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 회장님 통큰 현금선물…직원은"우리도 좀 챙겨줘요"

"열심히 일했는데 보상은 글쎄…상대적 박탈감 느껴"

◇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의 통 큰 선물 화제…‘사랑으로’ 현금 쾌척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의 남다른 통 큰 선물이 화제다. 창업주인 이 회장이 사비를 들여 고향인 전남 순천의 주민과 초중고 동창, 친인척 등 주변 지인들에게 선물로 '현금'을 쾌척한 것이 알려지면서다.

사비로 지인에게 지급한 금액만 총 1400억원에 달한다고 알려졌다. 순천 운평리 마을 280여 가구 주민들에게 약 1억원씩 개인 통장으로 지급, 마을 거주 연수에 따라 차등 지급했다. 세금을 공제하면 주민 1인당 적게는 2600만원부터 최대 9020만원까지 받은 셈이다.

앞서 이 회장은 모교 초중고교 동창생 80여 명에게도 현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계 아닌 친·인척에게 최대 10억원을 전했고 군 복무를 함께 한 전우에게도 현금을 나눠주는 등, 기부 물품까지 더하면 이 회장의 기부 금액은 총 2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영그룹은 언론 등을 통해 '이 회장이 어려웠던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을 지켜준 주민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차원'이라고 선물의 배경을 설명했다.

◇ "회장님 친구들은 좋겠네~" 그런데 회사는…

부영은 ‘사랑으로’라는 아파트 브랜드로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기업이다. 이중근 회장은 1983년 삼신엔지니어링이라는 이름으로 법인을 설립, 1990년대 임대아파트 사업으로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2010년 이후에는 골프장 조성 및 리조트를 인수하는 등 각종 사업에 개입하면서 지금의 부영그룹으로 성장했다. 현재 부영그룹의 주 사업 분야는 건설업, 임대업 및 토건업으로 자산 21조원대, 재계 서열 22위의 대기업으로 분류된다.

대기업 총수의 통 큰 선행은 으레 환영받기 마련이다. 격려금을 받은 주민들은 “이 회장에 보답하기 위해 공덕비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기부를 두고 이 회장 개인을 향한 세간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이 회장은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4300억원에 달하는 회삿돈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2018년 검찰 기소됐다. 2020년 1월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그해 8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이로 인해 2020년 10월 그룹 주요 계열사 대표직을 내려놨으며, 2021년 광복절 특사로 석방, 5년 취업제한 규제를 받아 현재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황이다.

부영그룹이 실적부진 상황임에도 높은 수준의 배당금을 받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부영그룹은 감사보고서를 통해 올해 배당금을 1259억8399만원으로 책정했다. 이 회장의 (주)부영 지분율은 93.79%로, 배당액의 대부분은 이 회장에게 지급되는 셈이다. 이 회장은 최근 2년간 3120억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받았는데,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받은 배당금은 122억원 수준, 약 26배나 늘었다.

반면 부영그룹의 재무흐름은 빨간불이 켜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부영의 매출액은 2021년 1조7440억원에서 2022년 6626억원으로 절반 넘게 줄었다. 1286억원에던 영업이익은 1425억원 영업손실로 돌아서며, 적자 전환했다. 부영그룹 매출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부영주택의 실적 역시 최근 2년간 하락세다. 부영주택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매출액은 5564억원 수준으로 전년(1조6744억원) 대비 절반도 안 된다. 순이익 또한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2021년 마이너스 387억원에서 2022년에 마이너스 1147억원으로 적자 폭도 커졌다.

◇ 부영 임직원들 "직원은 보상도 없는데…상대적 박탈감 느낀다"

회장님의 통 큰 선물을 바라보는 직원들의 마음은 어떨까? 부영그룹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컴퍼니 타임스>에 이번 현금 지급 이슈에 관해 "직원들은 이번 이슈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그간 벌어진 회장님의 외부 논란에 모두 불만 표출 없이 묵묵히 일해왔지만, 보상은 전혀 없는 상황이었다"며 "이번 이슈는 비록 회장님의 개인 돈이지만 몇천 억씩 되는 큰돈이다. 좋은 일에 쓴 거라 볼 수도 있지만, 몇 년째 진급도 없는 회사 직원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열심히 일해도 보상은 없다는 생각에 박탈감이 크다"고 말했다.

2022년부터 2023년 현재까지 잡플래닛에 리뷰를 남긴 부영주택 전·현직자들은 급여 및 복지 제도에 대해 “회장님 기준에 따라 전사 반영된다” “협상 없이 일방적인 통보로 급여가 인상되고 호봉제다” “연봉협상은 따로 없음, 회사에서 정함" 등을 언급했다. 또 “페이퍼워크의 비중을 줄이고, 정기적인 승진구조를 만들고, 연봉 인상이 정기적으로 이뤄져야 직원들의 로얄티를 높일 수 있음. 계속된 실무진 이탈의 원인을 찾아야 함” 등 경영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부영주택의 잡플래닛 기업 평점은 2.1점, 경영진에 대한 평가는 1점대다. '사랑으로' 건물을 짓고, 회장님은 나고 자란 동네를 지켜준 주민들과 군대 전우에게까지 격려금을 보냈다. 그러나 '부영'이라는 이름 아래 기업의 성장을 함께 일궈온 직원들의 속사정은 사뭇 달라보인다. 사회를 향한 따뜻한 환원만큼, 부영을 지켜온 직원들을 향한 격려와 보상 역시 충분히 이뤄지길, 그래서 부영인으로서 자부심 느낄 수 있길 함께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