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잘못된 의료개혁…의사들 돌아와 환자와 목소리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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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지난 21일 한겨레와 만나 "의료개혁의 여러 문제점에 환자들도 공감한다.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은 병원으로 돌아와 정부에 함께 목소리를 내자"고 촉구했다.
―암환자 등이 체감하는 의료 공백은 얼마나 심각한가? "생사 기로에 있는 암환자 등이 대학병원에서 마지막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전에는 (약물 등에) 내성이 생겼거나 치료 확률이 낮은 환자에게도 병원이 표준치료·방사선치료를 더 시도하거나, 통증을 완화해줬다. 이렇게 몇달을 더 살거나 길게는 4~5년 더 생존하는 분들이 있었다. 지금은 병원에서 단호하게 '호스피스를 알아보라' 통보하고 치료를 중단한다. 전공의 이탈로 남아 있는 교수들이 모든 처치를 다 하다 보니 (소생 가능성이 적은) 환자를 챙길 수 없는 것이다. 환자로선 살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두려움이 크다." ―정부와 의료계 일각에선 대형병원이 치료 가능한 중증환자만 보는 것을 두고, 의료전달체계가 오히려 '정상화'됐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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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지난 21일 한겨레와 만나 “의료개혁의 여러 문제점에 환자들도 공감한다.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은 병원으로 돌아와 정부에 함께 목소리를 내자”고 촉구했다. 중증질환연합회는 다발성골수종·루게릭병·췌장암·폐암 등으로 투병하는 환자 5천여명의 모임이다. 김 대표도 10여년째 식도암 치료를 받으며 환자 권익 개선을 위해 고민해왔다. 다음은 일문일답.
―암환자 등이 체감하는 의료 공백은 얼마나 심각한가?
“생사 기로에 있는 암환자 등이 대학병원에서 마지막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전에는 (약물 등에) 내성이 생겼거나 치료 확률이 낮은 환자에게도 병원이 표준치료·방사선치료를 더 시도하거나, 통증을 완화해줬다. 이렇게 몇달을 더 살거나 길게는 4~5년 더 생존하는 분들이 있었다. 지금은 병원에서 단호하게 ‘호스피스를 알아보라’ 통보하고 치료를 중단한다. 전공의 이탈로 남아 있는 교수들이 모든 처치를 다 하다 보니 (소생 가능성이 적은) 환자를 챙길 수 없는 것이다. 환자로선 살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두려움이 크다.”
―정부와 의료계 일각에선 대형병원이 치료 가능한 중증환자만 보는 것을 두고, 의료전달체계가 오히려 ‘정상화’됐다고 주장한다.
“의료기관이 살릴 수 있는 사람을 가려 치료하게 된 지금 상황이 ‘정상적’이라는 시각을 이해할 수 없다. 자신들이 촉발한 의료 공백으로 여러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는 현실을 가리기 위한 궤변이다.”
―정부의 의대 2천명 증원은 어떻게 평가하나?
“환자 단체도 의대 증원에는 찬성했다. (인력 등) 모든 의료 자원이 서울에 쏠려 있고, 지방엔 일할 의사가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책의 순서가 틀렸다. 2천명이라는 ‘숫자’를 내놓기 전에, 늘어난 의사를 지역·필수·공공의료에 어떻게 배치할지부터 내놓았어야 했다.”
―정부는 이른바 ‘낙수효과 이론’을 주장했는데.
“지금 제도로는 의대 정원을 200명 늘리든, 2천명 늘리든 지역·공공의료에 갈 의사는 거의 없을 거다. 지방의료원이 4억원 연봉을 제시해도 의사를 못 구한다 하지 않나. 서울 개원가에선 30대 봉직의가 그 이상을 받는다니 당연한 일이다. 취약한 부문에서 일할 의사를 별도로 선발하는 ‘지역의사제’ 등이 필요할 텐데, 의료개혁 9개월이 되도록 정부가 이런 대안을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는 게 놀랍다.”
―정부와 맞서는 의사들의 태도는 어땠나?
“의사들은 정부 정책에 대한 어떤 대안도 내놓지 않은 채, 가장 극단적인 방식으로 병원을 떠나버렸다. 의대 증원 없이 지역·필수의료를 어떻게 살릴지, 공공병원은 어떻게 강화할지 의사들이 먼저 얘기했어야 한다. 그런 대안이 있었다면 환자들로서도 의대 증원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 의사들은 의-정 갈등이 시작된 지난 2월부터 (증원 철회 등) 같은 요구만 반복한 채 어떤 대화도 하지 않는다. 정부는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의료 공백을 해소하지도, 의사들을 설득하지도 못한다. 정부도 의사도 아무 대안 없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생각하니 환자들은 두려울 뿐이다.”
―정부가 이 갈등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이제 와서 (내년도) 증원 규모를 줄여도 전공의들이 돌아올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지역의료,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정부의 확고한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 늘어난 의사는 지역의사제 등으로 선발해 의무적으로 비수도권에서 일정 기간 근무하도록 하고, 그 수련 비용은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다. 그러면 전공의들도 새로 늘어날 의사가 자신의 ‘경쟁자’가 아님을 이해할 거다. 정부 예산을 들여 (지역의사 등) 의사를 기르고 지역·공공의료를 강화하면, 정부가 의료 정책을 주도할 명분이 생긴다. 의대 증원으로 의료의 질이 떨어질 거라는 의사들의 논리에도 반박할 수 있다.”
―환자들이 의사들에게 바라는 것은?
“병원으로 돌아와, 정부에 원하는 바를 환자들과 함께 요구하자. 정부와 타협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의사 단체들은 정부가 의대 증원, 의료개혁을 구실로 건강보험 재정을 파탄시켜, 결국 의료 민영화에 이르게 할 거라고 주장한다. 정부가 비상진료체계라며 건보를 자기 돈처럼 쏟아붓는 모습은 정말로 염려스러운 대목이다. 환자들은 잘못된 의료개혁의 문제점에 대해 의사들과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의사들은 ‘환자들을 위해 병원을 떠났다’고 말한다. ‘환자의 이익’을 내세워 본인들 이익을 지키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돌아오라. 그러면 환자도 살리고, 주장하는 바도 관철할 수 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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