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國 카타르 밤마다 ‘축구파티’, 안내소엔 한글 ‘물어봐’ 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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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처음으로 중동에서 열리는 이번 카타르 월드컵은 현지인들에게 엄청난 자긍심을 안기고 있다. 이슬람 율법에 따라 운영되는 나라 사람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기쁨과 흥분을 거리에서 뿜어낸다.
환희의 열기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 중 하나가 전통 시장과 노천 카페, 레스토랑 등이 어우러진 수크 와키프(Souq Waqif)다. 해변과 인접해 유명한 관광지이기도 한 이곳은 월드컵 개막 전부터 이번 본선 출전국 태생인 도하 거주 외국인들과 현지인들이 몰려 매일 화려한 야경을 뽐내고 있다.
19일(한국 시각) 도하에서 가장 크고 번화한 지하철 환승역인 무쉐립을 빠져 나오자 수크 와키프로 가는 사람들의 행렬로 도로가 북적였다. 시장 입구에 설치된 안내 부스에는 세계 각국의 언어가 적혀 있었다. “물어봐”라는 한글이 이채로웠다. 포르투갈과 오스만의 지배를 거쳐, 20세기 초 영국 보호령이 됐다가 1971년 독립한 카타르는 아랍어와 함께 영어가 널리 쓰인다. 인구 270여 만명 중 외지인이 90%이다보니 관공서를 제외한 민간 영역에선 영어가 더 일반적이다.
시장 내부로 향하자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골목 양쪽을 따라 이어졌다. 이라크, 터키, 레바논 등 아랍권 국가들의 음식을 파는 식당이 줄지어 있었다. 노천 카페는 커피나 차, 음료를 마시는 세계 각국 사람들로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물담배 연기가 이곳저곳에서 피어올랐다.
일부 식당에서는 실외 좌석마다 이동식 에어컨을 설치했다. 도하의 11월은 저녁에도 한국의 열대야와 비슷한 더위가 이어져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난다. 실외에서도 에어컨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볼거리가 많다 보니 동영상을 촬영하는 사람들이 눈에 자주 띄었고, 현장 분위기를 담는 각국 방송팀도 수시로 오갔다. 아르헨티나 유니폼을 입고 지구 반 바퀴를 날아온 온 남녀 커플은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하는 모습이었다.
골목 한편에선 전통 의상 차림의 남성 두 명이 사냥용 매 두 마리를 보여주고 있었다. 눈가리개를 한 매들은 두꺼운 장갑을 낀 주인의 팔에 얌전히 앉아 있었다. 기념 사진을 찍는 사람, 호기심에 매를 쓰다듬어 보는 아이도 있었다.
시장 골목과 공원이 맞닿는 삼거리에 도착하자 수많은 사람들이 북소리에 맞춰 어깨동무를 하며 다가왔다. 각국 응원단들이 저녁부터 이곳을 찾아 노래를 부르며 월드컵 분위기를 낸다. 브라질, 사우디, 튀니지 국기를 든 이들이 서로 경쟁하듯 나름의 응원전을 펼쳤다. 그중 튀니지 응원단이 돋보였다. 엄청난 목청으로 노래를 부르고, 구호를 외치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불야성을 이룬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여러 나라의 방송 부스가 자리 잡고 있었는데, 마치 그들에게 ‘우리 좀 찍어주지?’라고 시위라도 하는 듯했다.
카타르 국기가 잘 보이지 않은 점은 의외였다. 개막에 맞춰 에너지를 터뜨릴 모양이었다. 카타르는 아시아에서 사상 처음으로 열렸던 2002 한·일 월드컵을 여러 면에서 벤치마킹하고 있다. 우리가 그랬듯, 카타르도 지난 6월부터 대표팀을 소집했다. 자국 프로리그는 중단하지 않았지만, 대표 선수들은 소속팀에서 빠져 합숙훈련을 했다. 거리 응원도 한국의 ‘붉은 악마’에 영향을 받은 측면이 있다고 한다.
한 카타르인이 “앗 살람 알라이쿰(신의 평화가 당신과 함께 하길)”이라는 아랍식 인사를 하기에 잠시 대화를 했다. ‘어디서 왔느냐’는 물음에 한국이라고 답했더니 “아, 너희도 이번에 출전하지?”라고 되물었다. 이들은 월드컵의 아시아 대륙 버전인 2019 아시안컵 8강전에서 한국을 1대0으로 꺾고 결승에 올라 일본을 누르고 우승한 기억이 여전한 모양이었다.
“역대 개최국이 개막전에서 한 번도 진 적이 없었는데, 이번엔 어떨까?”라고 떠봤다. “우린 끝까지 카타르를 응원할 거다. 그다음은 인샬라!(알라신의 뜻대로).”
/도하=장련성·성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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