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은 흔히 길 위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발을 딛는 순간부터 우리는 낯선 곳으로 향하고, 익숙한 일상을 벗어난다. 하지만 시선을 조금만 들어 올려보자. 당신의 발이 아닌, 하늘에서 시작되는 여행은 전혀 다른 감각을 선사한다.
지금,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여행자와 사진작가들이 하늘로 향하고 있다. 드론을 들고, 경비행기를 타고, 때론 열기구에 몸을 실어 세상의 또 다른 얼굴을 바라보는 일. 단순한 관찰이 아닌, 감정을 담는 시선. 그 시선이 만들어낸 가장 놀라운 장면이 바로 최근 열린 제1회 국제 항공 사진작가 대회에서 펼쳐졌다.
사진 한 장이, 비행이 된다
1500팀의 공중 기록, 그리고 단 하나의 우승작

뉴욕 출신의 전문 드론 사진작가 조안나 스테이들(Joanna Steidle)은 이번 대회에서 ‘해양 생물의 조감도’라는 작품으로 전 세계 1500팀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그녀의 사진은 단순한 항공 사진을 넘어서, 생명에 대한 존중과 시적 감성이 함께 녹아든 공중의 언어였다.
롱아일랜드 햄튼에 거주 중인 그녀는 해양 환경과 드론 촬영에 꾸준히 몰두해온 작가다. "제가 사는 곳은 평평한 지형이에요. 자연스럽게 저는 위에서 아래를 보는 시선을 탐구하게 됐죠. 그러다 해양 생물과 만났고, 그 조용한 연결을 사진으로 표현하게 됐어요." 그녀는 고백하듯 말했다.
그녀의 작품은 단순히 아름답지 않았다. 침묵하고 있는 바다 생명체와 하늘 위의 관찰자가 교차하는 순간의 떨림이 사진 전체에 스며 있었다.
인간의 손으로 만든 비행
AI 없는 순수한 시선만이 허락된 대회

이번 국제 항공 사진작가 대회의 규칙은 단 하나였다. "AI 금지". 모든 사진은 인간의 손으로 직접 촬영되어야 했고, 자동으로 생성된 콘텐츠는 심사 대상에서 철저히 제외됐다.
이는 단순히 기술의 진위를 가리기 위한 규칙이 아니었다. 오히려 '감정이 담긴 진짜 순간'만을 인정하겠다는 선언이었다. 하늘에서 바라본 풍경이 주는 압도적인 감동은, 결국 기계가 아닌 인간의 감각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심사위원들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 결과, 이번 대회에는 드론뿐만 아니라 헬리콥터, 경비행기, 열기구까지 다양한 방식의 항공 촬영 작품들이 등장했다. 참가자들은 각자의 시선과 도구로, 높이의 차이만큼이나 다른 세상을 우리 앞에 가져왔다.
여행은 점점 더 하늘로 향한다
드론이 열어준 새로운 여행 감각

여행의 방식은 진화해왔다. 과거엔 지도를 펼쳤고, 요즘은 휴대폰으로 길을 찾는다. 그리고 이제는 하늘로 카메라를 띄우는 시대다. 드론은 단지 기술이 아니다.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의 깊이를 확장시켜주는 또 하나의 창이다.
실제로, 요즘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드론 여행’이라는 단어가 더는 낯설지 않다. 제주도에서 본 푸른 절벽을 위에서 내려다보거나, 경남 남해의 갯벌 위를 드론으로 따라가는 장면. 단순히 ‘기록’을 위한 도구가 아닌, 감정을 함께 담아내는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조안나의 사진이 특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녀는 드론을 조종하는 기술자라기보다, 감정을 설계하는 여행자였다.
공중 촬영, 새로운 탐험의 예술이 되다
사진과 여행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순간

이번 항공 사진 대회는 단순한 경연이 아니었다. 그것은 사진이 어떻게 ‘경험’이 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경험이 어떻게 예술로 전환되는지를 보여주는 실험이었다.
준우승을 차지한 스페인의 다니엘 비네 가르시아, 3위의 데이비드 스윈들러 역시 각자의 시선으로 공간을 해석하며 또 하나의 ‘하늘 속 기록’을 완성했다.
공중 촬영은 이제 단순한 풍경의 압축이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지구의 언어이며, 그 언어를 말할 수 있는 이들은 점점 늘고 있다.
당신의 다음 여행은 ‘위’로 향할 수 있다
비행을 시작하는 가장 쉬운 방법

이제 우리는 묻는다. “나는 왜 여행을 떠나는가?” 낯선 풍경을 보고, 잠시 쉬기 위해서, 혹은 나를 돌아보기 위해서. 그렇다면 공중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건 어떨까. 그 모든 목적을 단 한 번에 이룰 수 있는 감각이 기다리고 있다.
드론이 없다면, 열기구를 타보자. 케이블카라도 좋다. 아니면 단지, 높은 언덕 위에 올라 내려다보는 풍경이라도 괜찮다. 중요한 건 당신이 발 아래를 내려다보는 순간, 세상이 달라지는 걸 스스로 경험하는 것이다.
그 감각이 시작되는 순간, 여행은 더 이상 거리를 기준으로 하지 않는다. 그것은 깊이와 높이, 그리고 감정의 진동으로 이루어진다.
공중에서 마주한 바다, 그리고 감정의 조감도

조안나 스테이들의 사진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세상은 위에서 볼 때,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 인간의 눈으로, 인간의 감정으로 바라본 세상은 결국 다시 인간을 돌아보게 만든다.
우리는 지금, 하늘을 향해 여행 중이다. 그리고 그 여행의 도착지는 세상이 아닌, 우리의 감각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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