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평 땅에 지어진 '구축 주택'을 고쳤더니... 헉, 같은 집 맞아?!

안녕하세요. 저희는 섬마을 바닷가 앞집에 정착한 신혼부부입니다. ^^

저희는 2년간 장거리 커플로 지내다 결혼하고 나서는 각자의 직장 중간 즈음 있는 지역에 전셋집을 구해서 살았어요. 말이 중간지역이지, 왕복 3시간 정도의 거리를 매일 출퇴근하다 보니 면역력은 있는 대로 떨어지고, 부부가 한 번씩 크게 아프고 나서 과감하게 퇴직을 결정했습니다. 아이도 가져야 하니 비교적 봉급이 적은 제가 퇴직을 하고 신랑 회사가 있는 지역으로 이주를 결심하게 되었죠.

처음에는 남편 회사 근처에 있는 아파트촌에 괜찮은 전세매물이 있는지 알아보았어요. 하지만 굳이 여기까지 와서 아파트에 살고 싶지 않았고, 어릴 적부터 꿈꾸던 전원생활, 주택 생활을 실현하기 위해 주택(구옥)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아무리 시골이라지만 으리으리한 전원주택을 구매할 정도의 자금은 없었고, 오래된 구옥이라도 리모델링으로 변신이 가능한 골조가 튼튼한 주택을 오랫동안 알아보았습니다.

그렇게 발견한 집이 지금 살고 있는 이 집인데요, 예산외에도

1. 남편의 직장까지 차로 20분 이내

2. 입구까지 차량 진입이 가능한 집

3. 골조가 튼튼한 집

4. 숲이나 바다가 보이는 집

5. 마당이 있는 집

이렇게 다섯 가지 조건에 맞는 집을 구하게 되었습니다.

리모델링 전 집의 모습

150평 땅에 지어진 20평짜리 본채 하나, 14평짜리 별채 하나와 더불어 무허가 불법건축물(왼쪽)이 있던 비포 사진입니다.

본채의 오른쪽으로 별채가 있는데, 이전 주인께서 바닷가 민박으로 영업을 하시던 공간이에요.

5년 이상 비워져 있었다던 이 집은 그 흔한 비 샌 흔적 하나 없이 튼튼하고 깨끗한 편이었습니다. 구옥이다 보니 구조적으로 개선해야 할 곳들이 많았지만, 사실 저희의 예산에서 사람이 살수 있을 것 같은 집은 여기뿐이었어요...

집을 계약한 후 열 군데 가까이 견적을 보고 리모델링 업체를 선정했습니다. 까탈스럽게 구한 건 아니고... 반 이상의 업체에서 퇴짜를 맞았어요.^^ 그리고 저희 기준에 너무 고급스럽고 비싼 업체도 제외한 후 현실적으로 가능한 부분만 손대자는 업체와 손을 잡았습니다.

저렴하게 공사하는 대신 도면은 제가 직접 그렸습니다.

본채 평면도

본채 3D 도면

전문가는 아니지만 첫 내 집을 고친다는 생각에 의욕이 일었고, 초보자도 할 수 있는 쉬운 프로그램을 찾아 도면을 그려보았습니다. 구조적으로 어느 부분은 가능하고 불가능한지 업체 사장님과 상의하면서 가장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율을 낼 수 있도록 동선을 짰습니다. 공사가 끝나면서 계획한 도면의 70% 정도가 실현되면 성공한 거라고 하던데 저는 80% 정도는 실현이 된 것 같습니다.

별채도 많은 변화가 있었고, 마당과 텃밭도 있지만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오늘은 본채만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새로 만든 거실

Before

기존의 거실입니다. 현관을 들어오면 중문 없이 바로 거실이 있고, 반대쪽 벽엔 안방 문이 있어 소파나 TV를 놓을 공간이 없었습니다.

After

바뀐 거실 사진입니다. 처음보단 많이 작아졌지만 TV와 소파를 두고 뒹굴거리며 쉴 수 있는 공간이 생겼습니다.

요즘은 전형적인 거실을 탈피하여 테이블만 두거나 서재, 다이닝으로 꾸미는 형태를 많이들 하시지만 저희 부부에게 소파에 누워 TV를 보는 행위는 최고의 휴식이기 때문에 그 공간이 꼭 필요했습니다. 고양이들을 위해 원래 중문이 없던 현관에 가벽을 세워 중문을 만들었고, 그 덕에 거실 공간은 매우 좁아졌지만 TV를 놓을 수 있는 벽이 생겼습니다.

사진상 소파 왼쪽의 벽에도 원래는 안방으로 들어가는 문이 있었는데 막아버리고 다른 쪽으로 문을 내어 작지만 완벽한 거실을 만들었습니다.

창밖의 마당은 아직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어수선합니다. 좁은 거실이지만 소파 맞은편으로 캠핑의자까지 두었습니다. 미니멀리스트는 진작에 포기했습니다.... 하하

곧 아이 방이 될 서재

방 두 개 중 용도가 애매한(현) 서재입니다. 사실 이 방은 서재로 쓰려고 꾸미다가 갑자기 아기가 생기는 바람에 정리를 중단했어요. 배가 불러오기 전에 다시 아이 방으로 바꿔야 하기 때문에 책상 위의 지저분한 잡동사니는 눈 질끈 감고 지나가는 공간입니다.

오른쪽의 창은 원래 없던 창인데 남향으로 꼭 창이 하나 있었으면 해서 새로 내달라고 했어요. 기존에 있던 왼쪽 창은 바다를 보기 위해 픽스창으로 해달라고 했는데 사실 바다보다는 옆집 돌담을 보면서 힐링 중입니다.

안방을 주방으로

Before

주방 비포 사진입니다. 기존엔 안방으로 쓰이던 공간이에요.

After

옛날식 큰 미닫이문을 떼어내고 문틀이 있던 자리를 아치 형태로 요청드렸어요. 이 집에는 아치 모양의 문이 아주 많은데, 세탁실과 드레스룸, 그리고 내력벽이라 철거가 힘들었던 부분은 모두 아치 형태로 공사했어요.^^

주방은 욕심을 많이 낸 만큼 아쉬움도 많이 남는 공간인데요. 창밖 뷰를 포기할 수 없어 싱크대를 창문에 맞추어 짜다 보니 조리 동선이 살짝 꼬였고, 빈틈없이 짠 냉장고장은 냉장고 문이 열리지 않는 불상사가 발생하여 뒷공간이 충분한데도 앞으로 한껏 돌진해 있습니다. 하지만 이사 와서 처음 창밖의 돌담을 보며 설거지할 때, 그동안 쌓였던 아쉬움과 속상함은 모두 날아가 버렸어요.^^

주방 속 다용도실이 된 다락방

Before

작은방에 붙어있던 다락방. 사진에는 안보이지만 장롱 왼쪽으로는 다락 아래 공간으로 갈 수 있는 문이 있었습니다.

After

주방에 붙어있는 다용도실(세탁실)은 원래 앞에서 보신 서재에 연결되어있던 다락방이었어요. 다락을 철거하고 주방에서 출입할 수 있도록 개구부를 내어 작지만 쓸모 있는 다용도실로 만들었습니다.

현관, 욕실, 세탁실 바닥은 모두 같은 무늬의 타일을 사용했습니다. 사장님이 거래하시던 타일 가게는 타일 종류가 다양하지 않아 선택의 폭이 넓지 않고 마음에 드는 색상의 타일은 이 타일뿐이라 바닥 타일은 모두 같은 제품으로 시공했습니다. 처음엔 테라조 무늬가 너무 많이 쓰이면 산만할 것 같았는데 주로 생활하는 공간이 아닌 데다 거실과 방을 어두운 나무톤의 강마루로 시공한 덕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살고 있습니다.

주택으로 이사 오면서 꼭 갖고 싶었던 공간이 펜트리였는데요, 이 길고 좁은 공간을 펜트리로 고치면서 공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며칠을 밤새 고민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 선반은 아파트에서부터 쓰던 건데 이사 후 세탁기 옆으로 쏙 들어갔을 때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공간을 연결하는 복도

주방과 거실을 지나면 보이는 복도입니다. 거실 쪽으로 나 있던 안방 문을 옮기고 주방으로 들어가는 오각형 문틀을 철거했더니 길쭉한 복도가 생겼어요. 복도 끝으로는 마당으로 나갈 수 있는 터닝 도어가 있고, 왼쪽에 화장실과 드레스룸, 오른쪽은 안방입니다.

인심 좋은 동네 어머님들께서 가끔 우리 집 뒷문에 야채를 한가득 걸어주고 가십니다. 대문과 담벼락이 완성되지 않아 동네분들이 아무 때나 들어오시는데 나눠주신 정에 감사드리면서도 어느 정도 사생활 보호가 필요할 것 같아 지금은 터닝 도어에 고방 유리 시트지를 부착했습니다.

주방을 드레스룸으로

Before

드레스룸 비포 사진입니다. 원래 주방이었으나 공간이 너무 협소하여 과감하게 드레스룸으로 바꿨습니다.

After

역시 문 대신 아치형 문틀만 제작했고, 커튼을 달아 지저분한 모습을 가렸습니다. 가끔 손님들이 오셔서 커튼을 벌컥벌컥 여실 때 식은땀이 납니다. 드레스룸 안쪽은 보여드릴 수가 없네요...^^

문의 방향을 바꾼 침실

Before

안방의 비포 사진입니다.

After

기존 안방의 이중창 사이에는 넓은 폭으로 화분 등을 놓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습니다. 그 공간을 살려 나무 선반을 올렸더니 저희 냥님들의 최애 장소가 되었습니다.

창문마다 고양이들이 올라가있는 거 보이시나요?

사실 주택으로 이사 오고 나서 가장 좋을 때는 사랑하는 고영님들이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볼 때입니다. 고층 아파트에 살 때는 창밖으로 점처럼 지나가는 사람이나 차를 보는 게 전부였는데, 지금은 새소리, 빗소리, 파도 소리를 듣고 동네 고양이들과 교감하면서 행복한 안락함을 느껴요. 물론 사람에게도 해당되는 얘기입니다.

시시각각 바뀌는 자연의 모습을 보면서 오늘보다 아름다울 내일을 기다립니다. 한숨과 걱정으로 내일을 기다리던 도시에서의 삶에서 벗어나 평화로운 이곳으로 올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며, 전원생활을 꿈꾸시는 분들에게 용기 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