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천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축'

동인천 건축 산책

신포국제시장 앞 경동사거리, 동인천역 인근 배다리사거리 사이를 잇는 개항로와 그 일대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가장 많은 길이다. 1883년 인천항이 개항하며 들어온 신문물로 극적인 변화를 이룬 근대의 풍경이, 1960~70년대 산업화 시대에 누린 호황의 시절을 고스란히 품은 장면이 이 길 위에 있다.

개항로가 한 세기 넘는 과거의 자취를 고스란히 품을 수 있는 건 살아남은 옛 건축물 덕이다. 이 길에서 가장 오랫동안 시간을 지켜본 터줏대감은 답동성당. “1897년 프랑스에서 온 코스트 신부가 뾰족한 첨탑을 가진 고딕 양식으로 지었고 이후 개축을 통해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축물이 됐다”는 역사를 가진 이 성전은 개항 역사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으로 우뚝 서 있다.

투박한 서체의 간판이 특히 눈에 띄는 애관극장은 1960년에 세워진 모습 그대로 있다. 1895년 우리나라 최초의 활동사진상설관 ‘협률사’가 전신으로, 한국 영화의 역사를 고스란히 지켜본 주인공. ‘뉴트로’라는 트렌드에 흥미를 느낀다면 바깥에서 ‘인증 사진’만 찍는 대신 풀색과 분홍, 빨강 타일이 촌스럽게 어우러진 극장 안쪽에 들어가볼 것. 무성영화가 성행하던 시절로 들어간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건축사에선 무명의 존재지만 살아남았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옛날 건물’을 현재형으로 즐기는 경험은 개항로 건축 산책의 백미.

1960년대에 지어져 40년 이상 산부인과로 쓰였던 건물을 개조한 일광전구 라이트하우스, 그와 비슷한 시간을 지나온 이비인후과 건물에 들어선 카페 브라운핸즈는 병원의 기자재와 인테리어, 의료 기구 등을 재활용한 인테리어가 독창적이다.

세련된 장식으로 방문자의 눈길을 끄는 새 로컬 공간 사이, 지역 어르신들이 운영하는 골동품점, 양장점에 슬쩍 들어가 이 골목의 흥성기를 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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