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 희토류 패권, 수십 년간 준비된 전략의 결실
중국은 현재 전 세계 희토류 시장에서 생산량, 정제능력, 가공 기술 등 거의 모든 분야를 장악하고 있다.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약 70%를 점유하고 있으며, 정밀 가공까지 가능한 유일한 국가로 꼽힌다. 덩샤오핑이 1992년 내몽골을 방문했을 당시 “중동에는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는 발언은 당시 중국의 전략적 시각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전략적 투자로 인해, 중국은 희토류를 외교적 무기로 활용하고 있으며 미국, 유럽 등 주요 국가들의 군수 및 반도체 공급망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스텔스 전투기, 미사일 유도 시스템, 전자전 장비 등 핵심 군사 장비는 대부분 희토류 기반의 소재를 필요로 해 중국의 수출 제한은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미국 압박하는 中, 희토류로 무기화를 본격화
최근 중국은 일부 희토류 품목의 수출을 통제하며 미국을 겨냥한 무기화 수단으로 희토류를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2019년 미중 무역전쟁 당시, 중국은 희토류 수출 제한을 암시하면서 미국 무기 산업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희토류는 전기차 배터리, 스마트폰, 반도체, 항공 우주, 무기체계에 광범위하게 활용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겐 상당한 위협이다.

北, 희토류 ‘세계 최대 매장국’ 가능성 제기
이러한 상황 속에서 새롭게 부각되는 국가는 다름 아닌 북한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공식 통계에는 잡히지 않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중국보다 더 많은 희토류를 매장하고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광물자원공사는 북한에 약 2,000만~4,800만 톤의 희토류가 매장돼 있다고 추산했고, 일부 민간 연구기관은 함경남도, 평안북도, 황해도 일대에 약 20억 톤이 매장돼 있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만약 이 수치가 사실이라면, 북한은 단숨에 세계 최대 희토류 보유국으로 올라선다.

매장량보다 중요한 ‘품위’…북한 자원 개발의 한계
그러나 북한 희토류의 경제적 가치를 논하려면, 매장량보다 ‘품위(함량)’와 상품성이 우선 검증되어야 한다. 희토류는 채굴 이후에도 정제·분리·합금화 등 고난도 공정이 필요하며, 고도의 기술과 환경 오염 관리 능력이 필수적이다. 이에 대해 BBC는 “희토류 시장은 진입장벽이 높은 고위험 고기술 산업”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북한이 실제로 높은 품질의 희토류를 보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가공할 수 있는 기반 시설과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시장 진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실제로 북한 내 일부 희토류 탐사 프로젝트가 중단되거나 무산된 사례가 많다.

대북 제재라는 결정적 걸림돌
북한의 희토류가 글로벌 시장에 등장하기 위해선 가장 먼저 대북 제재 해제라는 현실적 벽을 넘어야 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석탄, 철광석, 마그네사이트 등 대부분의 자원 수출을 금지하고 있으며, 희토류도 예외가 아니다.
2014년에는 영국계 민간투자사 SRE 미네랄스가 북한 정주 지역 희토류 개발에 참여하며 대규모 매장량을 주장했지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해 상업화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런 사례는 북한의 자원이 단순한 잠재력에 머무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남북 경제협력이 ‘희토류 현실화’의 열쇠
전문가들은 “북한의 풍부한 자원과 남한의 첨단 가공기술이 결합하면, 한반도 전체가 희토류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남북 경제협력은 대북 제재 완화의 명분이 될 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감시와 협력을 유도하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
지하자원은 풍부하지만 독자 기술력이 부족한 북한과, 가공기술과 글로벌 유통망을 가진 한국이 협력할 경우 희토류 상품화에 성공할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방산 등 희토류 수요가 집중된 분야에서 ‘한반도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다면 세계적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

북한, ‘지정학적 게임 체인저’로 부상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북한은 희토류 매장량 측면에서 ‘지정학적 잠재 폭탄’으로 불릴 만하다. 하지만 기술력, 인프라, 국제제재, 품질 등 다양한 변수로 인해 현재로선 ‘가치 있는 자원’이 아닌 ‘잠재 자산’에 머무르고 있다. 이 자산이 실제 가치를 발휘하기 위해선 정치적 안정, 제재 해제, 기술 협력이라는 삼박자가 맞아야 하며, 남북 경제협력이 그 열쇠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