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사 유럽시장 공략법] ③ 풀무원, 연말 유럽법인 세우고 '비건K푸드' 업체로

한국을 대표하는 식품 기업들의 유럽시장 공략법을 알아봅니다.

지난달 19일부터 닷새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 최대 식품 박람회 '시알 파리 2024'에 마련된 풀무원 부스. 풀무원 관계자들이 유럽 각국의 주요 채널 바이어들을 상대하고 있다. /사진=심현희 기자

미국 시장에서 두부 업계의 '절대강자'로 군림해온 풀무원이 최근 유럽 시장 공략 채비를 마쳤다. 두부 공장이 없는 유럽에서는 두부 대신 '비건'을 테마로 한 K푸드 가정간편식(HMR)을 주로 판매할 계획이다. 풀무원은 이르면 올해 말 네덜란드나 영국에 유럽법인을 세우고 주요 유럽 채널에 입점해 K푸드를 대표하는 비건 업체로 거듭날 것으로 전망된다.

4일 풀무원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달 19일부터 닷새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 최대 식품 박람회 '시알 파리 2024'에 마련된 K푸드존에 부스를 차리고 유럽 각국에서 온 주요 채널 바이어들을 맞았다. 이번 박람회에서 풀무원은 '비건 K푸드'를 기반으로 한 김밥, 잡채 등을 주요 제품으로 선보였다. 풀무원의 두유면, 두부텐더, 육상양식 김밥, 순두부 또띠아 등 6개 제품은 이번 박람회에서 'SIAL혁신상' 리스트에 오르기도 했다. 풀무원이 유럽에서 개최된 박람회에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유럽법인을 세우는 것은 확정인데 영국과 네덜란드 중에서 고민하고 있다"며 "올해 말까지 법인을 만들고 내년 초부터 본격적인 유럽 시장 영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유럽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겠다는 선전포고로 풀이된다. 앞서 풀무원은 유럽 시장의 식물성 지향 식품의 수요를 확인하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제품 테스트를 진행하며 진출을 준비했다.

풀무원은 유럽 시장에서만큼은 '두부회사'가 아닌 비건 K푸드 업체로 새롭게 포지셔닝할 계획이다.  풀무원은 지금껏 해외법인에서 '두부'를 주력으로 판매해왔다. 해외법인은 미국, 중국, 일본, 베트남에 있으며 이 가운데 미국 지역 매출이 가장 많다. 올해 상반기 풀무원의 미국 지역 매출은 2116억원으로 해외 식품사업 부문 전체의 68%를 차지한다. 풀무원 미국법인의 매출 중 절반이 두부에서 나오고, 미국에서 4곳의 생산기지(길로이, 풀러턴, 아이어, 태펀)를 운영할 만큼 두부의 영향력이 크다.

두부회사로 알려진 풀무원이 유럽 시장에서 K비건 푸드로 영역을 확장하려는 것은 K푸드 열풍 중 비건 K푸드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해 관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유럽 시장은 세계 최대 비건 시장이다. 한국비건인증원에 따르면 유럽의 식물 기반 식품 시장은 2019년 8조 2226억원에서 2020년 9조904억원으로 세계 최대 규모다. 오는 2026년에는 16조4795억원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비건 제품에서는 미국보다 유럽 소비자들이 트렌드에 앞서나가며 다양한 제품을 받아들이는 포용력도 더 크다"고 말했다.

동시에 유럽 시장은 아시아와 미국에 이어 K푸드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는 한국 식품 기업들이 없는 기회의 땅이기도 하다.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한국 식품의 유럽 수출 실적은 10년 전에 비해 2배 성장했다. 올해(1∼9월) 한국 식품 수출액은 8888억원 규모로 유럽 진출 초기였던 2014년 같은 기간(3711억원)에 비하면 2배 이상 늘었다.

풀무원은 이미 미국에서 비건 K푸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미국 자회사 나소야가 2020년 비건 브랜드인 플랜트스파이어드를 론칭해 운영하고 있다. 플랜트스파이어드는 대체육을 비롯한 식물성 원재료를 활용해 만두, 닭고기 대체육에 한국식 양념을 넣어 만든 치킨 쿵파오, 고추장 스테이크 등의 제품을 판매한다. 풀무원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서 플랜트스파이어드를 포함한 풀무원의 식물성 제품은 연평균 15% 수준으로 성장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K푸드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비건을 활용할 계획"이라며 "미국법인에서 달성한 K비건 푸드의 성과를 토대로 유럽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전했다.

권재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