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마야! 20년 묵은 '공포의 꽃무늬 벽지', 다 뜯어 냈더니..
안녕하세요:) 부부와 열세 살 아들로 단출했던 세 식구에서 아들의 소원으로 반려견도 함께하게 된 지 이제 2년 차에 접어든 저희 가족의 집을 소개합니다. 3년 전에 찍은 가족사진인데 저보다 한참 작았던 사진 속 꼬맹이는 지금 손도 발도 키도 저보다 더 커버렸네요. 제가 좋아하는 사진이에요.
괜히 뭉클하면서 시작하게 되는 집들이 소개 글입니다. 지금의 집으로 이사하고 벌써 5년 차. 아이의 초등 시절을 다 보낸 집이네요. 짐이 더 늘지 않도록 비우면서 유지하는 게 목표랍니다.
도면
집 보러 남편이랑 한 달을 넘게 발품 팔다가 이 집을 보고는 그날 바로 결정했었어요. 오래된 아파트라 앞뒤 베란다가 엄청 넓었던 기억이 나네요. 할머니 혼자 사시던 집이였는데 폭염에도 앞뒤로 베란다 문을 열어놓고 너무 시원하게 계시더라고요.
오래된 아파트지만 새시가 좋았다는 점, 동 간 거리가 넓은 점에 그냥 딱 '우리가 찾던 집이다' 싶었습니다. 이전에 전세로 살던 집이 새로 지은 집에 첫 입주자였는데 살면서 곰팡이 때문에 고생을 엄청나게 하다가 결국 만기 못 채우고 나왔던 터라 남편은 집 보러 가자마자 구석구석 곰팡이의 흔적들부터 찾아다녔어요. 근데 곰팡이도 하나 없고 아파트가 전반적으로 관리가 잘되어 있더라고요.
거실 Before
지은 지 20년된 20평대 작은 아파트 비포 사진입니다. 화려한 꽃무늬 벽지, 어두운 몰딩과 장판, 빛바랜 인터폰 등 세월의 흔적이 느껴집니다.
여기저기 꽃이…참 많았네요:) 이제 이 집이 어떻게 변신했는지 보여드릴게요.
거실 After
저희 집 거실입니다. 넓었던 거실 베란다를 확장하니 24평 집이 30평은 된 것 같은 효과가 있어요. 단열을 정말 꼼꼼하게 부탁드렸더니 웃풍도 전혀 없고요.
아이가 방학하면 서재에 있던 책들을 거실로 다 꺼내와 옮겨주기도 합니다. 눈뜨면 책부터 집어 드는 아들은 방학 기간이 되면 소파와 책과 한 몸이 되어 뒹구르르.
저처럼 가구 옮기는 거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모듈 소파가 딱 맞아요. 요리조리 바꾸면 기분전환도 되고 무엇 보다 질리지 않아요. 패브릭이지만 이지케어라 관리도 편하고요.
비슷한 듯 보이지만 사실 다 다른 소파 위치들이랍니다. 거실 이레카야자는 작년에 아들이 사준 생일선물인데 식물똥손인 제 손에서 잘 살아서 버텨주고 있는 기특하고 고마운 반려 식물입니다.
아이와 개가 함께하는 일상들은 정말 사랑 그 자체. 어떤 말로도 표현이 안 되네요. 전반적으로 무채색인 집에 초록초록한 이레카 야자와 오렌지 네시노 조명으로 컬러포인트를 주었고요. 자잘한 소품이나 짐들을 안 두었기 때문에 어지를만한 것들이 없어 청소도 빠르고 늘 집이 깨끗하게 유지가 돼요:)
한때 선반 놓고 액자들과 소품들을 매일 진열하던 맥시멀 시절이 있었는데... 문득 먼지 닦으면서 돈 쓰고 고생하는듯한 현타가 오더라구요. 하나씩 비우고 정리하면서 먼지 닦는 노동에서 해방되는 기분이었어요. 단정하고 심플한 게 최고의 인테리어라고 주문처럼 외우고 살고 있어요.
그래야 유지가되는 현실!
거실벽은 비워두고 영화 스크린처럼 사용합니다. 코로나 직전에 산 시네빔은 우리 집 최고 효자템이 되었고요. 리모델링할 때 흰 벽으로 결정한 과거의 저를 칭찬하고 싶어요. 안방의 붙박이장, 작은방 벽, 주방 벽 모든 곳이 스크린이 될 수 있어 집 어디서든 홈 시네마를 누리고 있답니다.
테이블 끌어다 거실에 두고 맛있는 음식 먹으면서 빔으로 영화쏘고 홈파티! 이게 바로 삶의 질 상승 아닐까요. 확실한 행복 보장입니다. 땅땅땅!
주방 Before
이쪽이 주방인데 식탁 공간 말고는 냉장고 자리가 없어서 베란다에 냉장고를 두셨더라고요. 냉장고 갈 때마다 베란다 문을 열고, 닫고 할 생각에 '무조건 여기는 확장이다' 보자마자 마음먹었고요.
일자 주방인데 사시던 할머니께서 싱크대는 바꾼 지 얼마 안 되었다고 하셔서 타일이랑 필름 시공만 새로 하기로 했어요. 그런데 공사를 하다보니 결국 수전이랑 싱크홀도 바꾸고 후드도 바꾸고. 이럴 거면 그냥 전체 시공할 걸 했나싶고..또르르:)
주방 After
이사하고 5년 차 최근의 주방 모습입니다. 여러 각도에서 찍어봤어요:)
작지만 알차게 필요한 것만 두고 쓰는 중입니다. 싱크대 옆에 문은 세탁실이에요.
최대한 식탁이나 싱크대 위에 물건을 쌓아두고 살지 않으려고 하는데 나름 잘 지켜지고 있는 것 같지요*-*
저희는 끼니마다 압력솥 밥을 해 먹고, 한여름을 제외하고는 물도 보리차를 끓여 먹어요. 그래서 전기밥솥도 없고, 정수기도 없습니다. 조금 손이 가고 번거롭긴 해도 끼니마다 맛있고 찰진 솥 밥에, 맹물보다 맛있는 보리차를 마시고 무엇보다 공간 차지나 관리 측면에서도 자유롭고요.
이건 공사가 끝나고 이사 들어오기 전 사진인데 아우 눈이 부시네요. 애프터 확실한 리모델링입니다.
베란다를 확장하고 냉장고 장을 짰어요. 사려고 했던 냉장고 사이즈에 맞춰 죽은 공간을 살리고 수납도 해결되었습니다. 세 식구가 그때그때 먹을 만큼만 장보고 음식들 화석 될 일 없어서 5년째 만족하고 쓰고 있는 작은 냉장고입니다.
꺼내놓고 쓸 수밖에 없는 주방 가전들은 색상을 통일하고 잡다한 강아지 용품들은 바구니 안에 넣어두면 깔끔해 보여요. 손 자주 가고 좋아하는 육아서와 책들은 틈나면 바로 읽을 수 있게 눈에 보이는 곳에 두고 읽습니다.
공사할 때 싱크대 리모델링이 빠지게 되면서 저 진열장도 철거하지 못해 걱정이었는데 필름 시공하고 서랍 손잡이를 바꿔주었더니 나름의 수납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네요.
다른 건 다 미니멀라이프 실천 중인데 유일하게 그릇만 미니멀이 힘들어요. 예쁜 그릇만 보면 눈이 돌아가고 정신을 못 차리는 개미지옥이고요. 그래도 작은 주방이라 넘치지만 않게 나름 유지하려고 많이 자제하고 있어요. 후
티스푼, 티 포크부터 제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채워진 저의 주방이 좋습니다. 혼자 먹어도 예쁘게 잘 차려 먹고요. 설거지하는 것도 좋아하고 주방에서 사부작거리면서 만들고, 닦고, 정리하는 시간이 저에게는 힐링 타임이에요.
아이 방
아이 방을 먼저 소개할게요. 요리조리 가구 옮기는 거 좋아해서 아이 방도 자주 바뀌는데 제일 최근에 바뀐 구조입니다. 고학년이 되면서 독서실 느낌으로 만들어줬어요. 공간 활용을 위해 2층 벙커 침대를 사용하고 책상 맞은편에 캐비넷이 전부인 심플한 십 대 방입니다. 책상 위에도 꺼내둔 게 별로 없어서 공부할 때 집중도 잘되고, 정리가 쉬워서 깨끗하게 유지도 되고요.
학용품들은 책상 서랍에 있고 아끼는 장난감들은 침대 계단이 서랍형이라 잘 정리해 넣어두었습니다. 고학년이 되니 장난감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되더라고요.
서재
다음으로 소개할 공간은 서재입니다. 전체적으로 화이트한 집인데 서재만큼은 따뜻하고 코지한 느낌을 주고 싶어서 우드 우드 하게, 조명도 따뜻한 색으로 아늑하고 사랑스러운 공간으로 만들었어요.
책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서 꾸며줬는데 엄마도 아빠도 작은방 빈백에 앉으면 엉덩이가 무거워져서 일어나기가 쉽지 않고요.
앉아서 음악도 듣고,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북카페가 따로 없어요.
작은방이라 책장을 벽면 위까지 높은 것으로 답답하게 채우지 않았더니 책이 많아도 좁아 보이거나 지저분해 보이지 않습니다.
홈캠핑 ZONE
확장 안 한 베란다는 홈 캠핑 공간으로 쓰고 있어요. 원래 베란다에 짐 쌓이면 끝도 없는 거 알아서 사실 아무것도 없이 텅 비워진 공간이었는데요, 코로나 기간 동안에 캠핑도 자주 못 가고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캠핑 도구들 하나둘씩 두고 써보니 나름 기분도 나고 괜찮더라고요. 캠핑 도구들 꺼내서 세팅해두고 맥주나 커피도 마시면서 즐기고 있어요.
침실
부부침실 사진이에요. 화장대와 침대가 전부인 미니멀한 안방입니다. 화장대 거울과 아래 서랍장은 각각 다른 곳에서 샀는데 사이즈도 색상도 마치 세트 같아요. 화장대 위도 단출하게! 샘플도 받으면 서랍에 넣어두지 않고 바로바로 써서 쌓이지 않도록 해요. 화장품 정리도 한 번씩 주기적으로 해줘야 유지가 됩니다.
부부의 사계절 옷과 계절 이불들, 캐리어, 가방, 아들 외투 등이 사진 속 붙박이장 하나로 해결입니다. 이사를 하면서 저 옷장이 넘치지 않을 정도로만 살아야겠다 다짐했는데 5년째 잘 유지하는 중이에요. 비결은 하나를 비우면 하나를 사자 혹은 하나를 사면 하나를 비우자 :)
몇 년 전에 엄마가 갑자기 하늘나라로 가셔서 언니와 함께 엄마의 유품을 정리하는 일이 있었어요. 그때 2박 3일을 엄마 옷만 정리하는데 정말 옷들이 몇 박스 끝도 없이 나오더라고요. 제가 초등학교 때 들었던 가방, 중학교 때 입었던 트레이닝바지. 멀쩡하다고 안 입는 옷들까지 엄마는 왜 버리지 못하셨을까요.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제가 미니멀라이프를 마음먹었던:) 어차피 옷이 많아도 자주 입는 옷들은 정해져 있고 옷장 열면 옷은 매해, 매 계절, 매일 없잖아요?ㅎㅎ 쇼핑할 때 집에 있는 옷들과 잘 매치할 수 있는 것으로 고르고 유행을 덜 타는 옷으로 골라요.
1년 동안 안 입은 옷들은 앞으로도 안 입을 예정이니 비워주고, 있는 옷들은 세탁법 잘 지키고 드라이하고 관리 잘해서 몇 년을 오래 입습니다. 아! 있는 옷들 잘 입으려면 사이즈가 바뀌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겠네요!
저는 [홈 카페]를 좋아해요
요즘 새로운 취미로 커피 학원을 등록해서 커피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홈 카페를 워낙 좋아하기도 했지만, 뭐든 공부하고 알수록 더 잘 보인다고 하잖아요.
바리스타 자격증도 따고 배울수록 재밌어서 일주일에 두 번 학원 가는 시간이 저에게는 힐링 타임입니다. 온전히 저를 위한 시간이거든요:)
새로운 도전이 설레고 가슴 뛰고, 학원 동생들과 어울려 좋아하는 것을 배우는 경험들이 신선합니다. 더불어 홈 카페 기술들도 풍성해졌고요.
여긴 주방의 작은 홈 카페 존이에요.
보기 좋은 게 맛도 좋다고 하잖아요. 홈스토랑, 홈카페, 홈포차, 홈파티 그때그때 어울리는 그릇과 잔을 꺼내어 세팅하는 재미가 쏠쏠해요.
우리 가족&우리 동네 이야기
초 6인 아들과 전시회, 카페, 서점, 도서관, 캠핑 다니는 것을 좋아해요. 취향이 비슷한 아들과 함께 생각이나 의견을 나누고 좋은 곳을 공유하는 기쁨이 크거든요.
얼마 전에는 아들과 단둘이 가까운 곳으로 1박 2일 수학여행을 다녀왔는데 아들이 직접 계획을 짜고, 가고 싶은 곳을 알아보고, 예산을 기록하고 저희 모자에게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을 만들었답니다.
저희는 정말 알아주는 동네 러버예요. 집 앞에 나가면 바로 산책로와 하천이 있어서 자주 걷고 자전거를 타기도 해요. 봄이면 산책로를 따라 예쁜 벚꽃길이 되는데 낮이고 밤이고 멀리 안 가도 인생 사진을 건질 수 있어요. 산책로 주변에는 시장, 백화점, 대형마트와 병원, 학원, 식당들이 있어서 동네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습니다.
모노레일 같은 집 근처 경전철을 타면 동네 곳곳을 편리하게 다닐 수도 있고요. 여기로 이사 오면서 제 차는 팔고 뚜벅이가 되었지만, 덕분에 걷는 일상이라 다이어트가 많이 됐어요.
코로나 전에는 집 근처 청사 공원에서 마켓도 열리고, 공연이나 이벤트도 많이 했었어요. 일정 없는 주말에는 청사 북카페에서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공원에서 열리는 행사도 구경하는 소소한 즐거움이 있었는데. 이제 곧 다시 하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진은 코로나 전, 청사 공원에서 여름방학 기간 주말 밤마다 열렸던 야외 영화 상영이에요:) 집에서 돗자리 들고 치킨 한 마리 포장해서 슬슬 걸어 다녀오던 날들 꿈 같았네요.
동네 곳곳에는 공원이나 체육시설들이 참 많아요. 야외 놀이터들도 잘 되어있어서 굳이 차 타고 멀리 다니지 않아도 될 만큼 시간을 보낼 곳이 다양합니다. 남편이 주말 당직이 많은 편이라 아이와 동네에서 쌓은 추억들이 많은 것 같아요. 휘릭 놀다가 집에 오기도 편하니까요.
동네 러버의 하이라이트! 집 근처에 음악도서관, 미술도서관, 과학도서관까지. 도서관 3대 장이 있는 거랍니다. 정보도서관, 어린이 도서관도 있고 청사 북카페나 작은 도서관들도 깨끗하고 예쁘게 되어있어서 아이를 키울 때 정말 너무 좋았어요. 책 좋아하는 열세 살 아들로 키울 수 있었던 8할은 동네도서관들 덕분인 것 같아요:)
마치며
아직도 예쁜 소품들 보면 장바구니에 담았다 뺐다 할 만큼 욕구와 절제 사이에 있는 현실파 미니멀의 삶이지만 그래도 때에 맞춰 집에 있는 가구들 잘 활용해 단정하고 심플한 삶을 노력 중이에요.
집 앞 산책로에서 함께 자전거를 타고, 산책을 즐기는 가족. 퇴근하고 술 한잔 즐기는 아빠와 홈 카페를 좋아하는 엄마,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십 대, 그리고 사랑둥이 푸들이 좋아하는 것에 시간과 공을 들이고, 편안한 쉼과 각자의 힐링을 위해 지내는 곳에 애정을 꾹꾹 눌러 담아 살고 있습니다.
5년 전 리모델링이라 요즘 최신 트렌디함과는 조금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화이트, 기본, 미니멀은 시간이 지나도 큰 유행 없이 절반은 가는 것 같아요. 사진마다 가구 위치가 조금씩 다른데, 있는 가구들도 활용하면 같은 집, 같은 공간에서 다른 분위기의 사진을 얻을 수 있어요.
집들이를 쓰면서 예전 사진들을 찾아보고 우리 집 기록을 들춰보는 추억여행이 참 행복했습니다. 좋은 기회를 주신 에디터님과 긴 글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리고 행복과 편안함이 깃들기를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