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최근 공개한 무선 이어폰의 보청기 기능이 미국 보건 당국의 시판 허가를 받으며 애플의 인공지능(AI) 도구와 아이폰16 시리즈만큼 중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이어폰을 저렴하고 처방이 필요 없는 보청기로 탈바꿈시켰다”며 “회사에 매우 중요한 순간이었다”고 전했다.
에어팟 프로2의 보청기 기능은 경증에서 중증도까지 난청을 가진 환자들을 위해 설계됐다. 애플은 지난 9일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해당 기능이 나이와 무관하게 모든 소비자를 위한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애플의 헬스케어 부문 수석 부사장인 숨불 데사이 박사는 “청력은 모든 연령대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부문”이라고 밝혔다.
전날 미 식품의약품청(FDA)은 에어팟 프로2 보청기 소프트웨어를 승인하며 이 기능이 경증 및 중증도 난청을 가진 118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실증됐다고 밝혔다. 또 이를 통해 “청각 지원의 가용성, 접근성 및 수용성에 대한 진전”을 이루게 됐다고 평가했다.
FDA는 2022년 처방전이 필요 없는 보청기 허가를 내준 바 있지만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판매를 승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애플은 조만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이용자의 청력에 맞게 소리를 증폭시키는 기능을 제공할 예정이다. 애플의 새 모바일 운영체제인 iOS18를 탑재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로 약 5분 소요되는 청력 테스트를 진행하면 에어팟이 이에 맞춰 소리를 실시간으로 증폭해 준다. 애플은 향후 미국 외에도 100개 이상 국가 및 지역에서도 이 기능을 제공할 예정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약 15억명이 난청을 앓고 있다. 미국에서만 약 3000만명이 보청기 사용이 필요한 수준의 난청을 갖고 있다. 그러나 애플이 미시간대학교와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 난청 환자의 75%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2년 전 처방전 없이 보청기를 구매하는 것이 가능해졌지만 아직까지는 처방전이 필요한 제품은 고가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개인 맞춤형 보청기 가격은 1000달러 수준이다. 에어팟 프로2의 경우 가격은 249달러지만 이러한 고가의 제품과 비슷한 성능을 갖추고 있다. 이미 이 제품을 갖고 있는 사용자는 추가 비용을 내지 않고 소프트웨어만 업데이트하면 된다.
전문가들은 에어팟 프로2가 보청기가 필요하지만 착용하지 않는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구매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제품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뉴욕대학교 노화연구소의 니콜라스 리드 부교수는 해당 기능이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보청기 품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고 역효과를 내는 제품은 시장에서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특히 소비자들이 애플이 만든 제품에 대해 높은 신뢰도를 가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청기 기능 출시로 이어폰, 헤드폰과 스마트워치가 포함된 애플의 웨어러블 기기 부문도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애플은 에어팟 판매량을 별도로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지난해 웨어러블 매출은 400억달러로 스타벅스나 넷플릭스의 연간 매출을 능가했다. 또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애플은 작년 약 8000만개의 에어팟을 판매한 것으로 추산된다.
최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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