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데 '데포' 할까? [등산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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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무리긴 하지. 데포하고 가는 걸로 하자."
프랑스어 데포dépôt에서 유래했으며, 특히 장비나 식량이 많은 겨울 등산이나 해외 고산등반에서 많이 쓰인다.
이 경우 등반 시작 지점과 등반을 끝내는 하강 지점이 동일할 때만 가능하며 보통 암벽화로 갈아 신고 난 후 등산화나 어프로치화를 데포하거나 등반 중 필요한 최소한의 식량만 챙기고 나머지를 데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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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먼 길을 가는데 식량을 다 싸들고 갈 수 있을까?"
"좀 무리긴 하지. 데포하고 가는 걸로 하자."
마라톤대회를 보면 중간 중간 물과 식량을 보충하기 위한 테이블이 등장한다. 등산에서도 이런 역할을 하는 지점들이 있다.
데포depot란 등산하는 루트에 미리 일시적으로 장비나 식량을 보관하기 위해 설치한 장소 또는 이러한 것들을 보관하는 행위를 말한다. 산행 중 필요 없는 짐을 놔두는 행위도 데포이다. 프랑스어 데포dépôt에서 유래했으며, 특히 장비나 식량이 많은 겨울 등산이나 해외 고산등반에서 많이 쓰인다. 예를 들어 8,000m 정상을 올라갈 때를 대비해 7,000m 지점에 미리 식량 텐트를 묻어둘 수 있다.
데포 장소를 잘 지정하고 설치하는 것은 때로 생과 사를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가 되기도 한다. 1911년 아문센과 스콧이 남극점 정복의 대결을 펼쳤다. 아문센이 7개의 데포를 설치해 둔 구간에 스콧은 겨우 2개의 데포를 설치했다는 기록이 있다. 데포 지점 주변 일정 거리에 규칙적으로 깃발을 설치해 둔 아문센과 달리 스콧은 이러한 조치가 부족했다. 스콧은 데포 지점을 찾는 데 많은 시간과 체력을 소모해 다음 데포 장소를 18km 남겨두고 추위와 굶주림으로 사망했다. 이는 데포의 중요성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암벽등반 시 대상지까지 접근한 후 등반 중 필요 없는 장비들을 데포해 짐 무게를 줄이기도 한다. 이 경우 등반 시작 지점과 등반을 끝내는 하강 지점이 동일할 때만 가능하며 보통 암벽화로 갈아 신고 난 후 등산화나 어프로치화를 데포하거나 등반 중 필요한 최소한의 식량만 챙기고 나머지를 데포한다. 데포하지 못할 상황이 온다면 무거운 배낭을 메고 등반해야 한다. 데포는 사전에 가능한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
겨울 산행에서는 판초로 짐을 감싼 후 눈 속에 묻어 데포하고, 식량이나 쓰레기 등은 야생동물이 건드리지 못하게 나무 위에 묶어 두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원색의 깃발을 꽂아 데포 지점을 표시해 두는 등 쉽게 지점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 또한 생각해 보아야 한다. 데포해 둔 짐을 잊어버리거나 너무 오랜 시간 짐을 데포해 두는 것은 미관을 해치고 사실상 쓰레기를 투기한 것과 다름없다. 등산 일정에 따라 적절한 시기와 기간을 계획해 데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월간산 10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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