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긴급출동' 사안인 교제·가정폭력 신고…절반 넘게 '현장종결'
경찰, 70% 이상 '긴급 대응' 사안으로 분류
정작 현장에선 절반 이상 '종결 처리'
주요 현장 종결 사유는 '피해자 처벌 불원 의사'
처벌 불원 의사가 중대 사건 '징후'일 수도
전문가들 "피해자 보호에 초점 맞춰야"
연인 또는 가족 사이에서 발생한 '친밀 관계 폭력' 신고 건수가 매년 증가하는 가운데 경찰은 해당 신고 사건 대다수를 긴급 대응이 필요한 '코드1' 사안으로 분류하고는 있지만, 정작 절반 이상은 입건 없이 현장 종결 처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폭력 범죄가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는 '반의사불벌죄'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은 게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데, 제도적 허점이 존재하는 만큼 경찰이 피해자 보호에 초점을 두고,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경찰도 이런 비판을 고려해 대응 기조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친밀 관계 폭력 신고 증가…'생명·신체 위험' 코드1 지정 70% 넘어
교제폭력 신고 건수는 △2021년 5만 7305건 △2022년 7만 790건 △2023년 7만 7150건으로 2년 새 34.63% 증가했다. 가정폭력 신고 건수 역시 △2021년 21만 8680건 △2022년 22만 5609건 △2023년 23만 830건으로 매년 5천 건 넘게 늘었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만 해도 교제폭력 신고 건수는 4만 8314건, 가정폭력 신고 건수는 13만 441건에 달했다.
경찰은 이런 친밀 관계 폭력 신고의 대부분을 코드1 사안으로 분류해왔다. 신고 당시에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 상황이 임박했거나 진행 중 또는 진행된 직후인 '긴급 출동' 사안으로 봐왔다는 의미다. 올해 같은 기간 교제폭력 신고의 74.09%(3만 5798건), 가정폭력 신고의 77.14%(10만 627건)가 코드1 사안으로 지정됐다.
기간을 2021년부터 올해 7월까지로 넓혀봐도, 전체 교제폭력 신고 25만 3559건 가운데 72%(18만 2455건), 가정폭력 신고 80만 5560건 중 74.8%(60만 2845건)가 코드1 지정 건이었다.
경찰, 긴급 대응 사안 분류하고도…'50% 이상' 현장 종결, 왜?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112신고 처리 현황을 보면 △교제폭력 신고 4만 8314건 중 2만 6636건(55.1%) △가정폭력 신고 13만 441건 중 6만 8349건(52.4%)이 현장 종결 처리된 것으로 집계됐다. 검거가 이뤄진 건수는 △교제폭력 2730건(5.65%) △가정폭력 6170건(4.73%)에 불과했다. 수사 부서 인계 등 인계 종결 조치 건수도 △교제폭력 8719건(18.05%) △가정폭력 2만 4815건(19.02%)에 그쳤다.
경찰은 현장 종결 건수가 높은 주요 이유 가운데 하나로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를 꼽았다. 경찰청 관계자는 "신고가 이뤄지고, 위험성이 커 보여도 피해자가 처벌 의사를 번복하면 경찰 개입의 여지가 줄어든다"고 말했다. 또 폭행 없는 단순 말다툼 등 경미한 사안으로 판단되거나, 현장에서 피해 사실이 발견되지 않은 경우 등에도 현장 종결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친밀 관계 폭력 사건에서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가해자를 벌하지 않는 반의사불벌죄가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는 건데, 이 같은 이유로 경찰의 현장 종결 처분이 관행처럼 굳어져서는 곤란하다는 전문가 의견도 많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효정 부연구위원은 "가해자가 처벌받게 될 경우 피해자가 처벌을 원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기에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보복 당할 게 두려워서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렇기 때문에 친밀 관계 폭력 범죄에는 반의사불벌죄 적용이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라고 설명했다.
'반의사불벌죄'로 보호 공백 지적도…"경찰, 적극적 혐의 적용 필요"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범죄수사연구실 정지혜 연구관은 "교제폭력 등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사건의 경우 감정적인 요소가 증폭되는 요소가 크다 보니까 일반 관계에서는 쌍방 폭행 정도로 끝날 일도 격해진 감정 때문에 극악무도한 범죄로 살인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경찰청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실에 제출한 '살인 피해자·가해자 관계' 자료를 보면, 지난해 살인 범죄(미수 포함) 피의자는 모두 778명으로 그중 192명(24.6%)이 전·현 배우자와 전·현 애인, 사실혼 배우자 등 친밀한 관계를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다. 특히 피해자가 끝내 목숨을 잃은 사건의 피의자 289명 중 83명(28.7%)이 친밀한 관계였다.
결국 관련 제도도 현실에 맞게 개선돼야 하지만, 경찰의 대응도 피해자 보호에 무게 중심을 두고, 보다 적극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박예림 정책팀장은 "피해자가 처벌 불원 의사를 밝힐 경우에도 친밀 관계 폭력의 특수성을 살펴 경찰이 좀 더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설득해 후속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용혜인 의원도 "반의사불벌죄 폐지를 비롯한 친밀 관계 폭력 관련 입법을 조속하게 실현하겠다"며 "친밀 관계 폭력은 성폭력, 스토킹 피해를 동반하는 경우가 다수인 만큼 경찰은 추가 피해를 확인해 반의사불벌죄 적용이 없는 다른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도 이런 우려들을 반영하는 기류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달 24일 전국 여성·청소년범죄 수사 책임자 간담회를 열어 '교제폭력 주요 상황별 경찰 조치 방안'을 공유했다. 해당 방안에는 사안의 위험성이 크다고 판단될 경우 가해자에게 특수폭행, 특수협박 등의 혐의를 적용해 형사 입건하고, 신고가 반복되면 상습범으로 간주해 적극적인 피해자 보호조치에 나선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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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희영 기자 matte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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