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개정안 여파] 주주견제 없었던 GS리테일 분할...‘반면교사’로 떠올라

상법개정안이 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봅니다.

GS리테일이 호텔사업부(GS피앤엘)를 분할했지만 기업가치가 오히려 하락하면서 ‘주주가치 제고’라는 명분이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최근 통과된 상법개정안이 이사회의 독립성과 주주권한 강화를 이끌 제도적 전환점으로 주목된다. /사진 제공=GS리테일

소수주주 보호장치 없이 추진된 GS리테일의 인적분할이 상법개정안 통과 이후 반면교사로 주목되고 있다. 기업가치 제고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시가총액 축소와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이어지면서 분할 당시 상법개정안이 적용됐다면 제도적 견제가 가능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업계에서는 최근 파마리서치가 주주의 반대에 부딪혀 인적분할 계획을 전면 철회한 것과 더불어 GS리테일 사례가 향후 기업들의 구조재편 과정에서 주주권익 보호의 필요성을 일깨우는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일 장 마감 기준 GS리테일의 시가총액은 1조4531억원, GS피앤엘은 8220억원이었다. 분할 이전 약 2조4000억원에 달했던 GS리테일의 시총은 양사 합산 기준으로도 2조2000억원에 그쳐 기업가치가 오히려 쪼그라들었다. GS리테일은 지난해 6월 호텔사업 부문을 떼어내는 인적분할을 결정하고 12월 GS피앤엘을 독립법인으로 상장했다.

당시 GS리테일은 복잡한 사업구조에 따른 기업가치 저평가를 해소하고 본업에 집중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주주가치를 높이겠다는 취지로 분할을 추진했다. 그러나 올해 편의점과 슈퍼마켓 등 핵심 유통 부문의 실적부진이 이어지며 주가와 수익성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는 증권가에서 전망했던 GS리테일 시가총액 2조2000억원, GS피앤엘 7000억원 수준의 시나리오와도 괴리가 크다.

제도적 견제 있었다면

사업분할 이후 오히려 기업가치가 하락한 GS리테일 사례는 최근 상법개정안 통과로 주주보호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또다시 비판의 중심에 섰다. 이번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하고 분할·합병 등 중대 결정 시 주주이익 보호를 명시한 것이 핵심이다. 개정안이 당시에 적용됐다면 GS리테일 분할 과정에서 주주권익에 소홀했던 점을 제어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개정안의 취지처럼 전체 주주의 이익을 균등하게 고려하는 견제장치가 있었다면, 상장 계열사 수를 늘리는 ‘쪼개기 상장’에 대한 시장의 우려나 분할 이후 실적반등·밸류업 계획 부재에 따른 주주가치 하락은 일부 막을 수 있얼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GS리테일은 분할과 함께 자사주 12만9666주(약 1.2%)를 소각하고 각 법인의 배당성향을 40% 이상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실질적인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시 ‘3%룰’이 적용됐더라면 이사회 내부에서 보다 실질적인 견제가 가능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개정안은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포함해 3%로 제한해 총수일가 중심으로 운영되던 기존 이사회 구조에 제동을 거는 장치로 평가된다.

이사회 견제 실종, 분할 후폭풍 키워

실제로 GS리테일의 분할 결정은 이사회 내 사외이사의 독립적인 견제·감시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해 10월 인적분할 의안이 승인된 임시 주주총회와 최근 3년간의 이사회 안건을 보면, 총 6인의 사외이사 전원이 모든 안건에 단 한 차례의 반대도 없이 찬성표를 던졌다. 현재 GS리테일은 상장사로서 요구되는 독립적인 내부 감사 부서를 별도로 두지 않아 감사위원회의 독립성 역시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지배주주인 ㈜GS가 지분 58.62%를 보유해 과반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에서 국민연금(8.01%)을 포함한 기타주주들의 반대 의견은 실질적으로 표면화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허연수·허서홍 등 총수일가 중심의 경영체제가 10여년간 지속된 만큼, 이사회가 지배주주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이사회 안건 상정 전 비공식적인 의견조율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고 사외이사라도 총수가 직접 지명한 인사라면 반대 의견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당시 증권 업계에서도 GS리테일의 인적분할이 기업가치 제고와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증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수주주에게도 신설법인의 지분을 배분하는 인적분할 방식이었지만, 분할 이후 실적이 반등되지 않으면서 투자심리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며 “분할 자체보다 분할 이후 각 법인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 진정한 기업가치 제고"라고 말했다.

분할 신중론 확산

GS리테일 분할 사례는 다른 기업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배주주 중심의 의사결정이 소수주주 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난 만큼,  상법개정안 통과 이후 기업들이 구조재편을 추진할 때 보다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환기시켰다.

실제로 제약바이오 기업 파마리서치는 인적분할 추진에 대한 주주들의 강한 반발에 직면하며 분할절차를 전면 중단하기로 8일 결정했다. 주주가치 훼손 우려와 지배구조 변화에 대한 불안, 사전 소통부족 등이 지적되면서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이는 상법개정안 통과 이후 기업이 주주 의견을 반영해 의사결정을 수정한 첫 사례로 꼽힌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상법개정안이 향후 회사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면서 “주주 가치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사업구조 개선과 경영 혁신에 힘쓰고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주주가치 극대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차별화된 상품 확대, O4O(Online for Offline) 서비스 강화, 우량점포 출점 등 내실경영을 통해 실질적인 수익 개선에 나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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