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의 핫스팟] 귀족 실버타운 짓눌러서 서민 노후 나아졌나

김현우 기자 2026. 6. 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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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스팟(HotSpot)'
수요 늘지만 공급은 제자리
낡은 규제가 성장 가로막아
고급화 인정해 양지로 끌자
시장 분할해 생태계 살려야
"중간만 가자." "모난 돌이 정 맞는다." 이런 처세술을 조기 이수한 우리는 영혼 없는 끄덕임과 '모르는 척'으로 무장한 생존의 고수들이다. 퇴근길 소주 한 잔에 "오늘도 버텼다"며 스스로를 마취하고, "받은 만큼만 일한다"며 핏대 세우는 걸 훈장처럼 여긴다. 그런데 이상하다. 성공했다는 이들의 삶은 왜 우리와 이토록 딴판일까. 어쩌면 우린 그저 거대한 '펜듈럼(Pendulum)'의 진동판 위에서 시키는 대로 춤추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중요하지 않은 일에 공력을 낭비하며 '잉여 포텐셜'을 공급하는 건전지 신세로 말이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도덕 교과서 대신, 왜 이 지겨운 장면이 무한 반복되는지 그 메커니즘이 궁금했다. 내게 그 프리즘을 빌려준 바딤 젤란드에게 감사를 전한다. 그의 '트랜서핑' 이론을 메스 삼아 한국 사회를 날카롭게 해부하는 [김현우의 핫스팟]을 시작한다.
평등주의 잣대에 갇힌 노인 주거 정책이 공급 부족을 초래했다. 고급 실버타운을 복지 프레임에서 분리해 민간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 시장을 소득별(저소득층 공공·중산층 임대·고소득층 고급)로 3분할하면, 복지 재정은 취약계층에 집중하고 고품질 주거 인프라는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는 상생 구조가 정착될 수 있다. /챗GPT 제작 이미지

부자와 가난한 자를 나누지 않는 일명 '평등 항공사'가 있다. 오직 이코노미석만 존재한다. 일등석은 적폐·비즈니스석은 사치라며 국가가 좌석을 통일했다. 돈을 10배로 낼 테니 넓은 자리를 달라는 노인에게 항공사는 "고객님, 위화감 조성은 곤란합니다. 좁아도 참고 가십시오."라고 대답한다.

결과는 뻔하다. 돈 있는 승객은 개인 제트기를 빌리거나 외항사로 빠져나간다. 알짜 수익원을 놓친 항공사는 만성 적자에 시달리다 이코노미석 기내식마저 끊는다. 알량한 평등의 영수증을 이코노미석 승객이 고스란히 뒤집어쓰는 셈이다. 대한민국 노인 주거 정책 현주소다.

8일 보건복지부 노인복지시설현황 통계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전국 노인복지주택(실버타운)은 40여곳이다. 2019년 35곳에서 5년간 5곳 늘어나는 데 그쳤다. 현행 노인복지법상 60세 이상이면 입소 가능하지만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고령자 주거 수요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제도가 현실을 외면한 채 이념의 포로가 된 탓이다.

러시아 양자물리학자 바딤 젤란드의 저서 <리얼리티 트랜서핑> 관점에서 보면 한국 사회 실버타운은 두 개의 거대한 '펜듈럼'에 포위돼 있다. △복지는 가난한 사람에게 먼저 가야 한다 △세금으로 부유층의 사치스러운 실버타운을 지원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두 주장 모두 감정적 에너지가 짙다. '고급 실버타운'을 언급하는 순간 불평등을 떠올리며 반발한다. 맹렬한 충돌 속에서 본질적 질문은 실종된다. 능력 있는 고령층이 자기 자본으로 양질의 주거·돌봄 서비스를 받겠다는데 국가는 이를 저소득층 복지와 대립하는 악으로 규정할 수 있다.

비난이 거세질수록 정책 당국은 눈치를 보며 규제를 풀지 못한다. 결국 실버타운은 더 비싸고 폐쇄적이며 공급이 부족한 '그들만의 성채'로 전락한다.

고급 실버타운은 노후 주거 생태계의 상위 시장일 뿐이다. 병원에 1인 특실이 있고 도로에 고급 차가 다니듯 노인 주거에서도 자본주의 기본 원리를 인정해야 한다.

시장은 이미 고급화로 치닫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서울·경기 지역 노인복지주택 월 이용료는 국민연금 평균 수급액을 훌쩍 넘는다. KB평창카운티는 1인 기준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식비·관리비를 합치면 매월 380만원 선이다. 공과금은 별도다. 평범한 은퇴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를 끝까지 노인복지주택이라는 이름으로 묶어둘 이유가 없다. 국가가 제도의 양지로 끌어내 규제하고 관리해야 할 거대한 산업이다. 고급 실버타운을 제도화하면 저소득층 복지와 충돌하지 않는다. 오히려 상생이다.

고소득 고령층이 민간 고급 시장에서 지갑을 열면 한정된 국가 재정은 취약계층에 집중할 수 있다. 최고급 시장에서 개발한 낙상 방지 인테리어·24시간 생체 모니터링 시스템·시니어 식단 등은 시간이 지나면 중산층·공공형 모델로 내려온다. 자동차 특수 브레이크(ABS)나 에어백이 고급 세단에 먼저 적용됐다가 경차에 기본 탑재되는 이치와 같다.

주거 인프라 생태계 재편 시급

부자들만 좋은 일 시킨다며 외면할 것인가, 초고령사회 주거 인프라 핵심 축으로 삼을 것인가. △고급 실버타운을 정책 언어에 올리고 복지 프레임에서 분리하는 정책적 정당화가 필요하다 △민간 주도 개발을 허용하되 입주보증금 보호·의료 요양 연계·파산 시 거주 보장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저소득층 공공형·중산층 임대형·고소득층 고급형으로 생태계를 3분할해 시장을 재편해야 한다.

부자를 위한 정책이라는 프레임에 갇힐 필요 없다. 세금을 성실히 내고 자산을 일군 국민도 국가 정책의 고객이다. 국가는 돈 있는 노인이 안심하고 지갑을 열 수 있는 환경만 조성하면 된다.

돈을 내고서라도 품위 있게 늙고 싶다는 욕망은 정당하다. 국가가 응답하지 못하면 실버타운은 영원히 고립된 그들만의 성채로 남는다. 이코노미석만 가득 찬 비행기로는 초고령사회라는 난기류를 뚫고 갈 수 없다.

※ 아래 포스터를 클릭하시면 '2026 WE포럼 실버타운 정책 토론회' 사전 신청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사전 신청하신 분부터 입장 가능합니다.

☞펜듈럼=러시아 물리학자 바딤 젤란드가 고안한 개념으로 사람들의 생각 에너지가 모여 만들어진 독립적인 사념체를 뜻한다. 특정한 이념이나 감정에 동조할수록 덩치를 키워 사람의 행동을 통제하는 성질을 지녔다.
☞리얼리티 트랜서핑=바딤 젤란드가 창시한 이론으로 현실을 통제하고 원하는 삶을 선택하는 방법을 다룬 책이자 사상이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