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 공무원, 기초연금 배제 논란 /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2026년 기초연금 선정기준액이 단독가구 기준 월 247만원으로 상향되면서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웬만한 중산층 노인들까지 수급 혜택을 받게 됐다.
하지만 정작 월 100만원도 안 되는 저연금을 받는 퇴직 공무원 1만3천명 이상은 여전히 제도 밖에 방치돼 있다. 평생 공직에 헌신한 대가가 노후 빈곤이라는 역설적 상황이 12년째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의 발단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기초노령연금을 기초연금으로 확대 개편하면서 공무원·사학·군인연금 등 직역연금 수급자를 대상에서 전면 제외했다.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보다 훨씬 많다’는 여론을 의식한 정치적 결정이었지만, 이는 고위직 일부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20년 근속 후 퇴직일시금을 받은 하위직 공무원들에게는 가혹한 낙인이 찍혔으며, 더 큰 문제는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까지 기초연금에서 배제된다는 점이다.
배우자가 평생 전업주부로 살았든, 영세 자영업자로 일했든 상관없이 ‘직역연금 수급권자의 배우자’라는 이유만으로 247만원 기준 이하 소득임에도 수급권을 박탈당한다.
공무원의 기초연금은 불공정하다?

퇴직 공무원, 기초연금 배제 논란 / 출처 : 연합뉴스
2014년 기초연금법 개정 당시 여야는 ‘형평성’을 명분으로 직역연금 수급자 배제에 합의했다. 국민연금 수급자는 기초연금을 받는데 상대적으로 두터운 연금을 받는 공무원들까지 지원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이는 전형적인 ‘평균의 함정’으로, 공무원연금 평균 수령액은 높지만 하위 20% 퇴직자들은 월 100만원도 받지 못한다.
특히 1995년 이전 퇴직자 중 일시금을 선택해 이미 자금을 소진한 이들까지 포함하면 실질적 빈곤층 규모는 훨씬 크다.
해외 사례는 한국의 제도적 모순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일본·영국·스위스·캐나다 등 선진국들은 직역연금 수급자라고 해서 기초연금을 무조건 배제하지 않는다.
기초연금은 모든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직역연금은 소득 비례적 보완 수단으로 설계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 ‘직역연금 수급자’라는 과거 직업 이력 하나만으로 현재의 실질 소득과 무관하게 배제하는 전근대적 접근을 고수하고 있다.
‘반쪽 해법’에 그친 정치권의 한계

퇴직 공무원, 기초연금 배제 논란 / 출처 : 연합뉴스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 김동아 의원이 발의한 기초연금법 개정안은 배우자 배제 조항만 삭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직역연금 수급자 본인은 계속 제외하되, 배우자만큼은 소득 기준에 따라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복지 사각지대 해소라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지만, 근본적 해법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 산하 기초연금 적정성 평가위원회는 더 전향적인 입장을 내놨다.
위원회는 “직역연금 수급 여부와 관계없이 소득인정액이 선정기준액 이하인 경우 기초연금 수급자로 포괄해야 한다”며 본인까지 포함하는 개선안을 제시했다.
사회보장 전문가들도 “실질 소득이 월 247만원보다 낮은데 과거 직업을 이유로 차별하는 것은 복지국가 원칙에 반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공무원 특혜 논란’을 의식해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12년간 방치된 사각지대, 없앨 수 있을까

퇴직 공무원, 기초연금 배제 논란 / 출처 : 연합뉴스
2026년 현재 기초연금 수급률은 65세 이상 노인의 66%에 달한다. 선정기준액이 247만원까지 올라가면서 중산층 노인들까지 혜택을 보는 보편적 복지로 진화했지만, 정작 저소득 퇴직 공무원들은 12년째 배제돼 있다.
이는 명백한 입법 부작위이자 헌법상 평등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문제는 정치적 의지다. 직역연금 수급자 포함 문제는 ‘공무원 특혜’ 프레임에 갇혀 정치권이 쉽게 손대기 어려운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다.
하지만 월 100만원도 안 되는 저연금을 받으며 빈곤의 나락에 떨어진 1만3천명 이상의 하위직 퇴직자들까지 ‘특혜 논란’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명백한 정책 실패다.
성실하게 공직에 헌신한 결과가 제도적 차별과 노후 빈곤으로 돌아오는 구조를 방치한다면, 이는 복지 사각지대를 넘어 공직 사회 전체의 사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를 정치권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