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2024, 오늘날의 패스트푸드

서울문화사 2024. 9. 16.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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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슈니발렌부터 2024년 크루키에 이르기까지. ‘크루키’ ‘아망추’ ‘요아정’으로 보는 오늘날의 디저트 트렌드.

“너무 귀엽잖아요. 그거면 된 거죠.” 최혜윤 씨는 주말이 되면 카페를 하루 세 곳 이상 찾는다. 그녀의 카페 사랑은 유별나다. 애인이 생긴다면 해보고 싶은 일에 카페 투어를 제일 먼저 꼽을 정도다. 디저트 트렌드에도 민감한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사람들이 크루아상을 와플처럼 굽고, 누룽지처럼 누르고, 쿠키를 얹어 먹기 시작했을 때 최혜윤 씨 역시 열광했다. “사람들은 새로운 걸 보면 못 참아요. 저도 그렇고요.” 요즘 유행한다는 음식을 모두 먹어본 그녀는 트렌드의 이유로 귀여움을 꼽았다. “두바이 초콜릿은 드셔보셨어요? 비주얼이 예쁘지 않아서 아쉽더라고요. 요즘 디저트는 귀여워야 해요. 그래야 SNS에 올리죠.” 자주 먹느냐는 질문에는 손사래를 쳤다. “한 번이면 족해요. 자주 찾을 맛은 아니거든요. 너무 달고 가격도 부담스럽죠. 한 장의 사진을 위한 디저트라고 생각해요. ‘나도 해봤다’가 중요하니까.”

‘아망추’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아이스티에 망고를 더한 음료다. 지난 5월 SNS 이용자 차뽀삐가 아이스티에 얼음 대신 냉동 망고를 넣은 레시피를 소개한 후 유명해졌다. 해당 게시글은 조회수 460만 회를 기록하며 빠르게 퍼져 나갔다. 외식업계는 바빠졌다. 이디야는 제품 출시에 필요한 개발 기간을 반으로 단축하며 선두를 점했다. 출시 당일에만 전국에서 1만5000잔 이상 팔렸다. SNS의 영향력이다. ‘요거트 아이스크림의 정석’의 줄임말인 ‘요아정’은 커스터마이즈가 핵심이다. 아이돌의 레시피가 알려지며 팬들의 ‘성지순례’가 잇달았다. 사진 속 조합은 몬스타엑스의 셔누 레시피다. 요거트 아이스크림 위에 초코쉘, 벌집꿀, 초코 그래놀라, 블루베리 토핑을 올렸다. 조금 더 예쁜 비주얼을 위해 바나나를 추가해보았다. 가격은 2만1000원. 빙수 한 그릇에 8만원이 넘는 시대라지만 속은 쓰렸다. 최혜윤 씨의 말처럼 SNS에 사진을 업로드하며 위안 삼았다.

“정성을 다해 아이돌을 만들어서 데뷔시킨 느낌이죠.
근데 1, 2집까지 너무 잘해서 이걸 어떡하지 했는데 갑자기 해체를 통보해야 하는 마음.”

‘크루키’의 시작은 틱톡이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빵집 ‘메종 루바드’의 파티시에 스테판 루바드가 크루아상 위에 쿠키를 올린 디저트를 틱톡에 업로드하며 인기를 끌었다. 성수에 위치한 카페 해피퍼피하우스는 크루키를 강아지, 고양이 모양으로 빚는다. 귀여운 동물 모양, 쿠키와 빵 그리고 초콜릿. 여자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요소를 몽땅 모았다. 배우 고현정 역시 새로 만든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퍼피크루키’ 사진을 올렸다. ‘고현정 크루키’로 유명해지며 대표 이선 씨는 갑작스러운 인기에 잡혀갈까 봐 무서웠다고 말했다. “주 연령층은 2030세대지만 40대 부모님 세대도 많이 찾으세요. 자녀들을 데리고 오시죠. 반대로 따님들이 어머니를 모시고 오기도 하고요.” 유행 음식이 단순히 Z세대의 전유물만은 아닌 셈이다. 반짝 유행하고 마는 디저트 트렌드에 대해 회의감은 없을지 물었다. “그런 느낌이에요. 정성을 다해 아이돌을 만들어서 데뷔시킨 거죠. 근데 1, 2집까지 너무 잘해서 이걸 어떡하지 했는데 갑자기 해체를 통보해야 하는 마음.” 소속사 대표도 베이커리 사장도 아니지만 말로만 들어도 참담한 심경이다.

“저는 크루키 유행을 두 달 예상했거든요. 생각보다 오래가는 거 같아요. 이제 좀 느껴져요. 슬슬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준비를 하고 있구나. 그래도 이번 유행에서 다행인 점은 창업 가게가 필요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마카롱이 유행하면 마카롱 전문점이 생기고, 도넛이 유행하면 도넛 전문점을 해야 했는데 이건 일반 베이커리에서도 할 수 있죠. 뭐랄까 ‘서브 남주’ 같은 느낌으로.” 접근성 좋은 아이템은 기회다.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국 탕후루 매장의 폐업은 190곳. 지난해 90곳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업계 경쟁이 가열되니 본사의 불공정 행위도 급증하는 추세다. 무작정 유행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다 함께 죽는다. 망치로 부숴 먹는 과자 슈니발렌부터 벌집 아이스크림, 대만 카스텔라 등 무수히 많은 디저트가 떠올랐다 잊혔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유행이 지나가도 리스크가 덜한 아이템을 선택해야 한다.

요즘 디저트 트렌드의 핵심은 두 가지다. ‘비주얼’과 ‘신선한 경험’. 경험 중심의 소비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대중은 더 자극적이고 더 독특한 경험을 갈망한다. 소비 주기는 지나칠 정도로 짧아진다. 내가 맛본 디저트의 공통점은 빛 좋은 개살구다. 열량은 높고 영양가는 떨어진다. 실제 맛에서도 사업 아이템으로도 그렇다. ‘요아정’은 최근 경영권을 삼화식품에 400억에 매각했다. 탕후루는 폐업 점포 수가 개업 점포 수를 앞선다. 현대의 패스트푸드는 피자나 햄버거가 아니다. 사람들의 입에 쉽게 오르내리는 유행 음식이다. 앞으로 어떤 음식이 또 다른 유행을 불러올지는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건 SNS가 살아 있는 한 이러한 흐름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한국 사람들의 디저트 발상력은 무한하니까. 유행 음식에는 전혀 관심 없는 척 버티다가 슬쩍 이런 기획 기사를 썼다. 다음 유행이 와도 창업을 결심하고 한탕 노려보진 않을 것 같다. 동생 사준다는 핑계 정도로 시류에 한 입 탑승해볼 예정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먹는 패스트푸드처럼.


‘해피퍼피하우스’ 이선 대표가 알려준

집에서 크루키 만들어 먹는 법

1. 크루아상을 산다. 어떤 브랜드든 괜찮다.

2. 촉촉한 쿠키를 구매한다.

3. 크루아상 위에 초콜릿을 깔고 쿠키를 올린다.

4. 햄버거 형태로 만든 후 전자레인지에 돌린다.

5. 반으로 갈라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곁들여 먹어도 좋다.

* 포인트는 맛있는 쿠키를 사용하는 것.

Editor : 유지원 | Photography : 박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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