인 공무원들이 입양인들에게 배경정보와 생물학적 부모를 알리는 것이 불법이라고 말하며 거부한다.

1991년에 한국은 유엔아동권리협약(UNCRC)에 가입하고 이를 비준했다. 또한 한국은 입양아가 자신의 진정한 배경정보와 생물학적 부모를 알권리가 있다고 명시한 협약의 제8조를 비준했다. 이 조항은 또한 입양아의 정보와 신분이 완전히 또는 부분적으로 왜곡되거나 위조된 경우, 국가는 입양아의 진정한 배경정보와 신분을 가능한 한 빨리 복원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아동권리보장원와 보건복지부는 이 인권을 인정하지 않으며, 계속해서 "관례적으로 하는 대로" 입양아의 배경정보와 생물학적 부모를 비밀로 유지한다.

▲보호출산제가 여성의 모성과 아이의 인권을 지켜주는 법인가. 임신, 출산을 유지하기 힘든 여성의 어려움엔 눈 감고 이 제도 하에서 태어난 아동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권리마저 빼앗긴 이등시민을 만드는 법이다. 영화 <브로커>의 한 장면. ⓒ <브로커>

인권과 국제법은 추상적이고 공허하게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아동권리협약 제8조의 창설 배경에는 매우 구체적이고 음울한 배경이 있으며, 협약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제8조는 남미, 특히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의 사례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여기에서는 해외입양아들이 위조된 입양문서와 신분으로 인해 병원과 산부인과에서 아이들이 강제로 빼앗긴 사례가 있었다.

남미 인권법원은 일련의 판결을 통해 입양아들이 자신의 진정한 배경정보와 신분을 알권리가 기본적인 인권임을 확인했다. 또한 국가가 입양아들의 진정한 정보와 신분을 복원할 의무가 있음을 명시했다.

따라서 협약의 제8조는 단순한 추상적 선언이 아니라 입양아들의 "알권리"에 기반한 실제 사건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제8조는 입양 당시 우리가 어린아이였고, 스스로를 보호하고 방어할 수 없었음을 인정한다. 따라서 이 중요한 규칙은 성인 입양아들에게도 적용된다.

유럽에는 인권법원이 있다. 유럽인권법원(ECHR)은 8억3000만 명이 거주하는 47개국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또한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는 입양아들의 정보 접근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독일에서는 입양아들이 16세가 되면 생물학적 부모를 알권리가 있다. 정보는 생물학적 어머니의 신원이 공개될 경우, 그녀가 다른 가족 구성원에 의해 살해될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비밀로 유지될 수 있다.

덴마크와 노르웨이와 같은 다른 국가에서는 입양아들이 공공 당국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많은 입양아들의 구체적인 정보는 이러한 국가에 있지 않고 한국에 있다. 한국의 입양기관, 아동권리보장원 및 보건복지부의 폐쇄성과 비밀유지로 인해 입양아들이나 해당 국가의 당국이 정보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유럽 국가들이 입양아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거부할 경우, 입양아들은 유럽인권법원에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2006년 유럽 인권법원은 생물학적 아버지를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를 거부한 스위스 법원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보고 소송인에게 4299유로를 지급하게 했다. 올해에는 건강상 필요로 인한 입양 정보 제공을 거부한 북마케도니아의 결정이 입양인의 정보 접근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7월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열린 '뿌리를 알 권리 보장'을 위한 입양인 정보공개소송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가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에서는 남미와 유럽처럼 입양인의 "알권리"에 대한 인권법원이나 항소기관이 없다. 한국 헌법 제6조는 유엔 아동권리협약 제8조를 한국법으로 간주하고 있지만, 아동권리보장원과 보건복지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들은 행정기관에 변호사가 없기 때문에 입양인의 알권리 문제를 결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한국 대법원은 일련의 판결에서 한국이 국제의무와 국제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내법을 국제법에 따라 해석하거나 한국 헌법 제6조에 따라 국제협약을 국내법에 우선해 적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입양아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유엔아동권리협약은 한국의 행정당국과 법원에 직접 적용돼야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입양인의 "알권리"와 국가의 입양인의 구체적인 배경정보와 정체성을 회복할 의무에 관한 이 협약 조항을 직접 다룬 사례가 없다.

입양인에게는 알권리가 중요하며, 많은 생물학적 부모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한국은 이 문제를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

[피터 홍민 뮬러 뿌리의집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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