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기업 보고서] LIG넥스원 부채비율서 엿본 '방산 아킬레스건' [넘버스]

지대공미사일 요격체계 천궁Ⅱ /사진 제공=LIG넥스원

LIG넥스원의 부채비율이 400%를 넘어서며 국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100대 상장사 평균의 4배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는 무기를 파는 방위산업체의 특성상 미리 받은 거액의 계약금이 부채로 잡히면서 생긴 착시효과로, 일반적인 기업의 빚이 아니라 잇따른 수주 잭팟의 결과물로 여겨진다.

하지만 프로젝트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시간차가 큰 방산사업의 재무적 아킬레스건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말 LIG넥스원의 부채비율은 421.1%에 달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코스피 시총 상위 100곳의 비금융 상장사 중 세 번째로 높으며, 이들 기업의 평균인 113.6% 대비 3.7배 수준이다.

이는 그만큼 보유한 자본에 비해 부채가 많다는 의미다. 부채비율은 기업의 재무안정성을 판단하는 데 사용되는 대표적 지표로, 부채를 자기자본으로 나눠 백분율로 표시한 값이다. 부채비율이 600%에 가깝다는 것은 부채가 자본 대비 거의 6배에 이른다는 얘기다.

LIG넥스원의 부채비율은 올해 들어 더욱 높아졌다. 올 1분기 말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대비 26.1%p 상승했다. 같은 기간 부채는 5조3479억원으로 9.4% 늘었다. 이는 자본이 1조2700억원으로 2.6% 증가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LIG넥스원의 독특한 부채구조다. 계약부채 항목에만 전체 부채의 65.9%에 달하는 3조5239억원이 몰려 있다. 기업에 직접적인 이자부담을 안기는 부채인 차입금과 회사채는 3874억원으로 비중이 7.2%에 그쳤다.

여기에는 LIG넥스원 사업의 성격이 반영돼 있다. 방산 업체로서 대규모 수주가 많아 이 과정에서 받은 계약금이 부채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회계상 부채는 과거의 거래나 사건으로 기업이 지게 된 현재의 의무인 만큼, 향후 무기체계를 지급하기로 약속하고 받은 선수금으로서 LIG넥스원의 계약금도 이에 속하게 된다.

결국 LIG넥스원이 더 많이 수주할수록 회계상 부채도 함께 불어날 수밖에 없다. 실제로 LIG넥스원은 이미 수년치 일감을 확보해놓았을 정도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LIG넥스원의 올해 4월 말 기준 수주잔액은 22조883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4.1% 늘었다. 지난해 연간 매출인 3조2763억원을 잣대로 삼으면 현재 수주한 물량만으로도 7년치 먹거리를 쌓아놓은 셈이다.

LIG넥스원의 히트 상품은 천궁Ⅱ다. 탄도탄과 항공기 등 공중 위협에 동시 대응하기 위해 개발된 중거리Ⅱ중고도 지대공 요격체계다. 국방과학연구소 주관으로 개발에 착수해 시험평가 등 다수의 요격실험에서 100% 명중률을 기록했으며 2018년부터 양산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처럼 무기 수주량에 따라 급증하는 부채에 대해 방산 업체의 리스크를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무기 제작부터 납품까지 예정대로 이뤄진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만에 하나 차질이 생기면 언제든 실제 빚으로 돌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계약건의 규모가 큰 방산 업체의 특성과 맞물리면 위험은 더 커질 수 있다.

무엇보다 현실적인 리스크는 계약과 대금 수령의 시차다. 조 단위 계약금에서 알 수 있듯이 방산산업의 거래는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긴 시간이 소요된다. 그런데 거래 상대 국가의 상황에 따라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방산 업체들이 받는 프로젝트 선수금의 규모도 계약을 체결하는 국가와 기업마다 그때그때 다르게 적용된다.

이 과정에서 요동치는 환율도 염두에 둬야 할 변수다. LIG넥스원의 재무에서도 환율변동이 미칠 영향은 상당하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원·달러 환율이 10% 떨어지면 LIG넥스원의 당기손익은 344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반대로 올해 1분기 말에는 원·달러 환율이 10% 오르면 당기손익이 240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방산 업체들은 재무구조상 프로젝트를 많이 맡는 만큼 부채비율이 뛰게 된다"면서도 "수주산업은 기업에 내포된 불확실성의 최대 크기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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