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해군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냉전 시대의 주력함이었던 올리버 헤저드 페리급이 모두 퇴역한 지 오래지만, 이를 대체할 신형 호위함은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야심차게 추진했던 LCS 사업은 완전히 실패로 돌아갔고, 차세대 호위함으로 기대를 모았던 컨스텔레이션급마저 건조 비용 폭등과 납기 지연으로 사실상 좌초 직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의회가 역사적인 결정을 내렸습니다.
2026년 국방수권법에 최초로 군함의 해외 건조를 승인한 것입니다.
비록 전투함이 아닌 미사일 추적함 2척에 불과하지만, 이는 미국 조선업의 한계를 인정한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그리고 이 변화의 바람 속에서 한국의 KDDX가 일본의 모가미급을 제치고 미국 시장 진출의 최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컨스텔레이션급의 몰락, 2조원을 넘긴 건조비와 끝없는 지연
미국 해군의 차세대 호위함(FFG(X)) 사업은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습니다.
2020년 사업자로 선정된 이탈리아 핀칸티에리의 제안은 카를로 베르가미니급을 기반으로 한 컨스텔레이션급이었습니다.
원래 카를로 베르가미니급의 척당 건조 가격은 약 1조 300억원 수준이었지만, 미 해군은 각종 장비를 미국산으로 교체하면서 가격이 1조 4천억원까지 상승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미 해군이 설계를 계속 변경하면서 컨스텔레이션급의 척당 가격은 결국 2조원을 넘어서게 됩니다.
납기 일정도 계속 밀렸습니다. 2020년 사업자 선정 당시에는 2030년까지 20척을 건조한다는 목표였지만, 현재는 초도함조차 2029년에나 완성될 전망입니다.
2024년 4월 시작된 초도함 건조는 11월 25일 기준으로 공정률이 겨우 12%에 불과했습니다.
2026년까지 완성하기로 했던 초도함이 미 회계감사원 추정으로는 2029년이 되어야 완성된다는 것입니다.
결국 존 펠러 미 국방부 장관은 계약된 1차분 8척 중 이미 건조에 들어간 2척을 제외하고 나머지를 전부 취소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미국 해군은 이제 컨스텔레이션급을 대신할 새로운 대안을 찾고 있으며, 국방부는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구성해 새로운 함급 군함을 더 빠르게, 더 많이 조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새로운 경쟁 구도, KDDX와 모가미급의 대결
현재 미국의 차세대 호위함 사업에 강력하게 부상하고 있는 후보는 한국의 KDDX와 일본의 모가미급입니다.
미국 업체들은 납기 일정을 맞추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선정될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특히 오스탈 USA는 이미 한화가 최대 주주로 등극한 상태라 과거에 제안했던 인디펜던스급 기반 함선을 다시 제안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이탈리아의 핀칸티에리도 더 간략화된 모델을 제안하겠다고 하지만, 이미 실패한 업체를 미 해군이 다시 선정할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입니다.
영국 BAE 시스템스의 타입 26형과 스페인 나반티아의 F-110형도 자국 내에서 납기 지연과 가격 상승 문제를 겪고 있어 미국이 선택할 가능성이 낮습니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한국과 일본뿐입니다. 일견 보기에는 아직 상세 설계조차 시작하지 못한 KDDX보다 이미 건조 중이고 호주에도 수출한 모가미급이 더 유력해 보입니다.
일본은 원래 5,500톤급인 모가미급을 확대 개선한 6,500톤급 FFM을 호주에 공급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상을 따져보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의 결정적 우위, 미국 현지 생산 기반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미국 현지 생산 기반입니다. 일본은 현재 미국에 진출할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반면 한국은 한화가 이미 미국 현지의 필리조 선소를 인수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호주 정부가 오스탈사의 외국인 지분 인수를 승인하면서 한화는 오스탈사 지분 19.99%를 확보했고, 최대 주주로 등극했습니다.

오스탈사는 미국에 조선소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조선소에서는 원래 미국의 연안전투함인 LCS를 건조했고, 최근에는 컨스텔레이션급을 건조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핀칸티에리로부터 컨스텔레이션의 설계를 구매해서 오스탈 USA에서 건조할 계획이었던 것입니다.
HD현대도 미국 현지 조선소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인수할 조선소를 찾고 있습니다.
반면 일본은 미국 현지에서 군함을 건조할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습니다.
일본이 미국에서 신규 조선소를 인수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HD현대조차 매물로 나와 있는 조선소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이 조선소를 확보하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새로운 조선소를 건설한다면 최소 7년 이상이 걸릴 것입니다.
미국 의회의 역사적 결정, 해외 건조 승인
2024년 12월 7일, 2026년 국방수권법 최종안이 나왔습니다.
이 법안에는 최초로 미국 군함에 대한 해외 건조를 추진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승인된 2척의 함선은 전투함은 아니고 미사일 시험 시 미사일을 추적하는 추적함입니다.
이 사업을 한국이 수주할 가능성은 높지 않으며, 아마 유럽 조선소들이 따낼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비록 이번에 한국이 수주하지 못한다 해도 의미는 있습니다.
미국에서 최초로 군함을 해외 건조하기로 했다는 점 자체가 중요합니다.
물론 미국에서는 여전히 전투함은 미국에서 건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선 전문가들은 미국이 어쩔 수 없이 한국에서 군함을 건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만약 신규 함선을 한국에서 건조하면 3년이면 완성되지만, 미국에서 건조하면 7년 이상 걸립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안에 결과가 나올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전투함도 해외에서 건조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2027년에는 전투함 해외 건조도 승인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처음부터 대량의 물량을 해외에 발주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소량만 해외에 발주하고 대부분은 미국 현지에서 건조하려 할 것입니다.
이때 일본은 대응할 수 없지만, 한국은 필리조 선소와 오스탈 USA를 활용해 훨씬 빨리 미국 현지에서 군함을 건조해 납품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소량만 한국에서 건조하고, 나머지 물량은 한국에서 메가블록을 만들어 필리조 선소와 오스탈사에서 최종 조립하는 형태로 납품하게 될 것입니다.
KDDX 공동 건조, 위기가 기회로
현재 KDDX는 아직 사업 방식을 정하지 못했습니다.
원래 12월 18일 예정이었던 방위사업추진위원회는 12월 22일로 연기되었습니다.
방사청은 공정거래위원회에 현대와 한화가 KDDX를 공동으로 설계하는 상생안이 담합 행위인지 아닌지에 대한 유권해석을 의뢰한 상태입니다.

만약 공정위가 담합 행위가 아니라고 해석하면, KDDX 사업은 최종적으로 현대와 한화가 공동으로 건조하는 상생안으로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의 호위함 사업을 위해서는 오히려 이것이 잘된 일입니다.
한국은 K조선 원팀을 만들어 해외 수주에서 현대와 한화가 경쟁하지 않고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잠수함은 한화가 중심이 되고 수상함은 현대가 중심이 됩니다.
지금 캐나다 잠수함 사업은 한화가 중심이 되어 진행 중입니다.
만약 미국의 차세대 호위함 사업에 도전하게 되면 K조선 원팀에 따라 그 중심은 현대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미국 현지의 함선 생산 기반을 구축한 것은 현대가 아니라 한화입니다.
만약 두 업체 중 한 회사만 KDDX 사업을 수주했다면 미국의 차세대 호위함 사업에서 문제가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KDDX 사업을 두 회사가 공동으로 하게 되면 미국의 차세대 호위함 사업에 건조를 두 회사가 분담해서 진행할 수 있습니다.
현대와 한화가 KDDX를 공동 건조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한국에게 매우 잘된 일입니다.
설계 지연은 문제가 아니다, 핵심은 납품 속도
비록 KDDX가 아직 설계되지 않았다 해도, 일본의 모가미급도 그대로 미국 시장에 진출할 수는 없습니다.
컨스텔레이션급처럼 미국이 요구하는 사양을 반영해서 새롭게 설계해야 합니다.
미국이 모가미급을 선정한다면 컨스텔레이션급처럼 레이더, 전투정보체계, 무장 등을 미국산 장비로 탑재할 것을 요구할 것이고, 이를 새롭게 설계하는 데에도 2~3년은 걸릴 것입니다.

그래서 KDDX 상세 설계에 3~4년이 걸리는 것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현대와 한화가 KDDX를 공동 설계하게 되면 두 팀으로 나누어 한 팀은 한국군 사양의 KDDX를, 나머지 한 팀은 미국이 요구하는 사양의 KDDX를 설계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모가미급이 이미 개발 완료되어 건조까지 되었다고 해서 그것 때문에 큰 장점을 가지지는 못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이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함선의 상태가 어떤지가 아니라, 미국 현지에서 얼마나 빨리 군함을 건조해서 미 해군에게 납품할 수 있느냐입니다.
그 점에서는 일본에 비해 한국이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일본과 한국 중에서 초도함을 미국 현지에서 누가 더 빨리 건조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고, 그 점에서 한국이 압도적으로 앞서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차세대 호위함 사업에 충남급을 제안하자는 이야기도 있지만, 호주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충남급은 설계, 특히 거주성과 확장성이 너무 낙후되어 있어 미국이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할 수 없습니다.
이 사업에는 절대로 충남급을 제안해서는 안 되고, 비록 아직 존재하지 않는 함선이라 해도 과감하게 KDDX를 제안해야 합니다.
특히 컨스텔레이션급이 실패한 이유가 미 해군이 함선에 대한 요구 조건을 계속 변경했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에는 아예 미국 측이 KDDX의 설계 단계부터 참여해서 그들의 요구를 반영하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입니다.
약 8개월 전 미국은 앞으로 한국의 KDDX를 도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는데, 지금 그 예측대로 되어가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의 무기 사업 중에서 KDDX가 어쩌면 가장 중요한 사업이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