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문 여는 공매도
혼돈에 빠진 한국 증시
어떻게 작용할까
시장이 온통 긴장에 휩싸여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5년 만에 공매도가 전 종목 대상으로 전면 재개되기 때문입니다.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19 발발로 금융 변동성이 급등하면서 정부가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고요.
이후 2021년 5월엔 코스피200·코스닥150 한정으로 공매도를 허용했다가 2023년 11월에 불법 공매도 문제로 다시 전면 금지 조치를 내렸죠.
그리고 이제 드디어, 17개월 만에 상장 주식 전 종목에 대한 공매도가 전면 허용되는 겁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99%의 무차입 공매도를 실시간 적발할 수 있는 전산 시스템과 강력한 처벌 규정을 마련했다”고 공언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시장은 불안합니다.
공매도 재개 시점에 ▲글로벌 경기에 대한 우려와 무역 갈등 ▲반도체·2차전지·바이오 중심의 밸류에이션 논란 ▲미국의 관세 폭탄 변수까지 겹치며 증시가 단기적으로 꽤 흔들릴 수 있죠.
3번의 공매도 재개,
결국 3개월 뒤엔 모두 플러스
공매도는 일종의 ‘주가 하락 베팅’입니다. 주식이 지금보다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해, 빌린 주식을 먼저 팔아놓고 나중에 싼값에 되사서 갚아 차익을 내죠.
한편으로는 거품이 낀 종목을 정상 가격으로 끌어내리는 순기능이 있지만, 시장이 약세일 땐 낙폭을 더 키운다는 우려를 늘 안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불확실성이 가득한 시점에서 굳이 공매도를 재개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매도 금지 장기화는 글로벌 기준에서 봤을 때 이례적이었고, 결과적으로 해외투자자가 한국 시장을 기피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해 왔는데요.
공매도 재개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맥쿼리증권은 “공매도 재개가 한국 증시에 부정적이라기보다 오히려 중립 혹은 긍정적”이라며 “재개 초반 다소 약세를 보이다가 이후 외국인 매수세로 초과수익을 기록했던 과거 사례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정부가 2020년 코로나 위기에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뒤 재개했던 2021년 사례(당시 코스피200·코스닥150 종목만 부분 허용)를 포함해, 과거 3번의 공매도 재개 국면에서 지표를 되짚어보면 재개 후 한 달 정도의 흐름은 조금씩 엇갈렸어도 3개월 뒤 코스피 수익률은 모두 상승 쪽이었습니다.
- 2011년 11월 10일 재개 : 당시엔 유럽 재정 위기 영향으로 다시 공매도를 잠시 막았다가 석 달 만에 해제했습니다. 1개월 뒤 코스피는 4.77% 올랐고, 3개월 뒤에는 10.0%까지 상승 폭을 키웠습니다.
- 2021년 5월 3일 재개 : 코로나19에 따른 전면 금지를 부분 해제한 시점이었는데, 1개월 뒤 2.93%, 3개월 뒤 2.84% 오르며 결과적으로 수익률이 플러스였습니다..
2009년과 2021년 재개 당시 외국인들의 대규모 매수가 유입돼, 결과적으로 주가지수가 오른 것으로 파악되는데요.
결국 공매도 재개 이후 잠시 단기 등락이 있더라도 결국은 외국인 매수세가 주가 상승을 견인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이번 재개가 과거와 똑같이 이어지리란 보장은 없습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공매도가 재개되면 (롱·숏 투자, 헤지 전략 등) 다양한 투자기법을 쓰는 외국인 자금이 한국 시장에 들어올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됩니다.
그러면 시중 유동성 확충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죠.
대차 잔고 늘었다
공매도 표적인가
정확히 공매도 재개를 앞둔 시점에서, ‘대차 잔고(주식을 빌려놓고 아직 안 갚은 물량)’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2023년 11월 금지 직전 유가증권 시장 대차 잔고가 90조 원에 육박했는데요. 금지 이후엔 45조 원 수준까지 급감했다가, 올해 초부터 다시 빠르게 회복하더니 30일 기준 66조 6,401억 원 규모로 커졌습니다.
특히 지난 24일부터 28일까지 유가증권시장 대차 잔고가 많이 늘어난 종목을 보면, ▲LG에너지솔루션(4,251억 원 증가) ▲카카오(1,337억 원) ▲삼성바이오로직스(1,121억 원) ▲네이버(940억 원) 등이 대표적입니다.
코스닥 시장에선 ▲에코프로(1,173억 원) ▲알테오젠(1,118억 원) ▲HLB(517억 원) ▲루닛(402억 원) 순으로 늘었습니다.
이 회사들이 실제 공매도의 집중 타깃이 된다고 단정하기에는 무리이지만, 과거 공매도가 활발했던 종목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이 큰 건 사실인데요.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업의 펀더멘털(실적) 개선 여부가 향후 주가를 좌우할 것”이라고 진단합니다.
실적이 좋으면 공매도 투자자들이 오히려 ‘숏커버링(빌려서 팔아둔 주식을 되사는 것)’을 하면서 주가가 오를 수도 있죠.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2차전지·바이오주처럼 최근 주가가 단기간 급등했고요. 실적(또는 펀더멘털)에 비해 밸류에이션(PBR 등)이 고평가된 종목은 재개 후 한 달 정도 변동성에 가장 크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칫하면 하락장에
불 지필 수도
문제는 공매도 재개가 이뤄지는 타이밍에 증시에 ‘4대 악재’로 불릴 만한 대형 변수들이 동시에 몰려온다는 점입니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한국·일본 등 대미 자동차 수출국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실제로 관세 리스크가 본격 제기되자 현대차 주가는 3%대, 기아는 2%대 급락을 면치 못했고, 일본 도요타 주가도 4.53%나 떨어졌습니다.
아시아 증시 전체가 ‘관세 폭탄 공포’에 휩싸인 28일, 코스피는 1.89% 급락해 2557.98로 마감했고 코스닥도 1.94% 하락해 693.76까지 밀렸습니다.
니케이225지수(-1.8%), 대만 자취안지수(-1.59%) 등 주변국 증시 역시 폭락장을 겪었습니다.
또 하나는 AI 투자 열풍이 식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된 겁니다.
알리바바그룹이 “AI에 대한 투자 과잉이 걱정된다”고 언급한 데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대규모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중단설, 중국 정부의 엔비디아 규제 강화 소식까지 겹치면서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2.59%), SK하이닉스(-3.72%) 등이 직격탄을 맞았죠.
세 번째 변수는 금융·증권주 배당락 효과.
유안타증권(-7.12%), 기업은행(-6.25%), DB금융투자(-5.71%), 미래에셋증권(-4.12%) 등이 일제히 주저앉았습니다.
이처럼 시장 전반이 흔들리는 시점에 공매도가 재개되니, 하락장에 기름 붓는 것 아니냐는 개인투자자들의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
한편 한국 경제의 전반적 체력에 대한 의심도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국제 신용평가사 S&P가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1.2%로 대폭 낮추고요.
피치는 1.3%, OECD는 2.1%에서 1.5%로 하향 조정하는 등 주요 기관이 잇달아 우울한 전망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영국의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가 올해 0.9%까지 내려갈 것”이란 최악 시나리오를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발 관세 공습과 소비 위축, 투자 부진, 정치적 불확실성 등 복합위기가 무역 의존도가 큰 한국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이유입니다.
이처럼 대외·대내적 리스크가 겹쳐 28일(공매도 전면 재개 직전 거래일) 코스피는 2주 만에 2600선이 무너졌고, 코스닥은 약 3개월 만에 700선 아래로 주저앉았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이후 한국 증시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은 약 200억 달러(29조 원)에 이르죠.
어쨌든 공매도는 한국 증시가 더욱 성숙해지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가는 과정에서 언젠가는 넘어야 할 산인데요.
단기적으로 한국 증시는 미국발 관세 폭탄, AI 거품 논란, 국내외 경제 전망 하향, 금융주 배당락 등 ‘4대 악재’가 동시에 몰려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공매도가 다시 허용되는 오늘(31일)부터 상당한 변동성이 예상됩니다.
하지만 긴 시계열로 보면, MSCI 선진지수 편입 가능성이 커지고, 외국인 자본의 재유입 또한 기대되는 긍정의 면도 분명히 존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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