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DILLAC LYRIQ

프리미엄 전기 SUV 리릭은 GM의 가장 진보한 모델이다.

과연 누구의 마음을 빼앗을까?

글 | 이승용 사진 | 최재혁

전기차 기술 개발은 화학과 물리학이 뒤엉킨 모든 학문의 집합체다. 신비한 마법과도 같은 기술은 지난 100년 동안 폭발하는 액체의 힘을 원동력으로 하는 엔진의 뒤편에서 해묵은 잉여 기술로 치부돼 왔다.

창고 안에서 빛을 보지 못하던 기술이 지금은 인류의 미래를 위한 혁신이 되고 환경 문제를 풀 열쇠가 되었다.

GM은 그동안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자동차 산업을 이끌어 온 선도자의 길을 걸어왔다. GM 산하의 캐딜락은 진보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데 있어 어느 브랜드보다 한발 앞선 자동차 제조사였다. 이러한 진보적인 브랜드의 적극적인 전동화 전략을 보여주는 차가 바로 캐딜락 리릭이다.

미래를 향한 용감한 행보

리릭은 GM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BEV 3에서 생산한 첫 프리미엄 전기 SUV다.

BEV 3 플랫폼에서 생산한 리릭은 얼티엄 배터리와 얼티엄 전기모터를 기반으로 한다. 배터리는 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을 양극재로 사용한다. 리릭의 NCMA 배터리는 양극재 중에서 니켈의 함량을 다른 GM의 전기차 배터리보다 70% 줄여 희토류의 사용을 줄였다.

배터리 셀을 12개의 모듈에 배치한 102kWh의 스케이트보드 타입 대형 배터리 팩에 담았다. 배터리 셀을 모듈에 직접 통합 배치한 구조로 다른 GM의 전기차보다 배터리 팩의 배선을 90% 제거할 수 있었다.

리릭은 180kW의 전륜구동 전기모터, 255kW의 후륜구동 전기모터, 그리고 62kW의 사륜구동 보조용 전기모터를 사용하는 얼티엄 드라이브트레인을 탑재했다.

1회 완충 시 주행 가능 거리가 465km나 되고 400V 고속 충전을 지원한다. 최대 190kWh의 출력으로 충전하면 10분 충전에 약 120km를 이동할 수 있다. 배터리는 GM과 LG 화학이 공동 개발했다.

배터리 충전구는 운전석 앞 휀더의 캐딜락 엠블럼을 누르면 자동으로 열린다. 안쪽의 버튼을 눌러 닫는 방식이다.

GM은 리릭을 통해 새로운 전기차 시대로 가는 문을 열었다. 캐딜락 고유의 고급스럽고 독창적인 디자인 아이덴티티와 첨단의 안전 및 편의 장치를 탑재해 소비자들의 환호를 받았다. 팬데믹으로 출시보다 시장 판매가 늦어져 2022년부터 북미에서 판매된 모델이다.

국내 시장에 뒤늦게 출시됐지만, 2024년식 리릭을 국내에서 판매한다. 초기 모델의 단일 전기모터를 사용하는 후륜구동이었으나 이번에 국내에 출시한 모델은 사륜구동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다.

혼을 쏙 빼놓다

멀리서 보아도 브랜드의 정체를 대뜸 간파할 수 있다. 캐딜락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는 역시 헤드램프와 데이라이트 포지셔닝 램프다. 눈가에서 흐르는 눈물처럼 헤드램프 아래에서 가로로 이어지는 LED 주간주행등과 그 선을 따라서 알알이 박힌 보석 같은 헤드램프의 형상은 뇌리에 각인된 시그니처 디자인이다. 헤드램프만 봐도 분명 캐딜락인데 처음 보는 낯선 모습이다. 심플한 디자인의 SUV인데 왠지 캐딜락 배지를 달고 있으니, 운전자에게 다이내믹한 주행 성능을 선사할 것 같다.

긴 보닛 아래의 커다란 방패 모양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공기가 들어갈 틈이 없이 꽉 막혀 있다. 검은 암막 커튼으로 가려진 것 같은 라디에이터 그릴 안은 삼각형의 디지털 패턴들로 수놓아졌다. 캐딜락은 블랙 크리스털 실드라고 칭한다. 전기차임을 넌지시 알려주는 디자인이다.

차체가 낮아서 그런지 옆모습은 SUV보다 스테이트 왜건과 비슷한 스타일이다. 길이×너비×높이가 4995×1980×1640mm다. 휠베이스는 3095mm다. BMW X1의 높이가 1612mm니 그보다 더 큰 편이지만, 1650mm의 투싼보다 작은 키다. 휠 하우스 안에 265/50 R 20인치 휠타이어가 들어갔다.

뒷모습은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날렵한 모습이다. 쭉 뻗은 루프 라인 끝자락에 플로우 스루 루프 스포일러(Flow-through Roof Spoiler)를 달았고, 브레이크 보조등이 장착되었다.

C필러부터 트렁크 중앙으로 이어진 리어 램프의 디자인은 미래지향적이다. 헤드램프처럼 뒤 범퍼 양쪽 끝단에서 세로로 아래쪽으로 그어진 리어 램프도 캐딜락의 정체성을 담은 디자인이다.

개성이 강한 디자인이라서 그런지 흔하지 않은 스니커즈를 신은 기분이랄까? 겉모습은 매력적이다. 거기에 더해 코레오그래피 라이팅이라 불리는 화려한 웰컴 라이트 쇼는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캐딜락 로고와 라디에이터 그릴의 블랙 크리스털 실드를 시작으로 9개의 LED 수직형 헤드램프를 따라 비가 내리듯이 빛이 아래로 흐르고 도어핸들과 리어 램프로 이어지는 빛의 춤사위는 '디지털 레인(DigitalRain)'으로 불린다. 어두운 지하 주차장에서 웰컴 라이팅 쇼를 보면 마치 구미호에 홀린 듯 넋이 나간다.

실내는 클러스터와 내비게이션을 통합한 커다란 33인치 커브드 디스플레이와 단정한 레이아웃이 눈길을 사로잡고, 가죽, 나무, 금속, 크리스털로 조화를 이룬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소재에 손길이 머문다. 26가지 컬러의 앰비언트 라이트로 실내를 분위기 있게 감싼다.

19개의 스피커가 장착된 AKG 스튜디오 오디오 시스템이 장착되었다. 굵고 깊은 베이스로 박진감 넘치는 음질을 즐길 수 있다.

리릭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엔 자체 내비게이션이 없다. 국내의 법규 문제로 인해 북미 사양인 구글 맵과 슈퍼 크루즈, 차로 중앙 유지 기능이 빠졌다. 구글 맵이 빠져있어서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를 무선으로 연결해 지도 앱을 사용해야 한다. 지도 앱을 전체 화면 크기로 볼 수 없어서 크고 화질 좋은 디스플레이의 장점을 활용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없다. 몇 가지 단점은 있지만, 전반적으로 실내 디자인의 기조는 아메리칸 럭셔리를 표방한다.

트렁크 용량은 793ℓ다. 트렁크 벽면의 레버를 당겨 2열 시트를 접으면 1723ℓ까지 늘어난다. 디자인 때문에 트렁크 높이가 낮아 큰 짐을 싣기 어렵다.

으레 그래야만 하나?

앞바퀴와 뒷바퀴에 두 개의 전기모터와 사륜구동 보조 전기모터를 장착한 리릭은 최고 출력 500마력, 최대토크 62.2kg·m의 성능을 분출한다.

공차중량이 2670kg이니 마력당 5.34kg의 무게를 끌고 달리는 셈이다. 그런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를 약 4.6초에 주파한다. 볼보 C40 리차지와 비슷한 수준이다.

500마력의 출력은 스포츠카처럼 호쾌한 가속 성능을 과시하기보다 안정적으로 묵직한 힘을 네 바퀴에 고루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합리적인 선택에 더 비중을 둔 것 같다.

실내 정숙성은 으뜸이다. 이중 접합 차음 유리와 흡음재를 아끼지 않고 사용해 윈드노이즈와 타이어노이즈를 차단했다. 게다가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 기능을 더해 소음에 관한 스트레스를 없앴다. 마이크를 통해 실내 소음을 측정하고 3축 가속 센서로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를 밟을 때의 고주파를 상쇄시키는 기능은 압도적이다.

배터리 팩을 바닥에 장착하고 두 개의 전기모터를 앞바퀴와 뒷바퀴에 장착해 무게 배분이 50:50이다. 밸런스가 좋아 몸놀림이 안정적이다. 무엇보다 승차감이 매우 부드럽다. 전자식 에어 서스펜션을 탑재하지 않았는데도 피칭이나 롤링, 요잉 같은 불필요한 움직임 없는 편안한 승차감이 인상적이었다.

리릭에는 재밌는 기능이 탑재되었다. 바로 가변형 리젠 온 디맨드(Variable Regen on Demand) 장치다. 회생제동의 강도를 운전대 왼쪽에 장착된 시프트 패들로 조절하는 기능이다. 왼손가락으로 시프트 패들을 잡아당겨 회생제동을 작동시키는 데 익숙해지면 오른발보다 세심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데, 어찌 됐든 어색한 조작이라서 쉽게 납득이 안 간다.

리릭은 또 하나의 새로운 전기차 선택지를 주는 모델이다. 몇 가지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미국의 프리미엄 브랜드가 제공하는 아메리칸 럭셔리를 누릴 마음의 준비와 브랜드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기꺼이 함께 가 주면 된다.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995×1980×1640mm

휠베이스 3095mm | 공차중량 2160kg

엔진형식 전기모터 | 최고출력 ​​500마력

최대토크 62.2kg·m | 회생제동 3단계

구동방식 AWD | 0→시속 100km 4.6초

1회 완충 주행거리(복합) ​​​​​​465km

가격 ​​​​​​1억 696만원